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 언론 정책이 있다면 그것은 공영언론 붕괴입니다. 이는 물적 토대 붕괴와 소유구조 붕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게 주던 구독료·뉴스사용료 예산을 278억에서 50억으로 82.1% 삭감해 버렸습니다. TV수신료 분리 징수를 밀어붙이면서 지난달 KBS 수신료 수입은 전년 대비 67억 줄었습니다. 1년으로 환산하면 800억 수준의 수입 감소가 예상됩니다. 돈줄을 말리면 필연적으로 공영성은 흔들립니다. 취재 인력은 줄고, 돈 되지 않은 프로그램은 제작되지 않습니다. 생존이 유일 목표가 됩니다. 결국 공영언론에 대한 효능감은 줄어들고 물적 토대는 더욱 빠르게 붕괴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소유구조 붕괴는 공적 지배구조였던 YTN이 지난 2월 졸속 민영화되며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공기업에서 유진그룹으로 대주주가 바뀌자 공정방송 장치였던 사추위나 임명동의제 등이 사라지고 사내 보도제작자율성은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일명 민영화를 통한 '언론장악 외주화'입니다. 이제는 지역 공영방송 TBS 차례입니다. 벌써 라디오 채널이 없는 보수 종합편성채널이 TBS 주파수를 노린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명박정부가 보수신문들에 종합편성채널 사업권을 주며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상황이 떠오릅니다. 김어준 씨가 꼴 보기 싫어 서울시의회가 방송사 하나를 흔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짜 목적은 공영언론의 붕괴였던 것으로 볼 수 있 습니다.

공영 언론이 무너져도 당장 느껴지는 불편함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영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갈지 모릅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던 언론계의 '기준점'들이 흔들리면 정파적 언론만 남게 되고, 이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는 고스란히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으로 돌아옵니다. 물론 30년 역사의 방송사 TBS 폐국이 눈앞입니다. 혹자처럼 '김어준을 붙잡지 않았으니 망해도 싸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곤란합니다. TBS를 지역 공영방송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EBS, MBC로 이어지는 더 이상의 붕괴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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