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도내 곳곳에서 100건 이상의 피해가 속출했으나 사상자 등 대규모 수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10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이날 오후 8시께 충주를 거쳐 경기도 남부지역으로 북상했다.

당초 오후 3시께 청주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남해안 상륙 후 대구와 상주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후 6시께 충주를 지났다.

당시 태풍 규모는 중심기압 985hPa, 최대풍속 초속 22m로 약화했다. 강도는 '중'에서 등급이 부여되지 않을 정도까지 떨어졌다. 태풍 강도는 최대풍속이 초속 25m 이상일 때부터 매겨진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일 강수량은 영동 204.5㎜, 단양 157㎜, 괴산 142㎜, 청주 135.5㎜, 옥천 127㎜, 증평 123.5㎜, 진천 123㎜, 음성 116.5㎜, 충주 115.4㎜, 보은 97.8㎜, 제천 82.4㎜를 기록했다.

최대 풍속은 괴산 청천의 초속 23.2m로 측정됐다.

충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도로파손 2건, 철도 1건, 주택침수 1건, 수목전도 46건, 배수지원 7건, 안전조치 6건, 토사유출 7건, 도로침수 7건의 피해를 잠정 집계했다.

59가구, 128명은 침수 우려로 일시 대피한 상태다.

영동군 영동읍 회동리에서는 삼봉천 수위 상승으로 15가구 30여명이 고지대로 대피했고, 영동읍 화산리 한 야산에선 옹벽 붕괴로 2가구 5명이 몸을 피했다.

영동군 상촌면 고지대에 위치한 캠핑장에서도 50명이 고립돼 비상 식량이 지원됐다.

소방당국에는 오후 5시까지 12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배수지원 4건, 수목전도 60건, 맨홀 2건, 전기시설 2건, 간판 5건, 도로 9건, 제방 2건 등의 안전조치 활동이 이뤄졌다.

수령 600여년의 보은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은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곁가지 2개를 잃었다.

충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하상도로 4곳, 지하차도 10곳, 둔치주차장 27곳, 일반도로 29곳, 세월교 4곳을 통제하고 소백산과 월악산, 속리산 국립공원의 입산을 전면 금지했다.

청주국제공항에선 항공기 39편이 결항됐다.

태풍 '카눈'은 이날 자정 경기도 북부를 거쳐 북한으로 넘어간 뒤 11일 오전 9시 평양 인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소멸할 전망이다.

11일 새벽까지 충북지역 예상 강수량은 5~40㎜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 30분 도내 전역에 내려졌던 태풍경보를 태풍주의보로 격화한 뒤 오후 10시를 기해 보은·옥천·영동지역의 태풍주의보를 해제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서울에 최근접한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가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주재 수도권 대처상황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했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카눈의 강한 바람과 많은 비로 인해 남부지역에서 농작물과 주택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며 “태풍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갈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인명피해 예방에 총력 대응해달라”고 했다.

영상회의에 참석한 김명선 강원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는 “강원 지역은 고성군과 삼척시 일대에 이틀 사이 최대 383mm 비가 내려 주민 411명이 대피했다”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때까지 주민 예찰활동과 태풍 피해 감시활동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강원도는 산사태 및 사면붕괴 우려지역을 중점으로 관광객 및 주민 대피에 집중할 예정이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차츰 벗어나는 11일부터 태풍 피해복구 체제로 일부 전환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11일 오전, 속초시 청초교·속초수산시장 등 침수 및 범람 피해가 발생했던 동해안 지역을 찾아 피해 현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10일 오후 10시 기준 강원 지역 누적 강우량은 지역별로 고성군(402.7mm)·삼척시(387mm)·속초시(364.5mm)·인제군(364.5mm)·강릉시(346.9mm)·양양군(305mm)·동해시(278.5mm) 등을 보이고 있다.

주민 690명은 경로당·마을회관 등으로 임시 대피했다. 인명피해는 없으며 시설피해 44이(주택 침수 23건, 도로침수 4건, 토사유출 5건, 체육시설 옹벽붕괴 1건 등) 발생했다.

태풍 카눈 영향권에 접어든 10일 강원 동해안을 중심으로 4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이 그야말로 물바다로 변했다.

소방 당국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가 쇄도했고, 침수 피해가 집중된 도로는 마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지자체는 재난 문자 발송을 통한 안전사고 예방 안내와 현장 활동에 주력했다.

태풍 영향권에서 차츰 벗어나는 가운데 동해안 6개 시군에서만 피해 사례가 360건이 발생했고, 주민 837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잠기고 무너지고 쓰러지고…동해안 곳곳 생채기

카눈은 동해안 6개 시군을 집중해서 할퀴었다.

고성군은 현재까지 주택 침수 37건, 차량 침수 4건, 산사태 4건, 공설시장 침수 1건, 통신주 전도 2건 등 총 43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또 경로당과 학교 등에 76세대 333명이 대피한 상태다.

속초에서는 주택 44곳, 상가 32곳, 도로 23곳, 주차장 2곳 등 101곳에서 침수 피해가 났다.

하수관 역류 11건, 축대·옹벽 무너짐 9건, 산사태 6건, 토사 유출 3건 등 소수 피해 사례까지 모두 합하면 피해는 총 140건이다. 대피 인원은 14세대 51명이다.

양양에서는 주택 침수 10건, 상가 침수 2건, 토사 유출 2건, 사면 유실 1건, 기타 14건 등 총 3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피 인원은 110명이다.

강릉에서는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에서 각각 17건과 47건이 발생했으며, 대피 인원은 123가구 205명으로 집계됐다.

동해는 현재까지 시설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8가구 14명만이 일시 대피했다.

삼척에선 총 79건의 피해가 났고, 주민 124명이 위험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이밖에 다른 시군에서도 피해 사례가 소수 있었으나 그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속초 402.6㎜ 전국 최다 강수…오후 한때 시간당 91.3㎜ 극한호우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8시까지 속초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2.6㎜가 쏟아졌다.

뒤를 이어 삼척 궁촌이 387㎜를 기록했고, 강릉에도 346.9㎜가 내렸다.

고성 대진에는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84㎜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속초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상 오후 2시 5분부터 오후 3시 5분까지 91.3㎜ 비가 내리는 등 동해안 곳곳에서 70∼80㎜의 비가 폭포수처럼 내려 물바다가 됐다.

한두삼 속초관광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오후 1시께부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내렸다. 태풍 전에 배수로 정비를 다 마쳤지만, 비가 이렇게 쏟아지니 대책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3시께 무릎 근처까지 시장이 물이 차 양수기와 펌프를 동원해 겨우 물을 빼냈다"고 설명했다.

고성에서는 하천 범람, 도로 침수, 산사태 위험이 잇따르자 군청에서 거진읍 거진 1∼10리 주민 대피령을 시작으로 현내면 대진리, 간성읍 금수리, 죽왕면 오호리·삼포리 등 주민대피령을 쏟아내다시피 발령했다.

기상청은 내일(11일)까지 영동 중북부에 50∼150㎜의 비가 내리고, 많은 곳은 250㎜ 이상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영동 남부에는 10∼50㎜, 영서에는 50∼100㎜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태풍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남에 따라 예상 강수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찻길·하늘길·철길 차질…침수 피해로 곳곳 '마비'

침수 피해가 집중된 도로는 마비되다시피 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오후 한때 도로 57곳이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됐으나 차츰 통행이 재개되고 있다.

속초와 고성, 강릉 시내, 해안도로 곳곳에서는 빗물이 높게는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큼 차오르는 등 물바다가 되면서 일부 도로도 통제됐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동해안 7번 국도 4개 구간의 통행이 전면 또는 일부 차단된 상태다.

7번 국도 하부도로 7곳과 35번 국도 하부도로는 침수로 인해 양방향 통행길이 막혔으며, 46번 국도 일부 구간도 부분 통제 중이다.

인제 군도 4호선과 정선 군도 3호선을 비롯해 미시령 옛길 인제∼고성 13㎞ 구간 등도 통제 상태다.

이밖에 둔치주차장 11곳과 하천변 산책로 240곳도 출입이 제한됐으며, 설악산·오대산·치악산·태백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61곳도 통제 중이다.

원주∼제주 항공편 2개 노선, 양양∼김포 항공편 2개 노선도 결항하는 등 항공편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졌고, 태백선, 영동선, 중앙선, 관광열차의 운행이 중단됐다.

잠기고, 깨지고…강풍 동반 폭우에 119 신고 쇄도

피해가 속출하면서 소방 당국에는 현재까지도 119 신고가 잇따랐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인명구조 4건, 대피 유도 13건, 배수 지원 12건, 나무 제거 등 안전 조치 300여건 등 총 426건의 소방 활동을 했다.

절반 이상에 달하는 신고가 강릉, 속초, 고성에 집중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후 4시 13분께 영월군 연하리에서는 차량 침수로 탑승자 2명이 고립됐다가 40여분 만에 구조됐다.

오후 3시 15분께 강릉시 경포호 인근 도로에서는 침수 피해로 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일부가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강한 빗줄기와 함께 강풍까지 불어닥치면서 인제군 고사리에서는 지붕과 창문이 파손됐고, 강릉시 명주동에서는 담벼락이 무너져 주민 2명이 대피했으며, 정선군 여량면에서도 도로 위로 쏟아진 흙과 돌이 쏟아지는 등 아찔한 사고가 잇따랐다.

한강 수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팔당댐은 초당 2300t을 방류하는 등 수위 조절 중이다.

춘천댐과 의암댐은 오후 6시 30분, 청평댐도 오후 9시를 기해 수문을 모두 닫았다.

경남도는 제6호 태풍 '카눈'이 경남을 휩쓸고 지나갔으나 10일 오후 5시 현재까지 농경지 침수 및 주택가 정전 사고 등 비교적 가벼운 피해만 발생했고,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경남을 관통하는 강도 '강'의 태풍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사전점검, 대피통제, 상황관리 및 위기대응으로 이어지는 철저한 재난대응 관리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경남도는 태풍 북상 전에 철저한 사전 예찰과 선제 대피를 시행했고, 태풍 내습 당시 재난안전컨트롤타워인 재난안전상황실을 필두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시·군, 소방, 경찰 등 관계기관과 연계한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시행했다.

박완수 도지사는 지난 9일부터 집무실에서 도내 CCTV를 직접 확인하면서 모든 상황을 챙기는 등 태풍 대응을 이끌었다.

10일 오전 집무실에서 CCTV를 확인하고 있던 박 지사는 창원천, 남천, 광려천이 범람 우려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긴급 대응을 지시했고, 경남경찰청에 교통, 질서유지와 인명피해 구조요청을 위한 119 비상대기가 이뤄졌다.

창원시 지하차도를 전면 사전 통제한 뒤에는 책임자를 배치하고 39사단 군 병력 400명을 대기하도록 지시하는 등 재난관리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박완수 도지사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대응 시 도출된 자연재난 사전 대비·대응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지시했고, 그 결과 이번 태풍 '카눈'에는 ▲시군 상황관리반 신설 ▲유관기관과의 협업체계 구축 ▲재난대응 업무 분업화 ▲실국장의 시·군 점검 및 재난대비 태세 ▲도지사 이행상황 점검 등 특별대책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수산증식 및 양식 시설, 농축산 시설, 각종 공사장 등 2만4535개소를 사전 점검하고, 조위 상승과 강풍 예상으로 파도 휩쓸림 등 우려지역, 저지대 침수취약 도로 등 521개소를 선제적으로 통제했다.

또한, 주민대피시설 1307개소를 긴급점검하고, 저지대 해일침수지역 등 위험지역 2214가구 3013명이 사전대피했다.

경남도는 지난 6월부터 재난안전상황실을 통해 재난대응 기관 간 상황공유 체계를 선도적으로 강화했다.

특히, 112와 119를 통한 피해신고 폭증에 대비하고 빈틈없는 상황 공유를 위해 전국 최초로 경남소방본부·창원소방본부 119상황실 2개소와 경남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각각 경남도청 직원 2명(사무관 1명, 주무관 1명)을 배치해 합동근무를 실시했다.

이번 합동근무로 침수위험지역 통제, 산사태·하천범람·바닷물 유입 신고 등 피해 지역에 보다 빠르게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기관 간 역할 분담도 신속히 추진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박완수 도지사는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심각한 피해없이 태풍이 지나갔다"면서 "사전 통제와 대피 조치에 불편을 감수해 주신 도민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 경북 포항시는 최근 전국적 폭우로 많은 인명피해·재산피해가 나는 바람에 '2023 7회 영일대 샌드 페스티벌'을 축소 개최한다고 18일 밝혔습니다.

포항시는 애초 22일과 23일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모래 조각 작품 전시와 다양한 체험행사를 함께 여는 영일대 샌드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개막식과 도전 골든벨, 물총 대첩을 진행하지 않고 체험 부스와 어린이 모래 놀이터, 모래 조각 경연대회만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모래 작품 전시는 22일부터 87일까지 이어집니다.

시는 21일과 22일 송도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려던 '1회 송도 바랗 페스타'8월 중으로 연기했습니다이 축제는 바다의 옛말 '바랗'에서 따왔습니다.

유호성 포항시 해양항만과장은 "수해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축소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 경북지역에 집중호우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장병근 씨가 실종됐다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18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35분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했던 60대 장병근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516분쯤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산사태가 장 씨의 집을 덮쳤고, 주택은 흙더미에 매몰돼 통째로 쓸려갔습니다.

그의 아내는 지난 16일 오후 345분쯤 집터로부터 20m 떨어진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날 장 씨는 집터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오후 530분 기준 경북지역 사망자는 모두 22(예천 12, 영주 4, 봉화 4, 문경 2)이며, 실종자는 5명입니다.

★ 1. 경북 예천군 곳곳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례와 같이 빗물과 함께 흙과 바위가 저지대로 쓸려내려와 광범위한 피해를 입히는 ‘산홍수’ 유형의 산사태가 향후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18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산이 먼저 무너져내리는 일반적 유형과는 다릅니다.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산에 비가 스며들지 못하고, 빗물이 계곡을 형성하며 흙이나 바위와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 것입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예천 산사태의 경우 흙이 먼저 붕괴되지 않고, 산 위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계곡을 만들며 쏟아져내린 형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쉬운 용어로 산홍수, 학술적으론 ‘토석류 산사태’라 불린립니다. 흔히 알고 있는 2011년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역시 이에 해당했습니다. 사고 전날 시간당 113㎜의 폭우가 쏟아져 우면산에서 흘러넘친 빗물이 마을과 도로를 덮치면서 16명이 숨진 사고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석류 산사태는 장마가 장기화하는 동시에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기후변화 흐름 속에서 더욱 잦아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산사태 전문가인 최정해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수십㎜ 규모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는 소낙성 강수가 잦아지면, 흙더미가 흘러내려가지 않도록 막는 흙 입자 사이 마찰력도 점점 낮아지면서 토석류 산사태도 앞으로 점점 더 흔한 유형이 될 것”이라며 “특히 산과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산지 인근에 있는 전국 모든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면산 사고를 비롯해 과거 피해가 컸던 대규모 산사태를 보면 모두 토속류 산사태 유형이었기 때문에 대비가 시급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산사태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관련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례로 산림청에선 산사태 취약지구를 지정하고 있지만 이번 산사태 피해가 집중된 곳들은 취약지구가 아니었습니다. 사망자만 5명이 발생하는 등 예천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효자면 백석리를 비롯해 감천면 진평리, 벌방1리, 용문면 사부리 등은 모두 산사태 취약지구가 아니었습니다.

산사태 취약지구는 우면산 산사태 이후 생긴 제도로, 산림청 및 지자체, 전문가 조사를 거쳐 지정합니다. 위험도 4등급 중 1~2등급인 경우 지자체장이 집중 관리하도록 합니다. 취약지구 지정은 경사로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이뤄지는데, 인위적 공사가 이뤄진 경우엔 취약지역에서 제외됩니다. 논밭 역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습니다. 산에 도로가 들어섰을 경우 국토교통부, 집을 지었을 경우 관할 지자체 등으로 소관 부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산을 건드릴 경우 경사로와 상관없이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한데 취약지역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토석류 산사태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사방댐(소규모 댐) 설치 역시 미진한 수준입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사방댐 설치는 1980년부터 시작돼 2020년 기준 1만 2000여 곳으로 늘었지만 산지가 70% 이상인 국내 지형을 고려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토석류 산사태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도 위험성이 크지만, 우선은 취약지역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방댐 설치를 추진하려고 해도 산에 인공 구조물이 들어서는 것이다보니 정작 지역 주민들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북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18일 기준 집중호우 피해 사망자 19명 중 14명이 산사태(매몰)로 숨졌습니다. 사망 피해는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9명)에 집중됐습니다. 실종자 8명 역시 모두 예천 주민입니다. 이밖에 경북에서 호우로 2118가구·3245명이 일시대피했으며, 이중 1622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주택은 233채가 파손되거나 물에 잠겼으며,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 사면 유실 등 66건을 포함해 314건에 이릅니다.

★ 2. 경남 18개 시·군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전 한때 시간당 50mm의 강한 비가 쏟아졌습니다. 약해진 지반 탓에 산사태도 발생했습니다.

기상청과 경남도 등에 따르면 18일 낮 12시 기준으로 경남 18곳 모든 시·군에 호우 경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오전 한때 하동에는 시간당 50mm, 진주에는 4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주에 87.8mm, 하동 84.5mm, 의령 78.5mm, 산청 73.8mm 등 서부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경남에는 내일까지 100~200mm의 비가 더 내릴 전망입니다. 특히 지리산과 남해안 부근에는 최대 250mm 이상의 비가 예보된 상태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비가 지반을 약하게 하면서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거제시 장목면 거가대교 진입도로 거제에서 부산 방향 2차선 도로 옆 사면에서 나무와 함께 흙더미가 쏟아졌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는 차량이나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소방당국 등은 도로에 쏟아진 토사를 치우고 쓰러진 나무를 제거하는 등 응급조치에 나섰습니다. 또 대금IC 방면 차량을 관포IC로 우회 안내 중입니다.

현재 경남의 산사태 위기 경보는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입니다. 현재 18개 시·군 중 진주와 하동은 산사태 경보가, 창원, 통영, 거제 등 13곳은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입니다.

산사태와 축대 붕괴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749가구에 주민 1015명이 사전 대피한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상황에 따라 대피와 귀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택 및 차량, 도로 침수 등의 신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남에는 현재 침수 우려 등을 이유로 둔치 주차장 26곳, 하천변 산책로 및 세월교 187곳, 도로 27곳이 사전 통제된 상태입니다. 또 5개 국립공원 81개 탐방로도 통제 중입니다.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면서 홍수 조절을 위해 진주 남강댐은 18일 낮 12시부터 초당 방류량을 3000t 내로 늘렸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남감댐지사는 홍수 조절을 위해 남강 본류(진주)쪽 수문 3개와 가화천 방향(사천) 수문 12개 등 15개 수문을 연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본류에는 초당 600t이내, 가화천 방향으로는 초당 2400t 이내로 물을 방류하게 됩니다. 남강댐의 최대 방류량은 본류 800t, 가화천 3250t 등 총 4050t입니다. 이번 댐 방류에 따라 남강 본류는 최대 3.18m, 가화천은 최대 2.27m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천 주변 주민과 차량 통행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합니다.

경남도는 비상 2단계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