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여러분도 나 보고 싶었어요?"

빅뱅 태양이 과거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래처럼 불러 온라인상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 된 이 말은, 최근 '태양인'(코미디언 김해준)의 등장으로 더욱 화제입니다. 하얀색 민소매와 거꾸로 쓴 모자로 엉성하게 태양을 따라 하는 것도 모자라 모든 말을 타령처럼 소화합니다. 여기에 태양의 '오래된 단짝' 지드래곤(GD) 모창가수 '찌드래곤'(코미디언 최지용)까지 등장했습니다. '학교 종이 땡땡땡' 노래를 GD의 디테일까지 살려 부르고, 태양인과 함께 합을 맞춰 빅뱅 노래를 부릅니다. 한때 아류 취급을 받았던 모창가수는 이제 '부캐'의 옷을 입고 당당하게 웃음 치트키로 역할을 톡톡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창가수 캐릭터들이 요즘 대중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창가수 캐릭터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① 원초적 웃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최근 지상파 3사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를 선언하면서 코미디언 본연의 재능이던 성대모사나 모창을 볼 무대가 사라진 상황입니다. 모창가수 캐릭터들이 주는 '1차원적인 웃음'이 오히려 다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음악산업에도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밈으로 화제가 되는 게 큰 영향을 끼치듯, 코미디에서도 밈을 만들기 쉬운 모창가수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는 셈"이라고 짚었습니다.

이 흐름은 최근 2~3년간 대중문화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② '부캐'(부캐릭터)의 진화와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페이크 다큐 형식 코미디가 인기를 끌면서, 코미디언이라면 부캐 하나 둘 쯤은 기본이 됐습니다. 김해준의 태양인도 수많은 그의 부캐(Y2K 감성을 대표하는 쿨제이, 로맨티스트 최준 등) 중 하나입니다. 최근 성시경을 따라 하는 모창가수 뚱시경(나선욱)은 딩고 뮤직 콘텐츠에 등장했습니다. 딩고 뮤직은 주로 가수들이 자신들의 히트곡을 라이브로 부르는 무대로 활용해 왔습니다. 여기에 출연한 나선욱은 뚱시경을 비롯한 자신의 부캐 4명(감성욱, 뚱종원 등)을 모조리 소환해 20분을 꽉 채웠습니다. 지난달 10일 공개된 이 콘텐츠는 12일 기준 188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③ 진짜 가수들이 모창가수 세계관에 섞여 들어오며 재미도 더해졌습니다. 태양인과 찌드래곤이 처음 만난 영상에 빅뱅 대성이 댓글을 남기자 "이게 왜 진짜냐?"라며 시청자들이 호응했습니다. 가수 카더가든은 최근 김해준의 유튜브 콘텐츠 '모창가수의 길'에 자신이 카더가든인 점을 숨기고 일반인 차정원(카더가든의 본명)으로 출연했습니다. 모창가수의 도전자로 등장한 것입니다.

'모창가수의 길' 콘텐츠 최근 회차들은 자이언티를 따라 하는 '자이언턱'(조진세), 지올팍을 따라 하는 '지올팥'(양기웅) 등과 태양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이 주를 이룹니다. 새로운 모창가수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는 셈입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부캐를 통해 캐릭터 놀이를 하는 게 본래 코미디언의 장기인 데다 대중도 부캐 놀이를 하나의 유희로 즐기는 트렌드와 맞물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모창가수 캐릭터는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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