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인정된 아나운서 근로계약 불이행...주 5만원 녹음만 남기고 종방
"말려죽이기" 비판 속 광주MBC "투입할 프로그램 없어" 해명

광주MBC 대표이사가 이른바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광주MBC는 해당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주요 방송 프로그램을 종방 결정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신분을 프리랜서로 유지하며 업무를 없애는 '말려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광주MBC 측과 김동우(가명) 아나운서에 따르면 광주MBC는 오는 30일자로 김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남도탐구생활' 종방을 결정했습니다. 광주MBC가 방송하는 화·수·목 저녁 교양 프로그램 남도탐구생활은 김 아나운서가 고정출연료를 받던 주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12월부터 광주MBC에서 김 아나운서 업무는 주 5만 원을 받는 '시각장애인 해설방송 내레이션' 녹음만 남습니다.

광주MBC 측은 어제(26일) “남도탐구생활은 11월 말까지 제작지원을 받기로 돼 있었다. 제작진이 제작비 부담을 느껴 종료하기로 최종결정했고 새로 제작지원 신청해 내년 초쯤 새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고 했습니다. 김 아나운서를 다른 아나운서 업무에 투입할지에 대해선 “자체 제작 정규프로그램이 많이 줄어 투입할 프로그램이 없는 걸로 안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6월 김낙곤 광주MBC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했습니다. 김 사장은 이미 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을 받은 아나운서에게 근로계약서를 써주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이후로도 김 아나운서와 근로계약 체결을 하지 않다 그가 '프리랜서' 신분으로 맡아온 주요 업무도 없앤 것입니다.

앞서 김 아나운서는 2016년 광주MBC의 '프리랜서 아나운서 공개채용 시험'을 거쳐 입사했습니다. 뉴스 앵커와 라디오 DJ, 각종 프로그램 진행, 주말당직을 했고 대가 없이 행정업무도 맡은 '무늬만 프리랜서' 노동자입니다. 근무 6년차이던 2021년 '개편'을 이유로 하차 통보를 받은 김 아나운서는 노동자성을 인정 받기 위한 법적 다툼에 나섰습니다.

김 아나운서는 총 세 차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광주고용노동청에 근로자지위확인·연차수당 미지급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진정,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기간제 차별시정 신청을 제기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광주MBC는 지난해 8월 말 광주MBC에 김 아나운서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기준법 위반 상황을 해결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1년 3개월째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방송사 최초 '무늬만 프리랜서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인한 대표이사 기소의견 송치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광주지검은 기소 결정에 앞서 상호합의 조정을 거치는 형사조정위원회를 가졌으나 광주MBC 측이 김 아나운서 근속 인정을 거부하면서 결렬로 끝났습니다.

김 아나운서를 대리하는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김동우 아나운서가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후 담당하는 프로그램 수가 급감했고, 노동자로 인정받은 뒤에는 노골적으로 업무량을 줄이고 있다”라며 “광주MBC가 사실상 해고 상태를 만들면서 해고금지 조항을 편법으로 우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미디어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의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프리랜서 신분을 악용해 정당한 권리를 말하는 노동자를 상대로 벌이는 '고사작전'은 방송사들이 보여온 고질적 문제다. 김낙곤 사장을 수사하는 광주지검이 원칙에 따라 기소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경영본부장은 김 아나운서와의 근로계약 관련 “(김 아나운서가) 우리가 제시한 조건에 만족하지 못해 거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구체적 호봉 등을 묻자 “개별 근무평가 과정이 있어서 개개인마다 다르다”라고 했습니다. 회사 결정이 '무늬만 프리랜서 말려죽이기' 아니냐는 지적엔 “그 때문에 프로그램을 살리고 죽이고 하지 않는다”라고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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