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30대 시민이 사망했지만 서울시는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놓고 31년 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가 떠오른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오늘(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폭 20m, 깊이 18m 규모 땅 꺼짐으로 오토바이 운전자인 30대 남성 1명이 숨졌습니다.
사고의 파장이 잦아들기도 전인 지난 2일에는 오후 강동구 길동 신명초등학교 앞 천중로에서 폭 20㎝, 깊이 50㎝ 크기 땅 꺼짐에 발생했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곳이 대명초 사거리 사고 장소로부터 약 850m 떨어진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우려가 커졌습니다.
땅 꺼짐이 증가하는 장마철이 오기도 전에 사고가 거듭 발생하면서 지난해 서울시가 완성한 '지반침하 안전지도(우선정비구역도)'를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반침하 안전지도는 땅 꺼짐 위험도에 따라 서울 전역을 5단계로 나눠 등급을 매겼습니다. 노후 상수도관이 있거나 지하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곳 등이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지도를 공개하면 자신이 거주하는 곳이나 일하는 곳의 땅 꺼짐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시는 "이 지도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관리용 참고 자료 목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그 자체로 지반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자료라고는 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관리를 위한 등급 구분에는 다양한 항목이 반영돼 있어 공개할 때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거나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서울시의 이 같은 비공개 방침에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지도상 땅 꺼짐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까봐 서울시가 지도를 공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와치, 정보공개센터 등은 지난 2일 서울시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작년 8월 서대문구 싱크홀 사고 후 땅 꺼짐 위험도를 5단계로 평가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만들었지만 자치구와 공사 관계자 등에만 공유하고 (일반에는) 비공개하고 있다"라며 "이 속내는 부동산값 때문이라는 공공연한 이야기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지반침하 안전지도 비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31년 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가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성수대교 붕괴 당시 서울시는 관련된 안전 정보를 비공개했었던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성수대교 참사 9년 전인 1985년 감사원은 성수대교 붕괴 위험을 알리는 감사 결과를 통보했지만 당시 서울시가 이를 묵살했다는 것입니다.
감사원은 당시 한강 다리 15개 중 무려 9개에서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습니다. 붕괴 우려가 있어 대책 강구가 시급한 한강 교량은 ▲영동대교 ▲행주대교 ▲광진교 등 3개였으며 균열과 부식 진행으로 보수가 필요한 교량은 ▲한남대교 ▲마포대교 ▲잠실대교 ▲천호대교 ▲성수대교 ▲양화대교 등 6개였습니다. 성수대교의 경우 교각과 보를 연결하는 교좌 5개소와 철 구조물 1곳에서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서울시는 '한강 다리 등 서울 시내 교량과 고가도로의 안전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라고 발표했습니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강 다리의 절반 이상에 붕괴 위험이 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 불안과 국위 실추 요인이 된다'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감사원 역시 "서울시로부터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성수대교 보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상태는 악화됐습니다. 1990년부터 상판 트러스 연결부에서 파손이 잦아졌고 1992년 말부터는 서울시 동부건설사업소가 시에 정밀 안전 진단이 시급하다고 거듭 건의할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시는 성수대교가 건설된 지 20년도 되지 않은 교량이라는 이유로 심각성을 간과했습니다. 1994년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서울시 307개 교량을 점검했지만 성수대교는 하자가 없는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점검 결과가 그대로 언론에 보도될 경우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서울시가 교량 대부분이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몄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하루 전인 1994년 10월 20일 오후 9시 30분 한 운전자가 '성수대교를 지나던 중 다리 상판이 크게 내려앉는 듯 한 움직임을 느꼈다'라고 제보했지만 시는 차량 진입 통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시는 비가 내린다는 이유로 트러스 연결부 용접 작업을 미뤘습니다. 벌어진 상판 틈새를 철판으로 가렸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다음날인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께 성수대교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상판이 무너지면서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습니다.
정부는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백서를 만들었지만 이 역시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참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검찰청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 원인을 기록한 '성수대교 붕괴사건 원인규명 감정단활동 백서'를 출간했지만 공교롭게도 발간일은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인 1995년 6월 30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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