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사 유튜브 운영자에게 선거 운동 기간은 대목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평소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유명 정치인을 찍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그들 발언을 잘 포착하면 방송뉴스에서는 볼 수 없는 날 것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유명 정치인들이 가는 곳을 따라다니며 그들 입만 바라보고 있으면 조회수를 비교적 쉽게 뽑습니다.
대선, 총선, 지선 기간 모두 부지런히 정치인들을 따라다녔습니다. 정치분야 유튜버 틈 사이에서 팔을 뻗고 정치인 얼굴을 어떻게든 찍으려고 애썼습니다. 촬영 후 회사에 복귀해서는 가장 귀에 꽂혔던 말이 무엇이었나 상기했습니다. 그 자극적인 발언 하나만 뽑아내면 뒷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누가 먼저 영상을 올릴 세라 다급하기만 했지, 저널리즘을 고민할 시간따위는 없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지난 5월 초 칼럼 <정치 유튜브의 단맛을 알아버렸다>에서도 고백한 바 있습니다. 당시 칼럼에서 '업보를 청산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칼럼에 공언한 만큼 단맛은 좀 없어도 오랫동안 끌고 갈 수 있는 슴슴한 콘텐츠를 내내 고민했습니다.
최근 지역 의제를 다루는 연재 콘텐츠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가제는 '뉴스 브리핑'입니다. 6월 20일 '고향 땅에 송전탑 박고 승진가도… 경찰청장 후보의 두 얼굴'을 시작으로 '6월 30일 문 닫는 롯데백화점 마산점에 대한 거의 모든 것', '700억 적자 터널의 비밀' 등 영상 총 3개를 선보였습니다. 취재기자가 스튜디오에서 본인이 취재한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 형식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지식·교양 콘텐츠 형식을 따왔습니다. 전문가 한 명이 스튜디오에 나와서 관련분야를 설명하는 콘텐츠가 요즘 각광받는데, 지역 시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영상 콘텐츠는 전무한 수준입니다.
지역방송 뉴스 처지에서는 편성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한 주제를 깊이 다루지는 못합니다. 건건이 일어나는 사건은 저마다 맥락이 있습니다. 단발성 보도로는 그것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 탓에 지역에서 중요한 사안임에도 지역민들이 그만큼의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자주 봐왔습니다. 그런데 지역시사의 맥락을 그 누구보다 알기 쉽고 깊이 있게 설명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지역신문 기자 아닐까요? 레드오션이 된 유튜브계에서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이를 테면 최근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문을 닫았다는 뉴스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백화점이 문을 닫는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언론에서도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대부분은 '지방백화점이 영업적자 누적으로 폐업한다는 사실과 이는 지방소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내용을 피상적으로 다뤘습니다.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국 소식을 다 전하는 수도권 언론으로서는 이 이상 깊이 있게 다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뉴스 브리핑'에서는 이 사안을 취재한 경제부 우귀화 기자가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역사부터 폐업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소속 직원들의 고용문제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조회수는 약 4000회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아주 높은 조회수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순간포착에 의존해서 영상을 비정기적으로 생산하는 게 아니라, 매주 한 회차씩 안정적으로 영상을 선보이는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가장 큰 난관은 자료영상 구하기입니다. 스튜디오형 콘텐츠는 시청자가 지루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래서 눈길을 끄는 자료영상을 계속해서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선거 기간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경험을 살려서 직접 필요한 영상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몸은 좀 힘들지만 이것이야말로 '업보 청산' 아니겠습니까?
경남도민일보 '뉴스 브리핑'과 비슷한 지역신문 영상 콘텐츠를 소개하자면, 고양신문의 '뉴스체크'가 있습니다. 뉴스체크는 벌써 수년째 안정적으로 연재하는 콘텐츠입니다. 지역의 중요한 사안 몇가지를 꼽아서 기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자료는 PPT 슬라이드를 활용해서 편집에 드는 공력을 최소화했습니다. 조회수도 매회 5000회 내외로 나옵니다. 최근에는 멤버십제를 도입해서 부수익도 창출하고 있습니다.
뉴스 브리핑의 주목적은 지역 시사의 맥락을 잡아준다는 것이지만, 또 다른 목적은 영상에 친화적인 편집국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언론사에서 너도나도 '디지털 퍼스트'를 외친지도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신문사에서는 여전히 기사는 기사, 영상은 영상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지면 기사는 펜기자가 쓰듯이 영상은 영상팀에서 전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신문사 편집국의 하루 일과는 신문제작에 딱 맞춰져 있기 때문에 펜기자와 영상기자가 기획단계에서부터 협업해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뉴스 브리핑도 지금은 이미 보도된 사안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펜기자와 영상기자가 함께 사안을 논의하고 취재도 함께하고자 합니다. 우선 터는 닦아두었겠다, 수줍은 많은 펜기자들이 조금씩 영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나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신문의 종말 그 후에도 생존하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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