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단행된 SBS 임원급 인사는 녹록지 않은 지상파 위기를 어떻게든 돌파해보겠다는 세대교체 카드로 읽힙니다.
SBS는 이번 인사에서 엔터 채널 대표로 전수진 전 편성 실장을, SBSi 디지털플랫폼 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김기헌 전 경영국장을 각각 기용하며 젊은 피를 수혈했습니다. 공채 5~7기를 주요 보직에 배치한 건데 ‘나는 솔로’ 등을 담당하게 된 전수진 대표는 강릉여고-서울 법대 출신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발령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돈 버는 핵심인 스튜디오 부문 사장으로 기용된 박정훈 대표이사입니다. 교양 PD 출신인 그는 지난 2016년부터 7년간 SBS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던 인물입니다. 기존 서울 상대 출신들보다 놀라운 경영 성과를 보여주며 SBS 사장 최초로 세 번이나 연임됐습니다. 고려대 영문과 출신인 그는 현역 시절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연출하며 스타 PD가 됐는데 탁월한 경영 능력까지 겸비했던 셈입니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박정훈은 2023년 12월, 지주회사 TY홀딩스 미디어 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번에 다시 SBS 노른자인 스튜디오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됐습니다. 예능 제작사 스튜디오 프리즘 대표도 겸합니다. 이에 대해 한 SBS 고위 관계자는 “위기 극복에 한 번 더 앞장서 달라는 윤세영 창업 회장의 용병술 아니겠냐”라고 말했습니다. 91세인 윤세영 회장은 작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5년 만에 그룹 지주사 TY홀딩스 CEO로 복귀해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한편, 스튜디오S 드라마본부장은 한정환에서 홍성창 국장으로 교체됐고, 스튜디오프리즘 예능본부장은 별 이변 없이 최영인이 기용됐습니다. 두 사람이 박정훈의 오른쪽, 왼쪽 엔진 역할을 맡습니다.
시절이 좋을 땐 인사철이면 회사 근처 식당이 불야성이었지만, 이번엔 조용했다고 합니다. 불경기와 글로벌 OTT 득세로 지상파 위기가 '험악한' 숫자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SBS는 지난 1분기에만 1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당장 특파원과 출장 자제, 법카 축소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드라마 부문에선 안보현 주연 ‘재벌×형사’가 디즈니+에 판매되며 매출에 도움이 됐지만, 광고 급감 여파로 역부족이었고 2분기도 믿었던 김순옥 작가의 ‘7인의 부활’이 부진했던 만큼 기대를 밑돌 전망입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 ‘꼬꼬무’를 만들어온 점잖은 SBS 교양 쪽에서 무속인들의 짝짓기 예능 ‘신들린 연애’를 신규 론칭했는데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서라면 고상함 따위는 내려놓겠다는 절실함과 결기가 느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 SBS 미디어그룹 인사
◇ SBS
▲ 경영본부 경영국장 김동호 ▲ 보도본부 정책사회부장 진송민 ▲ 보도본부 라이프문화부장 조성현
◇ 스튜디오 부문
▲ 대표이사 사장 박정훈 ▲ 스튜디오S 드라마본부장(CCO) 홍성창, ▲ IP사업센터장 황선복 ▲ 유통사업센터장 진해동▲ 경영국장 김상구 ▲ 스튜디오프리즘 예능본부장(CCO) 최영인
◇ 채널 부문
▲ 대표이사 사장 조재룡 ▲ SBS 엔터채널 대표 전수진 ▲ SBS 엔터채널 엔터1국장 안범진 ▲ SBS 경제채널 편성·사업국장 윤진섭
◇ SBSi
▲ 디지털플랫폼 부문 대표이사 사장 김기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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