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전국노래자랑'과 SBS 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공통점은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점입니다. 세 프로그램의 진행 시작 연도를 합치면 도합 94년입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국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시대에 맞춰 '변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1980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은 고 송해의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일요일 낮을 책임졌습니다. 송해가 세상을 떠나면서 '전국노래자랑'의 MC 자리는 공석이 됐습니다. KBS 측은 고심 끝에 김신영을 고 송해의 후임으로 낙점했습니다. 김상미 CP는 김신영에 대해 대중과 함께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김신영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전국노래자랑' 최초의 여성 단독 MC가 된 김신영 역시 "가문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합니다.

김신영은 2022년 10월부터 '전국노래자랑'의 MC로 활약했습니다. 시청률은 4%~6%대를 왔다 갔다 했고, 지난해 연말 최고 시청률 7.7%를 기록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은 고정 시청자들 덕분에 큰 낙폭 없이 비슷한 숫자를 유지할 뿐 반등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4일 김신영이 일방적으로 MC 교체 통보로 '전국노래자랑'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에 따르면 김신영은 3월 9일 마지막 녹화를 마쳤습니다.

김신영의 후임은 남희석이었습니다. 김신영의 하차 선언과 함께 후임으로 남희석이 낙점됐습니다. 시청자들은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김신영의 하차 반대 청원을 제기했습니다. KBS는 "(김신영 님이 송해 선생님의 후임자로 발탁된 이후)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고, 시청자 민원을 통해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됐다.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작진은 다양한 특집을 기획하는 등 김신영 님과 함께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오랜 세월 프로그램을 사랑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에 앞서 KBS는 예능 프로그램 '홍김동전'과 '옥탑방의 문제아들'을 폐지했습니다. 두 프로그램 역시 갑작스럽게 폐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사저널 그날'도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종영됐으나 오는 5월에 새롭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KBS와 마찬가지로 이어 SBS도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김창완은 3월 14일 2000년 10월부터 진행한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마지막 방송을 마쳤습니다. 그는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다 목이 메기도 하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창완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귀가 저절로 닫히는 느낌이었다, 현실감이 없더라"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1월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설에 휘말렸습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측은 방송사로부터 폐지 통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SBS 시사교양본부 PD들은 성명을 통해 "폐지를 반대하고 편승 측에 시간대 이동을 요청했다"라면서 "힘을 모아 '세상에 이런 일이'를 지켜야 할 때다.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시사교양본부를 이끌어 가는 보직자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까지 잃게 될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폐지가 아닌 휴지기를 갖습니다. SBS 관계자는 "방송 26주년에 맞춰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5월부터 잠시 휴지기를 갖는다"라면서 "파리 올림픽 이후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라고 했습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장수 프로그램 폐지 혹은 휴지기 등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터입니다. 이는 시청률을 통한 광고 수익 때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드라마의 경우 재밌으면 시청자들이 너도나도 보지만, 예능과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방송국도 시대에 맞춰 변화를 선택한 셈입니다. 변화엔 고통이 따릅니다. 변화하는 것, 그 과정의 고통을 보듬어가는 방법론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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