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30년 동안 넘겨주지 않았던 농심. 그러던 지난 5월 삼양식품에 일격을 맞았습니다. 해외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이 메가히트를 치면서 삼양식품의 '시총'이 농심을 압도했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농심의 반격에 쏠립니다. 농심이 올 하반기 미국 공장을 증설하는 등 반격의 채비를 갖추고 있어서입니다. 과연 농심은 해외시장에서 '辛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1995년 이후 라면업계 시총 1위는 농심이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개별종목의 시총을 집계하기 시작한 게 그해이니, 사실상 라면시장은 '농심천하'였습니다. 농심이 일격을 맞은 건 삼양식품의 시총(2조 4520억원)이 농심(2조 4483억원)을 넘어선 올 5월 10일입니다.

두달이 흐른 7월 29일엔 삼양식품(4조 8061억원)과 농심(2조 8467억원)의 시총 차이가 1.7배로 벌어졌습니다. 농심(5.94%)과 삼양식품(148.19%)의 올해 주가상승률을 비교해보면 이런 간극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원인은 수출 실적에 있었습니다. 라면의 전장戰場이 해외로 옮겨진 2019년 이후 시장의 주도권을 삼양식품이 거머쥐었습니다. 삼양식품을 대표하는 메가히트작 '불닭볶음면'은 해외에서도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SNS에서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인기를 끌면서 불닭볶음면의 지난해 수출액은 6856억원으로 국내 라면 업계 수출액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현재 미국의 주요 유통 채널로 판로를 넓히고 있는 불닭볶음면은 올해 월마트 전 매장에 입점할 예정입니다. 삼양식품은 이런 해외사업의 성과를 발판으로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7.1% 늘어난 38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35.8%가 증가한 801억원을 찍었습니다.

전체 매출 중 수출로 거둬들인 돈은 2890억원으로 비중이 74.9%에 달했습니다. 전년도 1분기엔 수출 실적이 1579억원이었는데, 두배가량 늘었습니다. 삼양식품은 이제 내수 식품기업이 아닌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변모한 셈입니다.

반면 농심의 수출 실적은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았습니다. 2022년 2311억원에서 2023년 2713억원으로 17.3% 증가했습니다. 두자릿수 증가율도 충분히 좋은 수치지만, 삼양식품의 변화엔 못 미칩니다.

주목할 점은 농심 역시 승부를 던졌다는 점입니다. 이대로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투자자와 시장이 외면할 것이란 절박함의 발로로 풀이됩니다.

삼양식품에 '불닭볶음면'이 있다면, 농심엔 '신라면'이 있습니다. 농심이 십수년간 라면 대장주 노릇을 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신라면은 수출 시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뽐냅니다. 육개장 사발면, 짜파게티 등의 해외 인기도 높습니다.

농심이 꺼내든 전략적 카드도 있습니다. 바로 '컵라면'입니다. 미국에서 팔리는 라면 중 컵라면의 비중이 63.0%에 이른다는 점에 착안한 전략입니다. 농심은 오는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2공장 내 컵라면 전용 고속라인을 증설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라면 생산량(연 기준)을 8억개에서 10억개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해외에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라면 수출 전용 공장을 설립 중입니다. 농심은 해외 대형 유통업체에도 주요 제품을 입점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이후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르끌레르'와 '까르푸'에 입점했습니다. 독일·덴마크를 비롯한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 신라면 등 제품 입점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2025년 초에는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유럽시장 전역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다양한 농심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농심은 라면 왕좌를 되찾아올 수 있을까요?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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