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방송 3법을 단독 의결,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습니다. 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도 강행했습니다. 민주당은 방송 3법의 본회의 처리, 이 위원장 탄핵 등 동시다발적 카드로 수세에 몰렸던 국면을 전환한다는 방침입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재적 176명 전원 찬성으로, 방송문화진흥회법은 재적 175명 전원 찬성으로 각각 가결했습니다. 이날 표결에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불참했습니다.

당초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등에 맞서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지연을 위한 무제한 토론)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습니다.

★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및 시민단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킬 최소 입법”, 국민의힘 “악의적인 의도로 꺼내든 정쟁용 카드” ★
방송 3법은 KBS 이사회, 방송문회진흥회, EBS 이사회를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21명의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방송 3법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은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회 구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과 갈등을 만들어 왔고, 그 결과 지금 우리의 방송 환경은 법에도 없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실정”이라며 “공영방송은 독립적이어야 하고 어떠한 정치권력으로부터도 부당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과 사회적 합의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방송3법은 지난 4월 27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국민의힘이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반대해 6개월 넘게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10월 26일 국민의힘 의원 6명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헌재는 “국회 본회의 부의 요구 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그 정당성이 본회의 내에서 표결 절차를 통해 인정됐다”라며 민주당 주도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고, 정의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월 10일 논평을 통해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을 언론 관계 단체를 장악하고 있는 민노총의 손아귀에 쥐여주겠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라며 “결국 모두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을 때는 처리하지 않다가 인제 와서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겠다는 순전히 악의적인 의도로 꺼내든 정쟁용 카드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라며 “공정과 정의 그리고 상식을 버린 민주당의 행태는 훗날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의당은 방송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여야 방송장악 공수교대 속에 장장 36년을 끌어온 방송 3법의 입법이 오늘에야 마무리됐다”라고 평했습니다. 정의당은 “오늘 국회가 의결한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여야의 추천권을 축소한 것으로 방송을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킬 최소 입법”이라며 “방송과 언론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오늘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언론노조는 “23년 동안 법률에도 없는 추천권을 행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을 앉히던 구악의 고리를 끊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 통과는 언론노동운동의 역사에서 거대한 전환이 될 것”이라고 밝힌 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미 양곡법과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입법권을 짓밟은 대통령의 시간이 왔다”라며 “대통령이 말했던 반성과 성찰이 진심이었음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말라”라고 당부했습니다.

방통위는 이날 방송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제안했습니다. 방통위는 입장문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법안은 야당이 여‧야간 합의 없이 상임위원회부터 본회의까지 강행 처리한 것으로, 네 가지 문제점이 있어 헌법에서 규정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재의 요구안은 대통령 거부권을 의미합니다.

방통위는 방송 3법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는 이유로 ▲ 공영방송 이사회의 사회 각 분야 대표성 부족 ▲ 공영방송 이사회의 편파성 우려 ▲ 공영방송 이사회의 비효율성 증가 ▲ 법안처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부족 등을 내세웠습니다.

방통위는 “이사는 방송분야 뿐만 아니라 경영‧경제‧법률‧지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천되는 것이 필요하고, 개정안은 특정 이념에 편향적인 단체들이 추천한 이사들로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해 편파성이 우려된다”라고 했습니다. 또 “공영방송 방만 경영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근거 없이 이사 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운영비용만 증가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장애를 초래한다”라면서 “지난 20대 국회부터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방식의 변경을 지금 야당이 여당이었을 때 처리하지 않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강행처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민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도 이런 논의가 많았는데 그때 왜 다수 의석으로 관철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이걸 추진하는 것이냐”라며 “그때 반대했던 이유가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을 제약하는 것이었다고 알고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월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라며 “농민을 거부하고 간호사도 거부한 데 이어 이제는 대다수 일하는 국민과 민주주의까지 거부한다면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민주당 “이 위원장 탄핵 끝을 볼 것” 경고, 국민의힘 “습관적 탄핵, 다수의 횡포” 비판 ★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진행키로 한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것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고,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72시간이 지나도록 표결하지 못하면 안건은 자동 폐기됩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로 본회의가 24시간 이상 이어졌다면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1987년 현행 헌법이 시행된 이래 36년간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모두 6차례이고, 그중 절반이 지난 1년 사이 민주당에 의해 강행 통과됐다”라며 “다수의 횡포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여전히 습관적으로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파괴하는 위헌적 행위”라며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탄핵안이 번번이 기각되는데도 다시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 행정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의 손발을 묶어 국정을 마비시키고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하려는 속셈”이라고 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이 위원장 탄핵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꼼수가 보여준 방송 장악 노골화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라며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자 황급히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는 꼼수로 탄핵안 처리를 방해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국회의장께 정당한 절차를 거쳐 발의된 탄핵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만약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원칙과 기준대로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모두 준수해 법을 위반한 공직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해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다시 열거나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철회한 뒤 본회의가 이틀 연속 열리는 11월 30일에 다시 보고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72시간 이내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자동 폐기 수순이라는 입장입니다. 윤 원내대표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본회의가 잡힐 수도 없고, 탄핵안은 자동 폐기되는 것”이라며 “국회법에 규정된 법 취지에 맞게 국회의장이 운용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반복하며 언론의 자유와 방송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탄핵은 멈출 수 없다”라며 “반드시 끝을 보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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