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부터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따로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국무회의에서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서입니다. 공포 즉시 법적 효력은 발생하나, 실제 고지서를 따로 발송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해 10월까진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 1. 30년 운영된 통합징수, 분리 징수로

TV 수신료는 당초 KBS가 전국 방방곡곡에 징수원을 두고 징수하다가 1983년 전두환 정부 내무부가 공과금 일원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전기료, ·하수도료 등과 통합 징수됐고, 이후 1994년 김영삼 정부부터 한국전력공사에 위탁해 전기요금 고지서와 합산 청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KBS·EBS의 수신료를 한국전력의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2023712일부터 분리 징수로 바뀌게 됐습니다. 30년 만입니다.

그동안은 수신료가 전기요금에 합산 징수돼 국민이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TV가 없는데도 수신료를 납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따로 납부하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론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고지하고 징수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금액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잘못 부과된 경우에도 바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분리 징수를 통해)국민들께서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고, 수신료에 대한 관심과 권리 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 2. 과도기엔 수신료 안내도 단전 불이익 사라져

분리 징수는 12일부터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재가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안을 이날 공포하기 때문입니다.

법률상으론 즉시 분리 징수해야 하기에, 통합 징수되는 당분간은 TV 수신료(2500)를 납부하지 않아도 한국전력이 단전 등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없습니다. ‘전기료 미납으로 볼 수 없어서입니다.

다만, TV를 가지고 있는데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방송법(64)에 따라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월 수신료 2,500원 기준 70)이 부과되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 경우 KBS는 방통위 승인을 얻어 국세체납에 준해 강제집행 할 수 있습니다. 방통위는 국민 편익, 집행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3. 10월까지 분리 징수 어떻게?다소 불편

한전이 KBS와 협의해 분리 고지와 분리 징수를 하는 데는 3개월 정도 걸릴 전망입니다. 10월부터 완전한 분리 납부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과도기엔 국민이 스스로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분리해 납부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론 한전 고객센터를 통해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TV 수신료를 제외한 전기요금만 납부하고, 수신료 납부용 별도 지정 계좌는 8월 초에 SMS로 일괄 고지하는 방식이나 지정 계좌나 은행으로, 편의점, 가상계좌를 통해 수동으로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한전과 계약이 안 된 아파트 등의 개별세대는 관리사무소에 TV 수신료와 관리비의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하고 납기일이 715일인 자동이체의 경우 신청기한이 711일로 자동이체 분리 납부 신청이 불가능해 신용카드 등 다른 방법으로 바꿔야 분리 납부가 가능합니다.

★ 4. TV 있다면 KBS·EBS 안 봐도 수신료 내야

TV 수신료는 안 내도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0월부터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돼도 TV 수상기가 있다면 납부 의무가 있습니다.

현행 방송법상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 수신료 납부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KBSEBS를 시청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정부는 “OTT 등을 많이 이용하는 최근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감안하면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도 있겠으나, 현행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분리 징수 후에도 유지된다라고 밝혔습니다. KBS의 수신료 수입은 6933억원(2021년 기준)으로, KBS 전체 수입의 40%에 달합니다.

★ 5. KBS 가처분 신청은 변수

KBS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은 변수입니다. KBS621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 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며, 국회가 법률로 정한 사항을 특별한 근거 없이 행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한하려 한다는 점에서 헌법 원리에 어긋나는 시도라고 밝혔습니다. 별개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KBS 수신료 통합징수 규정을 명확히 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지 않으면 KBS1년에 2000억 원 정도 분리 징수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여야 입장이 갈립니다.

정부·여당은 국민 여론 상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어가는 것은 문제가 크고, 나라마다 징수 방식이 상이한 만큼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NHK, 영국 BBC, 독일 ARD·ZDF는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야당은 지금도 이의신청을 하면 단전 등이 불가능하고 TV 수신료는 서비스 이용 대가가 아닌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수행을 위한 특별부담금으로 국민의 의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KBSEBSTV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개정에 대한 입장을 각각 내놨습니다. KBS는 재원 구조 숙고를 촉구, 헌법소원을 제출했다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EBS는 공적 재원 마련을 위한 후속대책 촉구 입장을 내놨습니다.

12일 김의철 KBS 사장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KBS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에 입법예고 등에 관한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오늘, 수신료 분리 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43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아 헌법소원을 제출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KBS가 상업방송사들이 하기 어려운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 KBS가 존재 가치를 국민께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반성한다. 저희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근 KBS의 사장으로서 KBS 구성원들에게 비상 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내외부에서 지적받고 있는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고쳐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면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우리 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사장은 호소문에서 정부는 이번에 시행령을 개정하는 사유로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우선 수신료 징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라며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고 있는 일본 NHK의 경우 매년 약 6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수신료를 걷는 데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이는 수신료를 전기료에 통합 징수하고 있는 KBS가 한국전력공사에 지급한 수수료 465억 원의 13배에 달하는 규모라면서 그럼에도 NHK의 수신료는 KBS5배에 달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징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지만, KBS의 수신료 2500원을 전기료와 분리 징수하는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수신료의 경제적 의미를 사실상 상실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또한 공익적 프로그램의 축소와 폐지가 불가피한 점도 꼬집었습니다. 김 사장은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KBS가 지역방송, 재난방송, 장애인 방송, 국제방송, 비인기 스포츠 방송 같은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해야 할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 약 2000억원 이상을 징수 비용으로 낭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국민께 돌려 드릴 공익적 프로그램의 축소 및 폐지가 불가피하다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정부를 향해서는 진정으로 공영방송 제도가 적절히 운영되어 국민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고,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책무와 그에 걸맞은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논의 절차를 마련해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EBS 측은 지난 11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대통령이 재가함으로써, TV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시행됐다라면서 “EBS는 공적 재원 마련에 대한 대안 없이 EBS의 수신료 수입이 줄어들 경우, 공적 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수신료 분리 징수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라는 EBS의 공적 책무가 급격하게 후퇴하지 않도록 EBS의 공적 재원 마련을 위한 후속대책이 조속히 논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 재원 구조는 상업적 재원이 70%에 달하는 기형적 재원 구조라고도 호소했습니다. EBS 측은 대표적인 수익사업인 방송 광고 매출과 교재매출 마저 방송환경 변화와 원가 상승으로 인해 크게 악화되고 있다라면서 70원을 배분받아 형성되는 연간 194억원의 수신료 수입으로도 시청자들을 위한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구조적인 적자경영을 벗어나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라고도 전했습니다. EBS사장과 모든 보직 간부가 임금을 삭감하기로 결의하는 등 비용 절감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애쓰고 있다라면서 정부의 지난 626사교육 경감 대책과 고난도(킬러) 문제 배제 등 공정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조에 따라 협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BS지난달 26일 디지털 학교 교육 본부장을 단장으로 사교육 억제 특별 대책단을 긴급 구성하고 사교육 정책 지원반’, ‘특별 제작반’, ‘특별취재반’, ‘수능 강의 대책반을 두어 교육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라면서 사교육비 경감과 학부모 및 학생, 교사 모두가 불안감 없이 9월 모의평가와 11월 본 수능을 대비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학교 교육 보완과 평생교육 실현이라는 교육 공영방송사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EBS는 맡은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시청자에게 더 큰 감동과 만족을 제공하며 차별화된 혁신적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로 TV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겠다라면서 “EBS가 계속해서 주어진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방송발전기금, 교육보조금 및 TV 수신료 등 공적 재원 조달 방안에 관한 사회적인 논의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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