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박민 KBS 사장 앞으로 '위수탁계약 종료 알림'

공영방송 TV 수신료 고지·징수업무를 맡아온 한국전력이 KBS에 관련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7일 박민 KBS 사장 앞으로 'TV 수신료 징수업무 위수탁계약 종료 알림'을 공문 형태로 통보했습니다.

그 배경으로 KBS 본부는 “사측이 한전에 5월 (분리고지를 위한) 업무이관을 못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과 지난달 말 분리납부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한 사측이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측은 스스로 내뱉은 말조차도 지키지 못했다. 그러면서 계약 해지라는 더 큰 폭탄을 불러왔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한전은 KBS와의 위·수탁 계약에 따라 지난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함께 TV 수신료 항목을 고지하고 징수하는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정부가 통합 고지와 징수를 모두 금지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한전이 올해 연말까지 남은 위·수탁 계약 기간을 유지할지 관심이 모였습니다. KBS는 자체적인 고지 및 징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박민 사장이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로 3000억 원대의 누적 적자”를 예상한 것보다 더욱 큰 규모의 재정 위기가 급속화할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KBS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장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6일 2000회를 맞는 ‘2TV 생생정보’와 1970년부터 현재까지 방송 중인 1TV 간판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 은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힙니다. 1957년부터 66년째 전파를 타고 있는 KBS 한민족방송, KBS 제1라디오, KBS 제3라디오의 ‘KBS 무대’는 대한민국 최장수 라디오 드라마 프로그램의 자존심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장수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건 콘텐츠를 사랑하는 시청자와 청취자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때문에 출연자에게 하차를 통보할 때도 해당 출연자를 아끼는 시청자들을 대신해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소통 없는 일방적인 통보는 수신료의 가치와 공영방송의 품위를 깎아먹습니다.

지난 4일 KBS는 1TV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를 남희석으로 교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어온 김신영은 9일 인천광역시 서구 편 녹화를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이 같은 KBS의 결정은 김신영은 물론 제작진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일방적 하차 통보였습니다. 김신영의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 측은 같은날 “제작진이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하여 연락이 왔고 지난주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갑작스러운 김신영의 하차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차 이유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 김신영 하차 반대 청원을 진행했습니다. KBS는 김신영의 하차 이유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전국을 누비며 중장년층에 오랜 사랑을 받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은 현재까지도 굳건하게 일요일 낮 시간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1980년 11월 9일 방영을 시작해 지난 2월 25일 기준 2060회를 맞이했습니다. EBS 1TV ‘장학퀴즈’가 1973년 2월 18일에 방영해 현존하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노래자랑’도 못지않은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KBS는 현재 수신료 분리 징수 등으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감원과 예산 삭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과 1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최근 폐지된 KBS 예능 프로그램만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로 두 개입니다.

박민 KBS 사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공사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KBS 미래 비전과 함께 상반기 내 조직 개편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청자를 위한 책무 이행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장수 프로그램을 여럿 둔 ‘공영방송의 위엄’은 어느날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데는 시청자들의 성원과 프로그램을 위해 힘쓴 제작진, 출연자들의 노고가 있습니다. KBS는 계속된 일방적 통보가 아닌 출연자와 시청자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매너로 공영방송의 품격을 보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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