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플랫폼 시대,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사와 플랫폼들이 드라마 대비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예능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터라 예능 제작은 갈수록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는 그 만큼 어려워졌습니다. 그 가운데 일찌감치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해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들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먼저 장수 예능을 비교적 다수 보유하고 있는 방송사는 KBS입니다. ‘1박 2일’은 16년 전인 2007년 8월 5일에 시작해 2019년 12월 시즌 4 첫선을 보였는데 여전히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안팎의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주말 예능으로써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또한 2012년 4월 7일부터 현재까지 11년간 KBS를 대표하는 음악 예능입니다. 매주 일요일 낮을 책임지는 ‘전국노래자랑’(1980.11.9 ~ ON AIR)은 30여 년간 MC를 맡았던 故 송해(1927.4.27 ~ 2022.6.8)의 죽음 이후 코미디언 김신영 체재로 변화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지상파 MBC와 SBS도 간판 예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능의 명가’로 위세가 대단했던 MBC는 과거 명성에 못 미치더라도 ‘라디오 스타’(2007.5.30 ~ ON AIR)와 ‘나 혼자 산다’(2013.3.22 ~ ON AIR)를 필두로 10년 이상 사랑 받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곧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2015.4.5 ~ ON AIR)과 ‘전지적 참견 시점’(2018.3.3 ~ ON AIR) 등도 장수 예능의 길을 밟고 있습니다. SBS도 어느덧 13년이 된 ‘런닝맨’(2010.7.11 ~ ON AIR)을 장수 프로그램으로 앞세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2017.7.10 ~ ON AIR)은 8년간, ‘미운 우리 새끼’(2016.8.26 ~ ON AIR)도 7년간 꾸준히 시청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해 방송계를 흔든 케이블 또한 오랜 시간 시청자와 함께 한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2009.3.31 ~ 2013.11.26), ‘현장 토크쇼 택시’(2007.9.8 ~ 2017.11.1), ‘코미디 빅리그’(2011.9.17 ~ ON AIR) 등이 화제성과 함께 인기를 구가했으나 순서대로 폐지된 후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2018.8.29 ~ ON AIR), IHQ ‘맛있는 녀석들’(2015.3.13 ~ ON AIR), KBS joy ‘연애의 참견’(2018.1.13 ~ ON AIR), MBC Every 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2017.6.1 ~ ON AIR) 등이 지상파와 다른 매력으로 5년 이상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 종합편성채널 개국과 함께 시작한 MBN ‘나는 자연인이다’(2012.8.22 ~ ON AIR)와 ‘특종세상’(2012.3.9 ~ ON AIR), 채널A ‘나는 몸신이다’(2014.12.17 ~ ON AIR), JTBC ‘아는 형님’(2015.12.5 ~ ON AIR) 등도 장수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장수 예능은 언제나 익숙함과 식상함 사이에서 호평과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습니다. 몇 년간의 비슷한 포맷과 출연자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도 하지만, 익숙한 포맷과 출연자들이 익숙함을 넘어 진부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폐지 후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우리나라 대표 예능 MBC ‘무한도전’(2005.4.23 ~ 2018.3.31) 또한 10여 년간 큰 사랑을 받았으나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따라다녔습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장수 예능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폐지 위기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인기가 시들해지면 결국 폐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라며 “모든 장수 예능 제작진의 고민은 똑같다. 어떻게 고정 시청자층을 가져가면서 이들이 이탈하지 않는 동시에 다른 시청자층을 조금씩이라도 유입시키느냐다”라고 말했습니다.

장수 예능들도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지 않기 위해 변주를 두면서 생존 전략을 세워나가고 있습니다. 주로 일부 출연자들의 교체 또는 시즌제로 신선함을 가미하는 방식입니다. ‘전국노래자랑’(1980.11.9 ~ ON AIR)은 1980년 첫발을 내디딘 당시부터 MC를 맡았던 故 송해(1927.4.27 ~ 2022.6.8)의 죽음으로 코미디언 김신영을 투입해 젊고 신선한 분위기를 꾀했습니다. ‘라디오 스타’(2007.5.30 ~ ON AIR)도 코미디언 안영미를 최초 여성 MC로 내세웠습니다. 매주 출연자와 주제가 바뀌는 ‘나 혼자 산다’(2013.3.22 ~ ON AIR), ‘런닝맨’(2010.7.11 ~ ON AIR),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2012.4.7 ~ ON AIR) 등은 매주 더 색다른 소재와 게스트를 발굴하려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예능은 드라마와 달리 회차가 당초 정해져 있지 않아서 흥미로운 소재가 떨어지면 인기를 얻지 못해 폐지되기 쉽다. 그런데 장수 예능은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을 만한 소재들을 끊임없이 발굴했다는 것”이라며 “인기가 잠시 시들해진다 하더라도 새 시즌을 론칭하거나 편성 시간 변경 등을 시도해 인기를 다시 얻으면 더 장수 예능으로 갈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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