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아육대'·'마슐랭' 두 편뿐
재정난·자유로운 편성 환경 등이 원인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드는 명절은 방송사에 실험의 기간입니다. 신선한 파일럿 예능을 내놓아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고 정규 편성을 가늠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선보인 파일럿 예능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정규 편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방송가 수순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파일럿 예능 개수가 감소한 가운데, 올 추석은 눈에 띄게 파일럿 예능이 줄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지상파 3사에서 선보이는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은 고작 2편뿐입니다.
MBC는 '아이돌 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 SBS는 '마슐랭 1호점'을 선보입니다. '아육대'는 MBC가 2010년부터 명절마다 선보였던 프로그램 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여파로 잠시 쉬어간 해도 있었으나 부활합니다. SBS '마슐랭 1호점'은 지난 7월 종영한 마술 오디션 '더 매직스타'의 스핀오프로, 기존 출연자들을 활용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KBS도 파일럿 예능을 자제하고 뮤직쇼를 두 편 내놓습니다. 'KBS 대기획 - 데뷔 30주년 특집 딴따라 JYP'와 '추석특집쇼 이찬원의 선물'입니다. 이 중 'KBS 대기획'은 앞서 나훈아, 임영웅, 심수봉, 진성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KBS는 성과가 불확실한 파일럿 예능 대신 음악, 그 중에서도 트로트 음악 위주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규 편성으로 돌아온 '싱크로유'가 추석 연휴 중 처음 방송됩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파일럿 예능을 대신해 정규 프로그램이 평소와 같이 자리를 채웁니다. MBC는 '나 혼자 산다', '놀면 뭐하니?',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전지적 참견 시점' 등 기존 프로그램이 '추석특집'이라는 이름만 달고 선보입니다. KBS 역시 '추석기획'이라는 이름 하에 '신상출시 편스토랑', '살림하는 남자들' 등을 그대로 선보입니다.
파일럿 예능이 사라지는 원인은 지상파 방송국들의 재정적 위기가 첫손에 꼽힙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프리미엄 OTT와 유튜브의 등장 이후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양해지며 TV의 영향력이 줄고 방송사들의 광고 수입이 급감했습니다. 먼저 KBS는 계속되는 적자와 TV 수신료 분리 징수 등에 따른 경영난으로 특별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SBS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올 1분기 150억 원 영업 적자를 내며 동년 6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 A 씨는 "방송사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며 새로운 시도 대신 안전한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파일럿 예능이 줄어든 것도 그러한 배경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로그램 편성이 자유로워진 방송 환경도 명절 파일럿 예능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MBC는 지상파 방송국 PD B 씨는 "예전엔 신규 프로그램이 무조건 레귤러를 염두에 두고 선보였다면 몇 년 전부터 시즌제 형식이 흔해졌다"라며 "굳이 명절 기간에 파일럿 예능을 선보여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국 PD C 씨도 "요즘 방송사들이 파일럿 예능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라며 "더 이상 명절 파일럿이 유일한 예능 시험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시청자들은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TV 시청을 즐긴다는 30대 시청자 D씨는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보며 명절이 왔다는 것을 체감했는데 파일럿 예능들이 줄어드니 명절 분위기가 덜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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