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급 배우들이 연이에 드라마 업계의 제작 불황에 대해 이야기한 가운데, 예능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는 지난 1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과 '홍김동전'을 동시에 폐지했습니다. 현재 KBS는 12년 차 '슈퍼맨이 돌아왔다', 8년 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 2', 6년 차 예능 '개는 훌륭하다' 그리고 지난 2007년 시작해 시즌4로 이어진 '1박 2일' 등 장수 예능들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MBC는 18년 차 '라디오스타', 12년 차 '나 혼자 산다', 7년 차 '전지적 참견 시점', 6년 차 '놀면 뭐하니?' 등이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SBS는 14년 차 '런닝맨', 9년 차 '미운 우리 새끼', 8년 차 예능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 4년 차 '신발 벗고 돌싱포맨' 및 '골때리는 그녀들' 및 '강심장 VS' '덩치 서바이벌-먹찌빠' 등을 방송 중입니다.

TV조선은 현재 방영 중인 6개의 프로그램 중 '노래하는 대한민국' '미스트롯3 갈라쇼' '화요일은 밤이 좋아' 미스터 로또' 등 4개가 트로트 예능이며, 2개는 '조선의 사랑꾼' '아빠하고 나하고' 등 화제성이 보장되는 가족 관찰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MBN은 트로트 예능 '현역가왕' '불타는 장미단' 그리고 13년 차 장수 토크쇼 '속풀이쇼 동치미' 등을 방영 중입니다. 최근에는 '전현무계획' 및 '가보자 GO'를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케이블 채널 tvN 또한 7년째 이어오고 있는 대표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놀라운 토요일'을 포함, 시즌 4까지 진행된 여행 예능 '텐트 밖은 유럽' 시리즈 및 '아파트 404'를 방송하고 있습니다.

현재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국 3사는 굵직한 장수 예능 프로그램 위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종합편성채널 중 TV조선과 MBN은 고정 시청층을 확실히 보유한 트로트 예능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요즘 예능계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새로운 프로그램 및 새 시도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최근 새로운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MBC는 파일럿 예능으로 '송 스틸러'와 '뭐먹을랩'을 지난 연휴에 선보였으며, 그 중 음악 프로그램 '송 스틸러'는 정규 편성이 확정돼 오는 5월에 방송됩니다. 또한 다음달 새 예능 '청소광 브라이언'을 2부작 파일럿으로 공개합니다. SBS는 지난해 예능 '강심장 VS'와 '덩치 서바이벌-먹찌빠'를 론칭했습니다. MBN은 지난 2월 새 여행 예능 '전현무계획', 지난 15일 길거리 토크쇼 '가보자 GO'의 첫 방송을 각각 마쳤습니다. tvN은 최근 유재석 차태현 제니 등이 출연하는 추리 예능 '아파트 404'를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최근에도 새로운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이전과 비교할 때 현 예능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새 포맷의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한 예능 PD는 "투자가 얼어붙어서 제작 편수가 줄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개를 론칭했다면 올해는 3개밖에 못 하게 됐는데 그렇게 되면 스케일이 크거나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위주로 선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예전에는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새 예능이 많이 줄었다"라며 "오히려 수익성이 보장되어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낮아도 지속해서 제작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예능 PD는 "드라마 제작비는 너무 많이 드니까 드라마를 줄이고 예능을 늘리는 것이 이전 추세였는데, 지금은 예능 제작 편수도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선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더라도 자리 잡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예능 PD는 "예능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 만에 인기를 끌고 잘되기가 쉽지 않은데, (방송사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프로그램의 가치를) 길게 보려는 여유가 줄었다"라고 했습니다.

방송가의 위기가 커지면서 이른바 ‘장수 프로그램’들도 변화의 칼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장기간 방송하며 방송사의 상징으로 꼽혀온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와 KBS 1TV ‘전국노래자랑’,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등이 일제히 MC와 DJ 교체 등 재정비에 돌입하면서 시청자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26년째 시청자를 만난 ‘세상에 이런 일이’는 5월 방송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쉬어가는 것은 1998년 5월 첫 방송한 이후 처음입니다. SBS 측은 “폐지가 아닌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휴지기를 갖는 것이다. 7월 파리 올림픽 이후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방송을 재개하더라도 이전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1월 방송사가 “경쟁력이 없다”라며 프로그램 폐지를 논의한 지 2개월여 만에 장기 휴식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첫 회부터 출연한 방송인 임성훈, 박소현 등을 비롯해 일부 진행자들이 바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17일 한 방송국 관계자는 “제작진이 MC 교체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44년째 방송 중인 ‘전국노래자랑’도 개그우먼 김신영을 새로운 MC로 내세운 지 1년 6개월여 만인 12일 방송인 남희석으로 진행자로 교체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와 함께 SBS 파워FM(수도권 기준 FM 107.7㎒) ‘아름다운 이 아침’은 청취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0년 10월부터 23년간 DJ 자리를 지켜온 가수 김창완이 14일 생방송을 마지막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물러났습니다. 후임으로는 배우 봉태규가 18일부터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방송국 관계자들은 이미 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장수 프로그램들마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개편되는 현실이 방송가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PD는 “방송사들이 최근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프로그램 제작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프로그램이 지닌 의미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청률로만 프로그램 존폐를 결정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편수를 급속도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화제성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들을 집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TV 채널의 시사 교양, 예능, 다큐멘터리 등 비드라마 콘텐츠 신작은 총 272편으로 2022년 349건에 비해 22.1% 감소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잇따른 지상파 방송국의 간판 프로그램 폐지 소식에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에 이어 18일, KBS 예능 포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문아')과 '홍김동전'이 마지막 인사를 고하며 종영했습니다.

'옥문아'는 퀴즈 토크쇼답게, 제작진과 출연진이 회식비를 걸고 그동안의 기출문제를 다시 제출하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그간의 퀴즈 복습과 동시에 게스트와의 추억도 돌아보면서 '옥문아'가 달려왔던 7년이란 긴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또한 '홍김동전'은 매번 1%대 시청률 마저도 웃음으로 소화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허심탄회하게 마지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장난스럽지만 제작진과 함께 다른 자리에서라도 뭉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또한 그동안 응원과 지지를 보여준 팬카페에도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SBS TV 장수 교양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폐지 소식이 전해져 대중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습니다. 무려 26년이란 시간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던 프로그램임에도 지난 16일, 담당 PD가 폐지 통보를 받아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지난 연말 '옥문아'와 '홍김동전' 두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종영으로 인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 연이어 전해진 지싱파 방송국 폐지설은 시청자에게 실망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시청자 게시판에는 폐지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 17일에는 '없애지 마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부탁입니다'라고 적은 9살 어린이 시청자의 손편지가 이목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당초 SBS는 "프로그램이 오래된 느낌을 주고 경쟁력이 없다"라는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했으나, 시사교양 PD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는 작가와 PD들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실력을 쌓는 프로그램이다. 본부 전체의 인재 양성 과정, 인력과 자원 배분의 문제를 뒤흔드는 중요한 일"이라면서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 없는 일방적 통보에 강하게 반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BS는 내부에서도 반발로 이견이 나뉜 가운데, SBS는 며칠째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설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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