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개그맨, 이수근이 ‘개그콘서트’ 지원사격에 나섭니다.

18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확인결과 이수근은 최근 KBS2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녹화에 참여했습니다. 이수근이 등장한 출연분은 이번주 방송(21일)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2003년 KBS 18기 특채 개그맨인 이수근은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꼽힙니다. 그는 ‘고음불가’, ‘키컸으면’, ‘그냥 내비둬’ 등 여러 코너들로 대중의 웃음을 책임지며 ‘개그콘서트’의 에이스로 거듭났습니다.

이수근은 지난 2018년에도 ‘개그콘서트’ 900회 레전드 특집에 출연해 후배들을 응원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출연료 전액을 후배들을 위해 쾌척하며 선배다운 면모를 뽐낸 바 있습니다.

이수근은 ‘개그콘서트’ 폐지 이후 2021년 후속으로 편성된 K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에도 출연하며 개그맨으로서의 활약을 이어왔습니다. 또 그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탠드업 코미디 ‘이수근의 눈치코치’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개그콘서트’는 매주 일요일 밤 10시 15분에 방송됩니다. 지난해 11월 약 3년 5개월의 공백을 거쳐 시청자들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개그콘서트’가 이수근의 재치있는 입담에 힘입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3년 5개월 만에 촬영된 〈개그콘서트〉 1051회가 방영됐습니다. 여전히 억지로 웃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공영방송 KBS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개콘’이 돌아왔습니다. 11월 12일 밤 10시 40분 KBS 2TV에서 방영된 〈개그콘서트〉 1051회는 3년 5개월 만의 무대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했던 2020년 6월, 더 이상 공개 무대에서 방청석과 호흡을 맞출 수 없게 된 제작진은 방송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이 결정에는 〈개그콘서트〉가 유튜브나 OTT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비해 별다른 재미가 없다는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도 한몫했습니다.

11월 1일 관객들의 첫 방청이 이루어지기 전 열린 제작간담회에서 김상미 CP(책임 프로듀서)는 “주말 밤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게 지금까지 없다”라며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어색한 순간이 없고, 내용이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다’, ‘같이 편안하게 볼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다’ 이걸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CP는 “저희가 글로벌 OTT에 비해 제작비는 부족하지만, 열정이나 노력만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첫 방청객은 500명을 뽑는 데 다섯 배가 넘는 2614명이 몰렸습니다. 지난 5월부터 새로 모집한 신인 코미디언이 대거 무대에 오른 데다 유튜브에서 자리를 잡아 인지도를 쌓은 ‘레이디 액션(구독자 61만)’, ‘하이픽션(36만)’, ‘폭씨네(14.4만)’, ‘웃겨듀오(구독자 8.6만)’ 등이 등장해 객석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첫 회 시청률은 전국 4.7%(조사업체 닐슨코리아)를 기록했습니다. 3년 5개월 전 마지막 방송 회차 시청률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조로운 출발입니다. 하지만 11월 19일 두 번째 방송 시청률은 3.2%로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개그콘서트〉의 고질적 문제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시청자들의 부정적 반응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억지 웃음’입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분장이나 몸동작을 통해 일차원적 웃음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무대를 마치 휴대전화 화면처럼 구현해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쇼츠 영상 여러 개를 재현한다는 콘셉트인 ‘숏폼플레이’ 코너에서는 한 남성 개그맨이 여성 속옷을 입고 나온 채 짧은 춤을 추고 들어가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별다른 맥락 없이 단지 노출과 우스꽝스러운 춤으로 웃기려는 모습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30대 남성 시청자는 “아이들도 안 웃더라. 쇼츠 영상을 무대로 끌어오려는 시도 자체는 좋은데 너무 옛날식으로 웃기려고 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로 혐오와 차별 논란이 있습니다. 억지 웃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프로그램 폐지 당시에도 인종차별이나 외모 비하, 여성혐오 등의 소재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일었기 때문에 ‘2023 개그콘서트’은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대로였습니다. 베트남 출신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 갈등을 다룬 ‘니퉁의 인간극장’이 대표적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우리 아들 돈 빨아먹었지? 뭐 받았어?”, “내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너 만나고 이렇게 바뀐 거야. 집안에 여자가 잘 들어와야 되는데. 재수 없어!” 따위의 말을 하는 장면 등이 특히 문제가 됐습니다. 베트남 출신 며느리를 연기하는 코미디언의 발음은 어눌합니다.

이런 비판과 우려에 대해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좀 더 기다려달라고 말합니다. 외국인 비하 논란에 대해 〈개그콘서트〉 연출을 맡은 이재현 PD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시어머니의 막말에도 니퉁(외국인 며느리)이 할 말 다 하며 오히려 시어머니의 말문이 막히게 하지 않나. 니퉁이 아니라 가부장적인 시어머니를 희화화시키려고 했는데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다. 시청자의 의견을 더 반영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억지로 웃음을 유발하려는 개그에 대해서는 “20~40대만 KBS의 시청자가 아니기에 수위 높은 넷플릭스 코미디 프로그램을 못 보는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그런 개그가 필요하기는 하다. 다만 앞으로 분량을 적절하게 조절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 유튜브 시대에 공영방송 코미디란? ★

제작하는 입장에서 어려움도 있습니다. 11월 19일 방영된 두 번째 방송에서 ‘2023 봉숭아 학당’ 코너에 출연한 신윤승 개그맨은 “세상이 변했는데 공영방송 TV 요새 누가 봐?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잖아. 공중파보다 인터넷 방송이 훨씬 재밌지. 제약이 없잖아. (새우깡 한 봉지를 보여주며) 방송에서 이거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새우과자라 그래요. 그런다고 누가 이걸 몰라? 새우깡이라고 말을 못하냐고. 이상해. 방금 ‘깡’이 (묵음 처리 돼서) 안 들리지 않았어? 이것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보고 있는데 안방에 있는 사람들은 (상표가 모자이크 처리돼서) 못 보고 있을 것 같지 않아?”라고 중얼거리다 방송 스태프에게 끌려 나가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관객들의 기시감도 새롭게 떠오른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관객들이 한 코너에 익숙해질 때까지 두세 달은 걸렸지만, 코너마다 짧은 유튜브 영상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해당 영상을 몇 번만 돌려봐도 코너가 금방 눈에 익고 지루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코너지만 기시감을 뛰어넘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습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KBS가 코미디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청자가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재현 PD는 “시청자 설문조사를 보면 늘 코미디 프로그램 부활이 가장 큰 민원 중 하나였다. (종영 이후로) 예능국도 개그맨들에게 미안해서 말을 못 꺼내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시청자분들이 먼저 이야기를 해주셨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청자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개그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 이렇게 다시 모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토양이 좀 더 단단하게 굳을 수 있게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은 콘텐츠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1999년 막을 올린 〈개그콘서트〉는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관중 없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내용을 방송했다면, 〈개그콘서트〉는 국내 최초로 객석 앞에서 쇼를 진행하고 이를 녹화해 방영하는 ‘공개 코미디’라는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유경한 전북대학교 교수(커뮤니케이션학과)는 2023년의 미디어 환경이나 시청자들의 코미디 수용 방식이 〈개그콘서트〉와 같은 오픈 스튜디오 형식의 콩트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웃기려면 자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시청자들이 이제 더 이상 진한 분장을 한 코미디에 웃지 않는다. 짜인 시나리오대로 연기하는 방식의 코미디를 넘어 한 번 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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