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언제까지 TV에서 연속극을 볼 수 있을지가 이제 서서히 현실적인 질문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상파 TV 외에도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TV 등 채널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다 OTT까지 범람하면서 연속극이 서서히 폐지의 외길로 내몰리고 있는 탓입니다. 연속극의 몰락은 고정적으로 TV 앞에서 본방을 시청하는 시청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 방송가의 고민이 깊습니다. 그나마 연속극의 버팀목이던 KBS 2TV 주말 연속극까지 위기에 내몰렸지만 최근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가 선전을 이어가면서 연속극 시장의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KBS 2TV 주말 연속극은 오랜 기간 ‘시청률의 제왕’이었습니다. 30%대 시청률이 기본인 터라 40%는 넘겨야 대박이 났다는 평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역대 KBS 2TV 주말 연속극 가운데 두 편(‘첫사랑’, ‘젊은이의 양지’)은 60%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50%대를 기록한 드라마도 두 편(‘목욕탕집 남자들’, ‘야망의 전설’)이나 됩니다.
물론 네 편 모두 1990년대에 방송된 드라마라 ‘과거의 영광’ 정도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비교적 최근작인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방송된 ‘하나뿐인 내편’도 49.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후에는 더 이상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주말 연속극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보다 조금 더 낮은, 30%대 시청률이 기본이던 호시절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방송된 ‘신사와 아가씨’까지였습니다.
KBS 2TV 주말 연속극은 1980년에 시작됐습니다. 애초 시작은 1976년에 시작된 동양방송(TBC) 주말 연속극이었는데 전두환 정부의 언론통폐합에 따라 1980년 12월 1일 동양방송(TBC)이 KBS에 흡수 통합되면서 KBS 2TV 주말 연속극이 시작됐습니다. 첫 작품은 한진희, 정윤희 주연의 ‘축복’으로 1980년 9월부터 TBC 주말 연속극으로 방송을 시작해 언론통폐합으로 12월 6일부터는 KBS 2TV 주말 연속극으로 방송돼 12월 28일 종영했습니다. 그렇게 ‘축복’은 마지막 TBC 주말 연속극이자 최초의 KBS 2TV 주말 연속극이 됐습니다.
‘시청률 30%대는 기본, 40% 넘겨야 대박’이라는 공식은 1980년부터 2022년 3월 ‘신사와 아가씨’까지 4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시청률이 30% 이하를 기록한 드라마는 단 두 편으로 2006년에 방송된 ‘인생이여 고마워요’(19.9%)와 2015년에 방송된 ‘파랑새의 집’(27.5%)뿐입니다. ‘인생이여 고마워요’가 20%도 돌파하지 못한 것은 당시 방송가에서 엄청나게 화제가 됐습니다. 대개 주말 연속극은 50부작인데 ‘인생이여 고마워요’는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24부로 조기 종영될 정도였습니다.
‘하나뿐인 내편’이 49.4%를 찍으며 대박을 낸 뒤 더 이상 40%를 넘는 주말 연속극이 나오지 않았듯 ‘신사와 아가씨’가 38.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뒤 더 이상 30%를 넘기는 주말 연속극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2022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방송된 ‘삼남매가 용감하게’(28.0%)까지는 20% 후반을 기록하며 30%대 진입을 노리기도 했지만 이후 ‘진짜가 나타났다’(23.9%), ‘효심이네 각자도생’(22.1%), ‘미녀와 순정남’(21.4%) 등은 연달아 20%대 초중반으로 시청률이 내려 앉았습니다.
결정적으로 2024년 9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방송된 ‘다리미 패밀리’가 19.7%에 머물며 20%대 시청률의 장벽까지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다리미 패밀리’는 ‘인생이여 고마워요’를 제치고 KBS 2TV 주말 연속극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50부작이 아닌 36부작으로 다소 짧게 편성된 드라마라는 점이 한계로 작용했고, 2024년 12월 발생한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의 여파도 컸습니다.
연이은 부진 속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가 다시 안정적으로 20%대 초중반을 기록한다면 ‘시청률 마지노선’ 20%가 무너진 ‘다리미 패밀리’가 이례적 드라마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가 나타났다’(23.9%)까지 넘어선다면 ‘주말 연속극의 부활’이라는 희망적인 해석도 가능해집니다.
30회까지 방송된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21.2%, 30회에선 19.5%를 기록했습니다. ‘진짜가 나타났다’가 30회까지 기록했던 자체 최고 시청률은 21.7%, 30회 시청률은 21.0%였습니다. ‘진짜가 나타났다’가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보다 살짝 높긴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비슷합니다. 연속극은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이 올라갑니다. 꼬이고 엉킨 실타래가 하나 둘 풀려 나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흔한 예를 들자면 ‘출생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는 방식입니다.
‘진짜가 나타났다’의 경우 30회 이전에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오가다 31회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21~23%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 36회에서 기록됐다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50부작 드라마임을 감안하면 뒷심이 부족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가 뒷심을 제대로 살려낸다면 ‘진짜가 나타났다’의 23.9%를 넘어 25% 돌파도 노려볼 만합니다.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는 결혼식을 올리고 열흘 만에 사별한 독수리술도가 맏며느리 마광숙(엄지원 분)과 LX호텔 회장 한동석(안재욱 분)이 주연을 맡아 이야기 흐름을 주도합니다. 최대철, 김동완, 윤박, 이석기 등이 독수리술도가 둘째부터 막내로 출연해 힘을 보태고 박준금, 최병모, 배해선, 김준배 등 탄탄한 조연진이 가세했습니다. 엄지원과 안재욱의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출연진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킨 전형적인 연속극입니다. 당연히 ‘출생의 비밀’ 같은 MSG도 적절히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주말 연속극과 일일 연속극은 지상파 방송국 드라마의 근간입니다. 시청자들을 매일 밤 TV 앞에 고정적으로 앉힐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연속극은 그나마 합리적인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배우들 입장에서도 꾸준한 출연료 수입이 보장되고,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교양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비하면 연속극 역시 제작비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청률이 낮아지면 폐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연속극의 또 다른 축이던 아침 드라마는 지상파 3사 모두 칼을 들었습니다. 2021년 방영된 SBS ‘아모르 파티 - 사랑하라, 지금’이 마지막 지상파 3사 아침 드라마입니다.
이제 일일 연속극도 위기입니다. SBS 일일 드라마는 이미 2017년에 폐지됐고, MBC 일일 연속극은 2022년 4월에 종영한 ‘두 번째 남편’(10.5%) 이후 한 자릿수 시청률에 그치고 있습니다. KBS 2TV 일일 연속극마저 한자리 수 시청률과 10% 초반을 오가는 상황에서 그나마 KBS 1TV 일일 연속극만 10%대 중반을 유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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