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 날 밤, 현장으로 달려가는 내 마음은 간절했지만 젊은 후배 소방관 2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나는 소방과 결혼했습니다”라던 그들의 소방 정신은 누구보다 뜨거웠고 국민 안전을 향한 사명감은 컸습니다. 故 김수광 소방장, 故 박수훈 소방교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봅니다. 뜨겁고 캄캄한 화마 속에서 소방관의 사명을 다하고 꺼지지 않는 불굴의 용기를 보여준 두 분의 헌신과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몇 해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소재로 다뤘습니다. 당시 생존자들은 "재난은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재난 생존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잠재적 재난 생존자'라는 단어가 유독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소방관으로 살아오면서 재난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소방관이 느끼는 행복과 보람도 있지만, 반대로 위험과도 뗄 순 없습니다. 구조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불길 속이든 물속이든 뛰어드는 것이 소방관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소방관은 생사를 같이하는 동료를 가족으로 여깁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옆 사람과 두 손을 맞잡는데, 재난 현장에서 끝까지 동료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소방관이 사고 현장에서 보호해야 할 생명에는 소방관도 포함된다'라고 조언해 주신 분도 있는데 맞는 말씀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안전을 스스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소방청은 합동사고조사단을 꾸려 30일간 조사를 진행합니다.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 제도와 지침을 점검하고 보완할 것입니다. 또한 유가족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속적인 소통으로 조직 차원의 지원도 이어갈 것입니다. 모두 '소방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묻는 설날 명절입니다. 슬픔 속에도 소방은 변함없이 국민의 안전한 명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국의 소방서는 특별 경계 근무에 돌입하고 출동 준비도 완료했습니다. “안에 사람이 있다”라는 말에 불길 속으로 뛰어든 두 젊은 소방관의 용기를 가슴에 품고 오늘도 우리는 담담히 내일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재난 현장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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