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도 괴산댐이 넘칠 뻔해 집이 쑥대밭 됐는데 이번엔 진짜 넘쳤네요. 차라리 이사를 갔어야 했나 봐요."

사흘째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15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서 만난 주민 박경희(61)씨가 굵은 빗줄기가 쉴 새 없이 떨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습니다.

이날 오전 6시 30분께부터 칠성면에 있는 괴산댐의 물이 넘치는 월류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박씨가 사는 칠성면을 비롯해 불정면, 감물면, 장연면 등 괴산댐 하류 지역 주민들은 급격히 불어나는 물을 피해 지대가 높은 면사무소나 마을회관으로 긴급대피했습니다.

박씨는 "대피방송을 듣고 일어나니 벌써 하천물이 집 마당까지 차 있었다"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면사무소로 몸을 피했다"라고 긴박했던 당시를 전했습니다.

규모가 큰 국내 다목적·발전용댐 중 폭우로 물이 넘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기록 역시 1980년 7월 22일 괴산댐이었습니다.

1952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1957년 2월 완공된 괴산댐은 유역 면적에 비해 댐 용량(유역 면적 671㎢, 총 저수용량 1천532만9천㎥)이 작아 홍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돼왔습니다.

최근엔 2017년 7월 16일 월류 직전까지 가 댐 방수량을 늘리자 하류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이날도 면사무소 등에 대피한 주민들은 반복되는 침수 피해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최소한의 짐도 챙기지 못한 일부 주민은 빗줄기가 잠시 가늘어진 틈을 타 서둘러 집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장연면에 사는 윤모(70)씨도 "집 앞 도로까지 물이 들이닥쳐 하루 세 번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약도 두고 나왔다"라며 "장롱에 넣어 둔 약이 다 젖어버리면 당장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칠성면 율원리 주민 최용순(85)씨는 "2017년에도 하천이 넘쳐 집 바닥이 흙범벅이 됐는데, 늙은 몸으로 이걸 또 어떻게 견뎌낼지 막막하다"라면서 울상이 됐습니다.

괴산댐의 방류량이 늘면서 괴산 달천 목도교의 수위도 대홍수 경보 기준을 넘어서자 인근 주민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목도교 근처에 사는 김진래(64)씨는 "사람들이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건물 밖으로 퍼내고 난리지만 역부족이었다"라며 "대피를 위해 짐을 싸야 하는데 교량 등 곳곳이 통제되면서 음성군에 일을 하러 간 남편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라고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이날 괴산에서 침수 피해 우려로 대피한 주민은 691가구 1천 246명에 이릅니다.

괴산에는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392㎜에 이르는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기상청은 오는 16일까지 100∼2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해 침수 피해와 이주민이 더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