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조직운영 방안 마련 위해 TF·노사 대책위 구성

TBS 경영진이 민영화 등 조직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TF와 노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경영진은 이번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같은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TBS 경영진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2년여를 이어져 온 경영위기 속에서 양 노동조합을 포함한 직원들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하시는 답을 안겨 드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떠나는 직원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붙잡을 여력이 없다. 이번 조기희망퇴직 신청이 목표 인원에 미달할 경우 계속 수당을 지급하며 희망퇴직 접수를 이어갈 것이라는 약속을 드릴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TBS는 직원 112명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희망퇴직 신청은 18일까지 받으며 이달 24일 최종 결과가 나옵니다. TBS는 올해 사업계획서에서 희망퇴직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노사협의를 통해 직권면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TBS 경영진은 민영화 등 조직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들을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경영진은 “노조와 간담회를 통해 향후 민영화를 비롯한 재단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운영 방안으로써 전략기획실 내 (가칭)비상대책TF 구성 계획을 공유했고, 이와 별개로 노사 대책위원회 구성을 협의했다”라며 “해고 회피 노력과 50일 전 조기희망퇴직 후속대책이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 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과정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측은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 50일 전 노동조합과 관련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희망퇴직 목표 인원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이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TBS 경영진은 “남아 계실 직원분들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달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남은 직원에게도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라며 “추가적인 출연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작비와 인건비를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 곧 있을 인사이동을 통해 경륜 있으신 분들의 경험과 인맥을 우리의 마케팅 역량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주어진 책임을 통감하면서 조직 위기 상황의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전해드린다”라고 강조했습니다.

18일까지 직원 112명 희망퇴직 신청 받아
'TBS 민영화' 시계추 빠르게 돌고 있어
정태익 "200명 이하일 때 인수 가능 계산"

'TBS 민영화' 시계추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태익 TBS 대표가 민영화 수순이라 밝혔던 112명 규모 희망퇴직이 조만간 마무리 될 전망입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TBS는 오는 18일까지 1~19년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조기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24일 최종 결과를 밝힐 예정입니다. 조기희망퇴직수당은 퇴직 당시 기본급의 2개월분, 목표 인원은 112명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TBS 직원(292명)의 38% 이상을 내보내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 희망퇴직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입니다. 서울시의회가 TBS에 편성한 출연금 규모는 92억 9769만 원입니다. 이 중 인건비는 직원 180명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72억 9552만 원입니다. 희망퇴직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회사 경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TBS는 올해 사업계획서에서 희망퇴직 대상자가 아닌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 전제 전직교육을 실시하고, 희망퇴직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노사협의롤 통해 직권면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희망퇴직은 민영화의 시작 단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정태익 대표이사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조기희망퇴직 실시 안건을 논의하면서 “어떤 (TBS)구매자가 나타나서 방송사를 구매하거나 관심을 가질 때 양적 규모가 200명 이하일 때 인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에서 '180명'이 정해진 것”이라며 “지역 공영방송의 정체성에 대한 변화를 꾀한다면 인원에 대한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TBS 민영화를 고려하고 조기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뜻입니다.

TBS 구성원들은 정태익 TBS 대표에게 '올해 하반기 경영 계획을 밝혀달라'고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TBS 구성원 A씨는 미디어오늘에 “전체 인력 3분의1이 나가야 하는 매우 엄중한 상황임에도 조직은 마치 생존자가 없는 유령선과도 같다”라며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걸쳐 진행된 탄압 국면에서 모두가 패배주의에 빠져있다. 당장 몇 주 후에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라고 탄식했습니다.

김희경 TBS 이사(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연구교수)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TBS 사업계획서에는) 6월부터 12월까지는 전혀 계획이 없다. 112명을 감축하더라도 그 이후의 계획은 보이지 않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지역 공영방송사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픈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사업계획서에 썼는데, 민간 자본을 끌어온다는 계획은 상충된다. TBS가 없어지자는 계획서이지, 운영하겠다는 계획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프리랜서 작가엔 계약 만료 통보, 엑셀에 포토샵 등 핵심 라이센스 낼 돈도 없어
"방송이 힘없이 죽어가는 모습에 직원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구성원 절규

인건비 수준의 예산으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미디어 재단 TBS가 각종 비용을 없애고 프리랜서 작가들을 내보내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발생한 외부 진행자 줄하차에 이어 '해시태그', '변상욱 Show' 등 남아있는 프로그램들마저 없어지면서 구성원들의 절망감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현재 TBS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어도비 포토샵 등 각종 프로그램의 라이센스 비용도 지불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BS 내부에 따르면 새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는 제작비는 현재 '0원'입니다. 기존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도 어려워 작가, PD, 진행자로 꾸려지던 라디오 제작진 구성을 PD와 진행자로 바꾸고 있습니다.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작가들에겐 모두가 원치 않는 '계약만료'를 통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TBS A 작가는 14일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라디오 작가는 길게는 몇 년씩 장기간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식구처럼 일했던 구성원인데 예산 때문에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개편 시즌이 지났고 제작진이 보통 팀단위로 구성된다. 프리랜서 작가가 중간에 다른 곳과 계약하기가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TBS FM '라디오를 켜라 정연주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는 정연주 아나운서는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작가님이 없으니 출근시간을 당겨 직접 원고를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도 작가의 전문성이 있으니까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해부터 이미 제작비 절감 차원으로 원고료를 삭감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절감이었는데 이번엔 절감할 게 없이 아예 제작비가 0원”이라고 말했습니다.

TBS는 2년 연속 예산이 크게 삭감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2021년 출연금이 55억 원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도 88억 원이 깎였습니다. 232억 원의 올해 출연금은 TBS의 지난해 인건비(230억 원)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삭감된 예산안이 확정되자 지난해 연말을 마지막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등의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폐지했습니다.

당시 폐지를 피했던 '정준희의 해시태그'도 지난 2월 막을 내렸습니다. 변상욱 대기자가 '우리 동네 라이브'에서 1월 하차한 데 이어 유튜브의 '변상욱 Show' 역시 1월 끝이 났습니다. 유튜브 '짤짤이 Show'는 폐지 대신 주 2회 방송에서 주 1회로 시간을 줄였지만 계속 방송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A작가는 “제작진들에게 프로그램은 자식과 같다. 인기가 없어진 거면 아프지만 받아들일 텐데 돈이 없어서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있으니 받아들이기 다들 힘들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짤짤이 Show' 등을 담당하고 있는 김호정 PD는 “방송은 굴러가야 하니 아나운서들이 돌아가면서 방송을 채우고, PD들이 원고를 쓰고 네이버를 검색해서 날씨와 생활정보를 찾아 방송을 만들고 있다”라며 “자연히 그런 콘텐츠들은 시장성이 낮다. 수익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정연주 아나운서는 “라디오에 출연하던 외부 인원은 지난해 다 이별하고 방송국 구성원들로 '가내수공업'하고 있다.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에 투입될 때 3000원 가량의 '출연자료비'를 받는데 그것마저 없어질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라며 “출장비 0원에 차량도 렌트할 수 없어 보도부 기자들은 취재할 때 손수 운전해서 출장간다고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TBS는 법적으로 상업광고를 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 출연금이 깎이면 마땅히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공공기관 협찬이 있지만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구성과 여당 출신 서울시장, 대통령 아래에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공공기관 협찬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김어준 등의 외부 진행자 하차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이 강경하게 지원 불가를 내세우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 인건비 수준의 예산마저도 'TBS 조례 폐지안' 가결로 2024년 1월 전부 끊깁니다.

김호정 PD는 “선거 이후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수언론이나 후보자들 모두 발전적으로 TBS를 어떻게 키워나갈까에 대한 고민보다 그저 특정 프로그램을 공격하기 바빴다. 돈줄을 막는 방식으로 회사를 압박하다 지금은 방치의 상황”이라며 “방송사가 독자적으로 성장해나갈 재원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데 아직 그 과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예산을 끊어버렸다. 그냥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김 PD는 “현재 TBS는 라이센스 비용을 내지 못해 알집은 계약이 종료됐고 MS오피스 등 일반 사무를 위한 프로그램도 이달 말 계약 종료가 예정된 상태다. 더군다나 포토샵, 프리미어처럼 방송 제작에 핵심적인 프로그램에 필요한 '어도비 라이센스'도 종료 예정일이 다가와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라며 “몇몇 PD들은 개인 노트북으로 구매한 라이센스를 통해 회사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하루 아침에 방송이 폐지되고, 온 마음을 다 바쳤던 방송이 힘없이 죽어가는 모습들을 보며 직원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TBS가 그래도 노력해야지'라고 말하는 것은 공염불”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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