제주 이주 목사 "아픈 역사 공부하며 제주 사랑하게 돼"
■ 방송 : 제주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 사람꽃> - 제주 FM 93.3㎒, 서귀포 FM 90.9㎒
■ 방송일시 : 2024년 10월 12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시시당(詩時堂) 김양현 목사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기독인문연구소 시시당의 김양현 목사를 제주CBS 김영미 PD가 만나봅니다.
★ 김영미 : 기독인문연구소 시시당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 김양현 : 한자입니다. 앞의 시는 시할 때 시(詩)고요. 뒤의 시는 시대할 때의 시(時)입니다. 인문학으로 시대를 읽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 김영미 : 어떤 부분에서 이곳을 통해 나의 능력이나 재능이 발휘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 김양현 : 저는 주로 글을 쓰는 일을 했어요. 목사가 처음 되고 학교에서 근무할 때부터 주로 글을 쓰고 기고를 하곤 했습니다. CBS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부산CBS에서 영화 소개 코너를 10년을 했거든요.
제주에 와서도 지금껏 제주CBS와 일을 하다 보니까 글을 쓰고 책도 많이 읽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부분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잘하는 것을 사역으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해서 본격적으로 시시당 사역을 하게 됐습니다.
★ 김영미 : 인문학으로 시대를 읽는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어지러운 세상에서 크리스천이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말씀해주세요.
♤ 김양현 : 20세기 초 최고의 신학자라고 하는 칼바르트가 이미 100여 년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손에는 신문을 들고 있어야 된다라고요.
그 말은 우리가 성경만 읽는다고 해서 신앙을 정립하는 게 아니라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가치관이나 생각은 어떤 것인지 신문을 통해서 끊임없이 파악해야 한다는 거죠. 달리 말하면 성경을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굳이 신문이라기보다는 각종 매체, 미디어가 핵심이겠죠. 뭔가 끊임없이 보고 휴대전화로부터 수많은 정보를 얻게 되죠. 이런 것들이 우리 삶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런 것들 뒤에 깔려 있는 생각들과 가치관들, 그리고 사상들이 어떤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그것이 과연 성경적으로 옳은가 혹은 틀렸는가, 이런 부분을 저 나름대로 분석하고 또 그 내용을 교인들에게 알려주면서 같이 고민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 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김영미 : 시시당에서 하는 활동을 알려주세요.
♤ 김양현 :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일을 많이 합니다. 방송원고도 글이니까요. 책을 소개하는 코너도 다른 방송국을 통해서 하고 있고요. 영화소개하는 코너도 하고요. 두란노 '목회와 신학'에는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관련 한 신문사에도 매월 글을 보내고요.
많은 목사님들께서 특정한 교회를 섬긴다면 저는 교계를 섬긴다는 마음으로 시시당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시당에서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은 일단 함께 책 읽기입니다.
북클럽은 현재 '과학과 신학' 북클럽을 인도하고 있는데, 과학과 신학의 진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신앙서적을 읽는 그룹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비기독교인과 일반서적 읽기를 합니다. 오늘날 우리 기독교의 이미지가 악화돼 있어서 나라도 좀 애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비신자들과 만나서 교회에 대한 바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 자부합니다. 평균적으로 6,7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것은 지난 5월 시시당 개소식을 할 때 한 번도 교회에 와 보지 않은 이분들이 와서 직접 축하해 주셨습니다. 예배도 참석하셨고 그전에 서울대 교수를 모시고 강연회를 할 때도 오셨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교회에 발을 내딛게 된 게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 김영미 : 시시당을 통해서 교회나 제주에 어떤 변화들을 이끌어 내고 싶습니까.
♤ 김양현 :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가치관, 일종의 내재된 선입견이나 생각이 안 바뀌면 행동이나 사회도 안 바뀐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계속하는 거죠.
얼마 전 북클럽에서 천국에 대한 4가지 견해라는 책을 읽고 토론을 했어요. 우리가 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현실에서의 삶이 달라지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천국은 그냥 죽으면 가는 곳이라는 개념만 가지고 있으면 이 땅에서 마음대로 살아도 되잖아요.
'어차피 천국 갈 건데'하는 생각으로 이 땅에서의 삶이 소홀해질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천국을 소망한다 하면서도 재산 증식이나 물질적인 것에 마음이 많이 가 있잖아요.
그 반대로 리처드 미들턴 같은 학자처럼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나님이 원래 창조하신 이곳을 회복시키는 거라고 생각하면 환경이라든지 기후 위기 또 심각한 오염 이런 것에 우리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반응해야 될까, 어떻게 우리가 이 땅을 잘 가꿀까를 고민하게 되고, 삶이 달라지잖아요.
구체적으로 적용하면 일회용기를 쓰지 말자, 교회에서도 에너지를 절약하자,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등의 삶의 구체적인 방식들이 나오게 될 겁니다. 이런 것이 캠페인이 되어 전체로 확대되면서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꾸고 개개인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자라는 목표를 갖게 되는 거죠.
★ 김영미 : 시시당의 사역을 어떻게 확장시켜 나갈 계획입니까.
♤ 김양현 : 쉽지는 않은데요. 현재는 몇몇 분이 함께해 주시니까 감사하고 일단 첫 번째는 우리 청취자분들이나 교회들에서 제가 이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응원해 준다면 제가 더 열심히 소망하는 것들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많은 교회와 목사님들, 신앙인들이 이런 일에 좀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면 북클럽을 더 늘려갈 수도 있고요.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많은 분들이 사회의 적극적인 변화에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영미 : 언제 제주에 오셨습니까.
♤ 김양현 : 저는 경북 예천 출신인데요. 부산에서 오래 사역했고요. 서울에서도 5년 살다가 제주에 왔습니다. 지금 온 지는 한 5년 정도 됐습니다. 사실 서울에서 사역하다가 건강도 악화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때 가족들이 회의를 해서 제주에 1년 정도 살기 위해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제주가 너무 좋고, 여기서 할 일이 자연스럽게 생기면서 지금껏 살고 있고요. 남은 인생을 여기서 살 것 같기도 합니다.
★ 김영미 : 제주에서 힘든 점은 없었습니까.
♤ 김양현 : 제주에 제가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무언가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거나 함께 하자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없어서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또 기적같이 만날 사람을 만나게 하시고 또 함께 할 사람을 함께 하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북클럽도 하고 목사님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면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살다 보니까 제주의 역사를 너무 알고 싶어서 제주 역사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제주가 사랑스러워졌고요.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지인들 오면 제주의 중요한 역사 유적지나 신앙의 유적지를 일부러 데리고 다니며 설명하곤 합니다.
★ 김영미 : 제주의 어떤 부분이 사랑스러웠나요.
♤ 김양현 : 처음에는 제주에 와서 당황을 많이 했습니다. 식당이나 어디서든 친절하지 않고 무뚝뚝하더라고요.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제주가 오랫동안 외세의 핍박을 많이 겪었잖아요. 제주4.3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래서 제주분들이 왜 '육지것'이라고 하는 지 알게 됐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보호했던 거죠. 그 아픔을 아니까 품게 됐고 사랑하게 된 겁니다.
★ 김영미 : 따님이 똑 부러지던데, 교육철학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 김양현 : 초등학교 5학년 때 제주에 와서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도 읽기 힘든 어려운 책들도 많이 읽고 과학 관련 상들도 많이 받곤 했습니다. 저의 교육 철학의 첫 번째는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처럼 선배처럼 아이말을 많이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책을 많이 읽게 했습니다. 온 가족이 같이 읽는 거죠. 우리는 밥을 먹고 나면 각자 책상에 앉아서 책을 봤습니다. 그런 일상이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김영미 : 혹시 담임 목회에 대한 생각은 없습니까.
♤ 김양현 : 저는 이상하게도 담임 목회 기회가 없었어요. 처음부터 교목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하나님께서 이런 일 하라고 기회를 안 주신 것인지, 하지만 최근에는 시시당을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기존에 있는 교회에 청빙을 받아서 가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다만 시시당 사역을 하면서 이런 일에 동의를 하거나 좋아하는 분들이 오면 같이 예배드리면 되는 거니까 그런 형태도 괜찮겠죠.
큰 규모의 예배당이 아니고 가족 같은 공동체, 소규모의 아름다운 교회의 담임은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합니다. 하나님께서 기회 주시고 사람들 보내주시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라고 봅니다.
★ 김영미 : 어떤 마음으로 제주를 섬기고 있습니까.
♤ 김양현 : 제가 여러 가지 다양한 책을 읽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추사 김정희 선생은 제주도에 중요한 인물이었잖아요. 1840년에서 49년까지 대정 강도순의 집에서 '위리안치'로 여기 계셨으니까요. 그때 그 유명한 세한도도 나오고 대정향교의 '의문당'이라는 현판도 쓰셨는데요.
어느 날 대정향교에 갔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도 결국 육지에서 본의 아니게 왔지만 대정향교에 다녔던 당시의 학생들은 얼마나 좋았을까,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성균관 대사성을 한 인물에게 특강을 한 번씩 들은 거잖아요. 그리고 그 학생들 중에 김정희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제가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거 좋아하니까 우리 제주에 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기여를 한다면 제가 제주에 온 이유와 목적이 충분히 될 거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들에 임하고 있습니다.
★ 김영미 : 기도 제목 나눠주세요.
♤ 김양현 : 가장 급한 기도 제목은, 시시당이 사용할 사무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사당 운영을 위해서는 일정의 금액이 필요한데 많이 모자랍니다.
제주의 교회들이 도와주길 소망하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꿈과 비전은 제주에 있는 더 많은 분들에게 기독 지성을 깨우는 일이거든요.
특히 우리 여성들, 주부들 마음에 응어리진 많은 것들을 글을 쓰면서 치유하는 '치유하는 글쓰기 반'도 하고 싶고, 각자의 스토리를 글로 써서 책으로 펴내도 좋을 것 같고요. 찾아보면 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