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장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6일 2000회를 맞는 ‘2TV 생생정보’와 1970년부터 현재까지 방송 중인 1TV 간판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 은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힙니다. 1957년부터 66년째 전파를 타고 있는 KBS 한민족방송, KBS 제1라디오, KBS 제3라디오의 ‘KBS 무대’는 대한민국 최장수 라디오 드라마 프로그램의 자존심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장수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건 콘텐츠를 사랑하는 시청자와 청취자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때문에 출연자에게 하차를 통보할 때도 해당 출연자를 아끼는 시청자들을 대신해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소통 없는 일방적인 통보는 수신료의 가치와 공영방송의 품위를 깎아먹습니다.

지난 4일 KBS는 1TV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를 남희석으로 교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어온 김신영은 9일 인천광역시 서구 편 녹화를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이 같은 KBS의 결정은 김신영은 물론 제작진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일방적 하차 통보였습니다. 김신영의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 측은 같은날 “제작진이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하여 연락이 왔고 지난주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갑작스러운 김신영의 하차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차 이유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 김신영 하차 반대 청원을 진행했습니다. KBS는 김신영의 하차 이유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전국을 누비며 중장년층에 오랜 사랑을 받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은 현재까지도 굳건하게 일요일 낮 시간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1980년 11월 9일 방영을 시작해 지난 2월 25일 기준 2060회를 맞이했습니다. EBS 1TV ‘장학퀴즈’가 1973년 2월 18일에 방영해 현존하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노래자랑’도 못지않은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KBS는 현재 수신료 분리 징수 등으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감원과 예산 삭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과 1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최근 폐지된 KBS 예능 프로그램만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로 두 개입니다.

박민 KBS 사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공사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KBS 미래 비전과 함께 상반기 내 조직 개편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청자를 위한 책무 이행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장수 프로그램을 여럿 둔 ‘공영방송의 위엄’은 어느날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데는 시청자들의 성원과 프로그램을 위해 힘쓴 제작진, 출연자들의 노고가 있습니다. KBS는 계속된 일방적 통보가 아닌 출연자와 시청자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매너로 공영방송의 품격을 보일 때입니다.

공영방송에게 2023년 한 해는 그야말로 혹독한 한파였습니다.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불공정·편파 논쟁이 다시 대두됐습니다. MBC는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정권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준공영방송이라 불리던 YTN 역시 민영화라는 현실 앞에 놓였습니다.

공적 성격이 강한 방송사들이 다시금 정권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년 총선 전에 방송 질서를 '여권 우위'로 재편하기 위해 언론 길들이기에 돌입했다는 비판이 상당합니다.

올 한 해 공영방송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봤습니다.

★ KBS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 속 '정치 논쟁' 한가운데 ★

지난 7월 TV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습니다.

개정안 추진부터 KBS 김의철 전 사장은 정부에 고개를 숙여 "만일 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그러니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주시라"라고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수신료 분리징수는 3월 대통령실의 온라인 국민제안부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국무회의 문턱을 넘어 최종 대통령 재가까지 일사천리로 4개월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수신료가 KBS의 주요 재원인 만큼 이를 분리징수해 회피·미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재원을 대체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KBS는 지난해 6200억 원대였던 순 수신료 수입이 6분의 1 수준인 1천억 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근 사보를 통해서도 내년 수신료 수입 결손 비율을 30%로 가정하면 2600억 원대의 결손액이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KBS는 수신료 위탁 징수의 주체인 한국전력공사와 분리징수 협의 중에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도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시행령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출했습니다.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이 언론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에 위헌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헌재도 여러 차례 KBS 수신료 관련 판결에서 선택이 아닌 납부 의무가 있는 요금임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소용돌이는 이제 시작이었습니다. 야권인 남영진 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가 해임되면서 여권인 서기석 이사장과 황근 이사가 선임됐습니다. 이렇게 여권 우세 구도가 성립되자 김의철 전 사장 해임안이 안건에 올라왔습니다. 야권 이사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해임안이 통과됐고, 이후 새 사장 선임과정에서도 여야 이사들 사이 격론이 계속됐습니다. 그 결과 야권 이사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의 반발을 뚫고 지난달 박민 사장이 새롭게 선임됐습니다.

보궐 사장이라 남은 임기는 1년 가량이지만 박 사장은 임기 초부터 KBS본부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그동안 KBS 보도·시사 프로그램들이 불공정·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KBS 시사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대거 폐지하고, 정치 성향을 문제 삼아 게스트 하차를 요구하면서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과잉 심의 논란이 있는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과징금 3천만 원 제재도 타 언론사들과 달리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에 KBS본부는 "11월 13일을 전후해 KBS에서는 자격이 없는 보직 내정자가 제작진에게 진행자 하차와 프로그램 폐지를 지시하거나 책임자가 실무자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라며 '주진우 라이브', '최강시사', '더 라이브' 등의 편성 삭제·폐지와 보도 공정성을 '셀프 비판'한 '뉴스 9' 앵커 리포트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지난 12일에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담당 PD가 게스트 하차 지시를 거부하자 업무에서 배제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KBS본부는 박민 사장을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단체협약위반 고발 및 특별근로감독 청원, 국민감사청구 등을 차례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 MBC 압수수색 시도부터 YTN 민영화까지 ★

MBC는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보도 여파를 지금까지 겪고 있습니다. 당시 MBC가 이를 최초 보도했지만 다른 국내외 언론사들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고, 이로 인해 해당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그러나 최초 보도한 MBC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순방 취재 전용기 배제 이후에도 MBC 뉴스룸 압수수색을 시도하는가 하면,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이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은 한 차례 법원 결정에도 해임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5월 경찰은 MBC  A기자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를 유출했단 혐의로 A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주거지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를 명목으로 MBC 뉴스룸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MBC와 협의 끝에 사측 변호사를 대동해 압수 대상 물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습니다.

MBC는 A기자가 '바이든-날리면' 보도의 당사자이고, 이미 명예훼손 수사를 받고 있기에 표적 수사의 여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업계에서도 보복성 과잉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방문진 야권 인사인 권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해임됐다가 법원이 해임 처분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복귀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문진은 현재까지 야권 우위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제동에도 여전히 권 이사장과 여권 이사에 대한 해임 시도는 여전합니다. 지난달에는 보수 성향 MBC 제3노조 고발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가 권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소지를 확인했다며 조사 내용을 경찰에 넘겼습니다.

그런가 하면 방심위는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와 관련해 MBC에 가장 큰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이 각기 4500만 원과 1500만 원, 도합 6천만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습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과징금은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10점이 감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여권 위원들 반대로 전체회의에서 의견진술이 거부된 MBC는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보도전문채널 YTN은 지난 10월 유진그룹이 공기업 지분 30.95%를 낙찰하면서 민영화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공익적 고려나 구성원들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언론노조 고한석 YTN 지부장은 "YTN 민영화에 공익적 고려는 없다. 공적 자원인 보도전문채널을 민영화하는데, 그 어떤 사회적 논의도 없었음은 물론이다. YTN 구성원들의 의견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이토록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시간표에 쫓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4월 총선 전 반드시 끝내야 할 언론장악, YTN 무력화 시나리오"라고 꼬집었습니다.

7일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 상대로 '출입 및 취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서성원 보도국장 "대구시 비뚤어진 언론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겠다"

대구MBC가 7일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대로 대구지법에 출입 및 취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은 7개월째 대구MBC 출입 및 취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월 30일 대구MBC 시사프로그램 <시사톡톡>에서 'TK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 편이 방송된 이후 “악의를 가지고 트집이나 잡고 왜곡되고 편향된 보도를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빙자한 언론 갑질”이라며 “언론 갑질에 대항하는 가장 실효적 대응은 취재거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대구시 고위 관계자가 <시사톡톡> 관계자 4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경찰이 무혐의 처분했고, 지난달에는 홍준표 시장이 대구MBC가 '편파·허위 보도'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시사톡톡> 관계자 4명을 대구지검에 고소했습니다.

대구MBC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랜 인내 끝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 사안이 비단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 대구MBC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가 권력자에 의해, 특정인의 아집에 의해 유린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가처분 신청 취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권리 침해(신속 보도 저해 및 프로그램 제작 불가 등)와 그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 손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출입 및 취재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구MBC는 “약 7개월간 취재나 방송 촬영 등이 계속 거부되고 대구시 배포 보도자료도, 일정 통보도 받지 못해 신속 정확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지역 언론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5월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홍준표 대구시장 방문 당시, 취재기자가 취재를 위해 대구시청 산격청사에 들어가려 했지만 출입구에서 대구시가 막은 사례, 7월 3일 PD가 119 구급대 운영 상황에 취재하려 했으나 대구소방안전본부 산하 모든 소방서가 대구MBC에 대해 촬영 협조를 할 수 없다고 답한 사례, 7월19일 취재기자가 신천 물놀이장 폭우 피해와 관련해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담당자에게 공식 답변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한 사례 등 지난 7개월 동안 취재 거부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라는 게 대구MBC의 입장입니다.

서성원 대구MBC 보도국장은 “대구시의 취재 거부에 따른 피해와 불편함에도 법적 대응만은 자제하며 대구 발전을 이끌어야 할 대구시가 올바른 언론관을 되찾기를 바랐지만, 무려 7개월이 지나도 대구시의 언론 자유 침해와 시민 알 권리 침해는 계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사로서 대구시의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자 한다”라며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대구시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대구MBC는 이번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헌법이 보호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을 행사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과, 명예훼손·모욕·직권 남용 행태에 대한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 다각도의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방송 3법을 단독 의결,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습니다. 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도 강행했습니다. 민주당은 방송 3법의 본회의 처리, 이 위원장 탄핵 등 동시다발적 카드로 수세에 몰렸던 국면을 전환한다는 방침입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재적 176명 전원 찬성으로, 방송문화진흥회법은 재적 175명 전원 찬성으로 각각 가결했습니다. 이날 표결에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불참했습니다.

당초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등에 맞서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지연을 위한 무제한 토론)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습니다.

★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및 시민단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킬 최소 입법”, 국민의힘 “악의적인 의도로 꺼내든 정쟁용 카드” ★
방송 3법은 KBS 이사회, 방송문회진흥회, EBS 이사회를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21명의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방송 3법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은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회 구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과 갈등을 만들어 왔고, 그 결과 지금 우리의 방송 환경은 법에도 없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실정”이라며 “공영방송은 독립적이어야 하고 어떠한 정치권력으로부터도 부당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과 사회적 합의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방송3법은 지난 4월 27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국민의힘이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반대해 6개월 넘게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10월 26일 국민의힘 의원 6명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헌재는 “국회 본회의 부의 요구 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그 정당성이 본회의 내에서 표결 절차를 통해 인정됐다”라며 민주당 주도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고, 정의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월 10일 논평을 통해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을 언론 관계 단체를 장악하고 있는 민노총의 손아귀에 쥐여주겠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라며 “결국 모두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을 때는 처리하지 않다가 인제 와서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겠다는 순전히 악의적인 의도로 꺼내든 정쟁용 카드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라며 “공정과 정의 그리고 상식을 버린 민주당의 행태는 훗날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의당은 방송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여야 방송장악 공수교대 속에 장장 36년을 끌어온 방송 3법의 입법이 오늘에야 마무리됐다”라고 평했습니다. 정의당은 “오늘 국회가 의결한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여야의 추천권을 축소한 것으로 방송을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킬 최소 입법”이라며 “방송과 언론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오늘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언론노조는 “23년 동안 법률에도 없는 추천권을 행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을 앉히던 구악의 고리를 끊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 통과는 언론노동운동의 역사에서 거대한 전환이 될 것”이라고 밝힌 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미 양곡법과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입법권을 짓밟은 대통령의 시간이 왔다”라며 “대통령이 말했던 반성과 성찰이 진심이었음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말라”라고 당부했습니다.

방통위는 이날 방송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제안했습니다. 방통위는 입장문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법안은 야당이 여‧야간 합의 없이 상임위원회부터 본회의까지 강행 처리한 것으로, 네 가지 문제점이 있어 헌법에서 규정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재의 요구안은 대통령 거부권을 의미합니다.

방통위는 방송 3법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는 이유로 ▲ 공영방송 이사회의 사회 각 분야 대표성 부족 ▲ 공영방송 이사회의 편파성 우려 ▲ 공영방송 이사회의 비효율성 증가 ▲ 법안처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부족 등을 내세웠습니다.

방통위는 “이사는 방송분야 뿐만 아니라 경영‧경제‧법률‧지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천되는 것이 필요하고, 개정안은 특정 이념에 편향적인 단체들이 추천한 이사들로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해 편파성이 우려된다”라고 했습니다. 또 “공영방송 방만 경영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근거 없이 이사 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운영비용만 증가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장애를 초래한다”라면서 “지난 20대 국회부터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방식의 변경을 지금 야당이 여당이었을 때 처리하지 않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강행처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민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도 이런 논의가 많았는데 그때 왜 다수 의석으로 관철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이걸 추진하는 것이냐”라며 “그때 반대했던 이유가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을 제약하는 것이었다고 알고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월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라며 “농민을 거부하고 간호사도 거부한 데 이어 이제는 대다수 일하는 국민과 민주주의까지 거부한다면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민주당 “이 위원장 탄핵 끝을 볼 것” 경고, 국민의힘 “습관적 탄핵, 다수의 횡포” 비판 ★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진행키로 한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것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고,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72시간이 지나도록 표결하지 못하면 안건은 자동 폐기됩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로 본회의가 24시간 이상 이어졌다면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1987년 현행 헌법이 시행된 이래 36년간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모두 6차례이고, 그중 절반이 지난 1년 사이 민주당에 의해 강행 통과됐다”라며 “다수의 횡포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여전히 습관적으로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파괴하는 위헌적 행위”라며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탄핵안이 번번이 기각되는데도 다시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 행정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의 손발을 묶어 국정을 마비시키고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하려는 속셈”이라고 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이 위원장 탄핵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꼼수가 보여준 방송 장악 노골화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라며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자 황급히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는 꼼수로 탄핵안 처리를 방해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국회의장께 정당한 절차를 거쳐 발의된 탄핵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만약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원칙과 기준대로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모두 준수해 법을 위반한 공직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해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다시 열거나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철회한 뒤 본회의가 이틀 연속 열리는 11월 30일에 다시 보고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72시간 이내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자동 폐기 수순이라는 입장입니다. 윤 원내대표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본회의가 잡힐 수도 없고, 탄핵안은 자동 폐기되는 것”이라며 “국회법에 규정된 법 취지에 맞게 국회의장이 운용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반복하며 언론의 자유와 방송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탄핵은 멈출 수 없다”라며 “반드시 끝을 보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말 왜 이러세요? 가족과 함께 TV 보기가 겁이 납니다!"

최근 방송된 양대 공영방송사(KBS·MBC)의 프로그램들이 연일 파문을 일으키면서 시청자들의 불만과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27일 KBS가 한 시트콤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폭행하는 장면을 내보내 물의를 일으키더니, 급기야 30일 청소년들이 주시청층인 MBC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생방송 도중 자신의 프랑크 소시지와 엉덩이를 노출하는 초유의 방송사고가 터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지상파 방송국, 그것도 공익성을 내세우는 공영방송에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거듭되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충격과 분노는 해당 지상파 방송국 게시판과 인터넷 매체, 포털사이트 등에 항의 글 형태로 쇄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네티즌들은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물론 최근 지상파의 각종 오락 프로그램이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내용을 빈번히 내보내고 있는 바람에 "제발 TV 좀 편하게 보게 해달라!"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MBC 음악캠프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사고 이후 주말에 부모와 형제 등 가족 등과 TV를 보다 너무나 황당한 장면에 곤혹스러웠다는 의견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네티즌 전재원 씨는 "어머니와 함께 봤는데 깜짝 놀라셨다"라며 "언제부터 지상파 방송국이 포르노 방송이 됐나!?"라고 분개했습니다. 이영철 씨도 "내가 아는 사람은 TV 기피증까지 보인다"라면서 "세계 방송사를 뒤져봐도 전무후무한 공포의 방송사고로 세계적인 수치"라고 비판했습니다. 네티즌 이수연 씨도 "너무 많이 놀라 꿈인 줄 알았다"라며 "현장의 학생들이 충격받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고가 본질적으로 방송사가 아닌 출연자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검증이 안 된 출연자들을 아무런 대비 없이 생방송에 세운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네티즌 박현석 씨는 "비단 이 프로그램뿐 아니라 모든 오락 프로가 요즘 너무 지나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자격 안 되는 연예인들이 넘치고 토크쇼는 방송(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시청률만을 생각하더니 마침내 엄청난 일을 터뜨렸다"라며 "제발 출연자를 가려서 섭외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이 같은 현상은 공영방송이 시청률을 의식해 일반의 상식보다는 일부 극단적인 부분에 주목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지적도 다수 제기됩니다.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국 3사(KBS·MBC·SBS)는 물론 케이블 TV·위성방송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시트콤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송이 나간 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한 네티즌은 "제작진은 현실의 극단을 표현하고 싶었다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영방송이 그렇게 극단적인 장면을 내보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같은 불만은 일부 현실 고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29일 KBS 2TV의 VJ특공대(200055~201897)는 행락지에서 벌어지는 10대 청소년들이 음주와 즉석 만남, 원조 교제 등 탈선 행각을 당사자들의 적나라한 멘트와 함께 내보냈습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낯 뜨거운 현장을 아무런 여과 없이 전달한 것은 문제"라는 비판과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라는 옹호론이 함께 등장해 불타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네티즌 이정관 씨는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는 하지만 극히 자극적인 대화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나오는 등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초등학생도 많이 보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데 좀 가려서 방송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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