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편향 논란을 불러온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 씨가 하차한 지 11개월여 만에 KBS 제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의 주진우 씨도 13일 방송에서 물러났습니다.

주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오전 KBS에서 연락을 받았다. 이제 회사에 오지 말라는, 방송을 그만두라는, '주진우 라이브'에서 잘린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토요일 방송에서 오늘 오후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마지막 방송도 못 하고"라며 "(KBS) 간부는 방송 날 해고 통보는 비상식적인 일이고,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안된다고 했다. 사장이 워낙 강경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주진우 라이브'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라며 "하지만 곧 사라질 운명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주씨의 벼락 하차는 박민 신임 KBS 사장이 13일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된다"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한 뒤에 나왔습니다. 박 사장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진행된 취임식을 통해 "지난 10여 년 동안 미디어 시장이 파괴적 변화를 거듭했으나 KBS는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국내 주요 지상파들이 제작 시스템을 혁신하고 변화를 꾀했으나 KBS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자기 혁신이 선행되면 KBS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국민이 KBS의 필요성에 공감하면 재정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사랑과 재정적 안정성을 되찾는다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공영 미디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편성이 삭제된 프로그램은 KBS2 '더 라이브'입니다. KBS는 13일 사내에 이날부터 나흘간 KBS2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편성 삭제'된다고 공지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 방영 시간대는 13일~14일 '대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15일 '개그 콘서트 스페셜', 16일 '골든걸스 스페셜' 등 재방송이 편성됐습니다.

이와 함께 1TV 메인 뉴스 '뉴스 9' 이소정 앵커도 전날 하차 소식을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10일엔 아침 뉴스 '뉴스광장'을 진행해 온 김태욱 앵커와 이윤정 앵커, 오후 뉴스쇼 '사사건건'의 이재석 앵커도 하차 소식을 알린 바 있습니다. 지난달 하차한 최경영 전 기자 후임으로 '최강시사'를 진행하고 있는 김기화 기자도 교체 대상이 됐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TBS 라디오에서 하차한 진보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6년 넘게 진행해오던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마지막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김어준 씨는 해당 방송에서 "저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3년 6개월 후에 돌아올 것"이라며 "오늘은 그 3년 6개월이 시작하는 첫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시 돌아와서 또 다시 (TBS FM 청취율) 1위를 할 것이고 그 후로 20년 간 계속 1위를 할 작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씨는 TBS FM 청취율 1위를 지켜왔지만, 정치 편향 등의 논란도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세금을 받아 운영되는 공영방송 취지에 맞게, 또 교통방송의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또 과도하게 정치화됐고, 심각하게 좌편향된 방송을 했다"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첫날부터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조직 통폐합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박 사장이 오자마자 KBS 2TV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의 편성이 방송 당일 사라졌습니다. 뉴스 9의 간판 앵커 이소정 씨와 ‘주진우 라이브’의 주진우 씨 등은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아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13일 KBS에 따르면 이날부터 나흘간 ‘더 라이브’가 편성에서 빠집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대엔 13일~14일 ‘대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15일 ‘개그 콘서트 스페셜’, 16일 ‘골든걸스 스페셜’ 등 재방송이 편성됐습니다. 사전 고지도 없이 결방이 갑작스럽게 통보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더 라이브’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더 라이브’는 KBS 시사교양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이 밖에 1TV 메인 뉴스 ‘뉴스 9’를 4년 동안 진행한 이소정 앵커, 1R 시사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인 주진우 씨 등도 갑작스럽게 하차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쯤 라디오 센터장 내정자는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전화해 “주진우 앵커가 하차하게 됐으니 주 앵커에게 하차를 통보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 사장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한 날 벌어진 일입니다.

노조 조합원들은 “아직 발령도 나기 전의 간부가 현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해서 담당 프로그램의 앵커가 하차하게 됐다고 통보를 하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우”라며 “3년 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앵커와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시간, 또 청취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단 하루의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방송 전날 저녁에 통보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오늘 뉴스 리포트를 ‘박민 사장 취임사’를 중심으로 제작할 예정이고,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더 이상 방송되지 않는다”라며 “박 사장 출근 첫날 편성 규약과 제작 자율성을 한 방에 무너뜨렸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조는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 프로그램 편성 삭제 등과 관련한 보직자들을 상대로 방송법 위반 및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에서 진행된 취임식에 참석해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된다”라며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국내 주요 지상파들이 제작 시스템을 혁신하고 변화를 꾀했으나 KBS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라며 “자기 혁신이 선행되면 KBS를 향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국민이 KBS의 필요성에 공감하면 재정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와 2TV 재허가 그리고 예산 지원 삭감 등 KBS가 직면한 위기를 언급하며 “KBS 위기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지적받고, 공정과 공익과 공영의 가치보다 정파성과 정실주의를 앞세운다는 얘기도 듣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사장은 1992년 문화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습니다. 법조언론인클럽 회장과 관훈클럽 총무 등을 역임했습니다. 박 사장의 임기는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 9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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