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첫날부터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조직 통폐합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박 사장이 오자마자 KBS 2TV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의 편성이 방송 당일 사라졌습니다. 뉴스 9의 간판 앵커 이소정 씨와 ‘주진우 라이브’의 주진우 씨 등은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아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13일 KBS에 따르면 이날부터 나흘간 ‘더 라이브’가 편성에서 빠집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대엔 13일~14일 ‘대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15일 ‘개그 콘서트 스페셜’, 16일 ‘골든걸스 스페셜’ 등 재방송이 편성됐습니다. 사전 고지도 없이 결방이 갑작스럽게 통보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더 라이브’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더 라이브’는 KBS 시사교양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이 밖에 1TV 메인 뉴스 ‘뉴스 9’를 4년 동안 진행한 이소정 앵커, 1R 시사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인 주진우 씨 등도 갑작스럽게 하차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쯤 라디오 센터장 내정자는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전화해 “주진우 앵커가 하차하게 됐으니 주 앵커에게 하차를 통보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 사장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한 날 벌어진 일입니다.

노조 조합원들은 “아직 발령도 나기 전의 간부가 현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해서 담당 프로그램의 앵커가 하차하게 됐다고 통보를 하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우”라며 “3년 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앵커와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시간, 또 청취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단 하루의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방송 전날 저녁에 통보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오늘 뉴스 리포트를 ‘박민 사장 취임사’를 중심으로 제작할 예정이고,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더 이상 방송되지 않는다”라며 “박 사장 출근 첫날 편성 규약과 제작 자율성을 한 방에 무너뜨렸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조는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 프로그램 편성 삭제 등과 관련한 보직자들을 상대로 방송법 위반 및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에서 진행된 취임식에 참석해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된다”라며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국내 주요 지상파들이 제작 시스템을 혁신하고 변화를 꾀했으나 KBS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라며 “자기 혁신이 선행되면 KBS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국민이 KBS의 필요성에 공감하면 재정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와 2TV 재허가 그리고 예산 지원 삭감 등 KBS가 직면한 위기를 언급하며 “KBS 위기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지적받고, 공정과 공익과 공영의 가치보다 정파성과 정실주의를 앞세운다는 얘기도 듣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사장은 1992년 문화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습니다. 법조언론인클럽 회장과 관훈클럽 총무 등을 역임했습니다. 박 사장의 임기는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 9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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