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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안나는 명백한 노동자… 방송국 프리랜서 보호 안전망 필요”

정나원(꽃님이말) 2025. 5. 21. 20:20

“방송사들은 프리랜서처럼 일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프리랜서를 강요합니다. 故 오요안나씨는 명백한 노동자입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목숨 끊는 비극이 더는 없도록 방송 프리랜서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염정열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오늘(21일) 전화인터뷰에서 “오씨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근해 방송국에서 일을 했고, 분명한 지시·감독을 받았다”라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는 이 사건을 책임질 사용자 MBC에 면죄부를 쥐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씨 사건을 단순히 내부의 왕따나 개인들의 문제로 치부하는 게 우려스렵다”라며 “노동자처럼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매번 계약을 연장해야 하며 내부 경쟁을 심화시키는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노동부는 최근 MBC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는 있었다고 판단하면서도, 노동자 지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염 지부장은 노동부의 이번 판단으로 그간 힘겹게 투쟁을 하며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온 방송 프리랜서들의 노력이 다 부정됐다고 했습니다. 방송작가 등 다른 직군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2022년 법원은 최초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했고, 이후 아나운서·PD 등 다양한 방송산업의 프리랜서, 비정규직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최근 여수MBC, 목포MBC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작가들도 대부분 방송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염 지부장은 약 25년간 서울과 지역의 여러 방송사들을 옮겨다니며 프리랜서로 일해왔습니다. 많은 방송작가들이 열악한 임금과 처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연차가 낮은 작가들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도 받지 못합니다. 프로그램이 결방될 경우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연차휴가도 없습니다. 염 지부장은 “막내 작가들은 한달을 꼬박 일해도 120만원 정도를 받는다”라며 “올림픽으로 3주간 담당 프로그램이 결방된 한 작가는 한달간 30만원을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저연차 작가들이 잠과 개인시간을 포기하며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합니다.

프로그램이 폐지될 경우 한순간에 일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아예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 외주작가는 16년동안 계약서 없이 방송사에서 일을 했다고 했습니다. 최근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늘었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작가들은 보통 방송사와 1년, 심지어는 6개월 단위로 단기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계약해지를 빌미로 압박하거나 쉽게 해고 통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방송작가들은 그동안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꾸준히 투쟁해왔고, 2022년 법원에서 이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염 지부장은 전했습니다. 방송사는 작가들의 노동자성을 지우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각종 ‘꼼수’를 만들어냈습니다. 작가들의 자리를 없애거나, 회사로 출근을 하지 않게 하거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한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거나, 출입증을 없애고 방문증을 주거나, 회사가 주던 노트북과 식대 등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입니다.

염 지부장은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프리랜서 실태조사를 하고, 노동자처럼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노동자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라며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치가 될 수 있게끔 표준계약서 작성 등이 더 면밀하게 이뤄져야 하고, 비정규직 법안들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