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최종회 나올 때까지 묵혀놨다가 완결되면 한 번에 정주행해요."

취업준비생 강민우 씨(29)씨는 "마지막으로 TV 프로그램 본방송 시간을 맞춰 본 게 3년 전"이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보기 때문에 굳이 방송 시간에 맞춰 TV 볼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대학생 이연우 씨(24)도 "최근에 드라마를 본방으로 챙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며 "OTT를 몇 개 구독하고 있어서 시간 맞춰 보지 않아도 된다. OTT에서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더 재미있고 퀄리티(품질)도 좋아서 TV 방송은 거의 보지 않게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OTT 강세에 케이블 TV·IPTV "어쩌나" ★

OTT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케이블과 유료방송 업계가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TV에서도 본방송 편성 드라마 수를 줄이는 추세입니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23년 OTT 이용률은 7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66.3%였던 이용률은 4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었습니다. 반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유료방송 서비스(인터넷 TV·케이블 TV 포함)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IPTV 업계 관계자는 "IPTV에 OTT 서비스를 넣는 게 필수가 된 분위기입니다. 사용자들이 최대한 많은 OTT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휴 업체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라며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 소개 등 기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방송시장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가 폭도 쪼그라들거나 감소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블TV·IPTV 등 유료방송 이용자의 37%가 코드 커팅(유료방송 해지 및 OTT 가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중 4%가 '해지할 계획', 33%는 '고민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 TV 편성 드라마 이제 8개뿐 ★

방송국들은 양보다는 높은 제작비를 투자해 질로 승부하는 시대에 들어서자 수익성이 적은 사업부터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소위 드라마 '본방 사수(본방송 송출 시간에 시청하는 것)'도 이제는 구시대 문화가 됐습니다. 과거 각 방송국에서는 월화, 수목, 주말 드라마 등으로 매주 3개씩 방영했으나 최근엔 1~2개만 방영하거나 아예 방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TV 방송을 통째로 편성된 드라마는 총 8개에 불과합니다. 요일별로 월화 드라마 2개(KBS 2TV·tvN), 금토 드라마 2개(MBC·SBS), 주말 드라마 1개(tvN)에 일일 드라마 3개(KBS 1TV·KBS 2TV·MBC)에 그쳤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인 JTBC와 TV조선은 방영 중인 드라마가 없습니다.

광고 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품이 흥행하더라도 광고 수익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2022년 전체 광고 시장에서 방송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6%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규모도 2조 8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2조 9910억원)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반적으로 제작 드라마 편수가 줄어든게 근본적 원인이다. 방송국 드라마 제작의 투자 대비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송국은 드라마 제작비가 올라가고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광고도 디지털 플랫폼과 콘텐츠에 뺏기고 있어 앞으로 방송 편성 드라마 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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