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영향권에 접어든 10일 강원 동해안을 중심으로 4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이 그야말로 물바다로 변했다.

소방 당국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가 쇄도했고, 침수 피해가 집중된 도로는 마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지자체는 재난 문자 발송을 통한 안전사고 예방 안내와 현장 활동에 주력했다.

태풍 영향권에서 차츰 벗어나는 가운데 동해안 6개 시군에서만 피해 사례가 360건이 발생했고, 주민 837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잠기고 무너지고 쓰러지고…동해안 곳곳 생채기

카눈은 동해안 6개 시군을 집중해서 할퀴었다.

고성군은 현재까지 주택 침수 37건, 차량 침수 4건, 산사태 4건, 공설시장 침수 1건, 통신주 전도 2건 등 총 43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또 경로당과 학교 등에 76세대 333명이 대피한 상태다.

속초에서는 주택 44곳, 상가 32곳, 도로 23곳, 주차장 2곳 등 101곳에서 침수 피해가 났다.

하수관 역류 11건, 축대·옹벽 무너짐 9건, 산사태 6건, 토사 유출 3건 등 소수 피해 사례까지 모두 합하면 피해는 총 140건이다. 대피 인원은 14세대 51명이다.

양양에서는 주택 침수 10건, 상가 침수 2건, 토사 유출 2건, 사면 유실 1건, 기타 14건 등 총 3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피 인원은 110명이다.

강릉에서는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에서 각각 17건과 47건이 발생했으며, 대피 인원은 123가구 205명으로 집계됐다.

동해는 현재까지 시설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8가구 14명만이 일시 대피했다.

삼척에선 총 79건의 피해가 났고, 주민 124명이 위험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이밖에 다른 시군에서도 피해 사례가 소수 있었으나 그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속초 402.6㎜ 전국 최다 강수…오후 한때 시간당 91.3㎜ 극한호우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후 8시까지 속초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2.6㎜가 쏟아졌다.

뒤를 이어 삼척 궁촌이 387㎜를 기록했고, 강릉에도 346.9㎜가 내렸다.

고성 대진에는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84㎜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속초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상 오후 2시 5분부터 오후 3시 5분까지 91.3㎜ 비가 내리는 등 동해안 곳곳에서 70∼80㎜의 비가 폭포수처럼 내려 물바다가 됐다.

한두삼 속초관광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오후 1시께부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내렸다. 태풍 전에 배수로 정비를 다 마쳤지만, 비가 이렇게 쏟아지니 대책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3시께 무릎 근처까지 시장이 물이 차 양수기와 펌프를 동원해 겨우 물을 빼냈다"고 설명했다.

고성에서는 하천 범람, 도로 침수, 산사태 위험이 잇따르자 군청에서 거진읍 거진 1∼10리 주민 대피령을 시작으로 현내면 대진리, 간성읍 금수리, 죽왕면 오호리·삼포리 등 주민대피령을 쏟아내다시피 발령했다.

기상청은 내일(11일)까지 영동 중북부에 50∼150㎜의 비가 내리고, 많은 곳은 250㎜ 이상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영동 남부에는 10∼50㎜, 영서에는 50∼100㎜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태풍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남에 따라 예상 강수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찻길·하늘길·철길 차질…침수 피해로 곳곳 '마비'

침수 피해가 집중된 도로는 마비되다시피 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오후 한때 도로 57곳이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됐으나 차츰 통행이 재개되고 있다.

속초와 고성, 강릉 시내, 해안도로 곳곳에서는 빗물이 높게는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큼 차오르는 등 물바다가 되면서 일부 도로도 통제됐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동해안 7번 국도 4개 구간의 통행이 전면 또는 일부 차단된 상태다.

7번 국도 하부도로 7곳과 35번 국도 하부도로는 침수로 인해 양방향 통행길이 막혔으며, 46번 국도 일부 구간도 부분 통제 중이다.

인제 군도 4호선과 정선 군도 3호선을 비롯해 미시령 옛길 인제∼고성 13㎞ 구간 등도 통제 상태다.

이밖에 둔치주차장 11곳과 하천변 산책로 240곳도 출입이 제한됐으며, 설악산·오대산·치악산·태백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61곳도 통제 중이다.

원주∼제주 항공편 2개 노선, 양양∼김포 항공편 2개 노선도 결항하는 등 항공편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졌고, 태백선, 영동선, 중앙선, 관광열차의 운행이 중단됐다.

잠기고, 깨지고…강풍 동반 폭우에 119 신고 쇄도

피해가 속출하면서 소방 당국에는 현재까지도 119 신고가 잇따랐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인명구조 4건, 대피 유도 13건, 배수 지원 12건, 나무 제거 등 안전 조치 300여건 등 총 426건의 소방 활동을 했다.

절반 이상에 달하는 신고가 강릉, 속초, 고성에 집중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후 4시 13분께 영월군 연하리에서는 차량 침수로 탑승자 2명이 고립됐다가 40여분 만에 구조됐다.

오후 3시 15분께 강릉시 경포호 인근 도로에서는 침수 피해로 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일부가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강한 빗줄기와 함께 강풍까지 불어닥치면서 인제군 고사리에서는 지붕과 창문이 파손됐고, 강릉시 명주동에서는 담벼락이 무너져 주민 2명이 대피했으며, 정선군 여량면에서도 도로 위로 쏟아진 흙과 돌이 쏟아지는 등 아찔한 사고가 잇따랐다.

한강 수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팔당댐은 초당 2300t을 방류하는 등 수위 조절 중이다.

춘천댐과 의암댐은 오후 6시 30분, 청평댐도 오후 9시를 기해 수문을 모두 닫았다.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300㎜ 안팎의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도로 유실, 침수 등 피해도 속출했습니다. 카눈 영향으로 제주공항 항공편 운항이 이틀째 차질을 빚었고, 여객선 운항도 전면 통제됐습니다. 또 고속열차(KTX)와 일반열차가 멈춰 섰습니다. 개학한 학교의 절반에 가까운 유치원, 초·중·고교 1579개교는 학사 운영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대구에서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1명이 사망했고, 실종신고도 1건 접수됐습니다.

대구시와 대구시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오후 3시 현재까지 대구는 평균 200㎜, 달서구는 296㎜의 강수량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낙동강 유역인 군위군 무성리 지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이날 오후 1시 10분쯤 대구 군위군 효령면 남천 병천교에서는 67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은 대구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오후 1시 45분쯤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사람이 도랑에 빠졌다"라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당국은 인력을 투입해 실종자를 수색 중입니다.

경남지역에서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355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남도는 이번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이 37.2㏊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36.2㏊는 폭우로 인한 침수였고, 나머지 1㏊는 남해에서 강풍에 벼가 쓰러진 도복 피해입니다.

경남경찰청 2기동대 박준희 경위(34)와 홍준성 경장(31)은 오전 9시 3분쯤 창원시 성산구 대암고 삼거리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중 60대 여성 A씨가 도로에 쏟아진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구조했습니다.

앞서 오전 6시 19분쯤 경남 거제시 능포동 한 아파트에는 벽돌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 다수가 파손됐습니다. 또 오전 6시 12분쯤 함안군 칠원읍에서는 한 시골 폐가가 무너졌습니다. 오전 8시 3분쯤에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광려천 인근에서 70대로 추정되는 노인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30여분 만에 구조됐습니다. 오전 9시쯤에는 창원시 국도 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 지점에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 양방향이 모두 통제됐습니다.

한때 시간당 60㎜가 넘는 비가 내린 경남 창원시에는 침수와 역류 등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이날 오전 7시 21분쯤 창원시 진해구 마천동에서는 하천가에 차량이 밀려 떠내려갔습니다.

부산 해안가에는 상점들의 유리창이 파손되거나 건물의 외벽이 떨어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봤던 부산 서구 송도 해수욕장 곳곳에는 이날 낮 태풍이 지나간 뒤 상흔이 곳곳에서 관찰됐습니다.

송도해수욕장의 명물인 '송도 해상케이블카' 건물에는 외장 마감재 일부가 강한 바람에 뜯겨 나갔습니다. 해안가 한 건물에는 유리창이 여러 장 깨지기도 했습니다. 또 해운대구 마린시티와 수영구 남천 삼익비치아파트 등 일부 도로에는 월파로 인한 침수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부산에는 239건의 각종 피해 신고가 소방본부에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경북에서는 많은 비로 5명이 한때 고립됐다 구조되고 도로가 침수와 사면 유실 등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경북소방은 도로 침수 및 유실, 가로수 전도, 주택 침수, 간판 탈락 등 90여건에 대해 안전조치를 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6시쯤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에서는 400년 된 천연기념물 반송(천연기념물 357호) 일부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했습니다. 현장을 확인한 관계자들은 가지 4개 규모를 잘라냈습니다. 198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독동리 반송은 높이가 13.1m, 밑줄기 둘레는 4.05m입니다. 또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의 가지 2개가 부러졌습니다. 이날 보은군에 따르면 오후 1시 30분쯤 정이품송의 북쪽(법주사쪽) 방향 가지 2개가 부러져 밑으로 축 늘어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공무원들이 발견했습니다. 수령 6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정이품송은 2007년과 2010년, 2021년 태풍이나 돌풍 등에 크고 작은 가지가 연속으로 부러지는 피해를 봤습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를 관통한 제6호 태풍 '카눈' 대응에 집중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카눈이 북한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11일 오전까지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중대본의 대비상황을 보고받고 "정부의 재난 대응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철저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중대본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오전 9시 2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 후 시속 20~30km의 느린 속도로 북상하며 많은 비를 뿌리며 피해를 키웠습니다. 정부는 오전 기준 12개 시·도에서 83개 시·군·구, 7797가구 1만 641명을 일시대피시키는 등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제적 통제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를 주재하고 "각 지자체에서는 위험지역에서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서 반드시 대피토록 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필요하면 재난안전법에 따른 대피 명령과 강제 대피 조치 발동도 검토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지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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