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미디어넷 사측 "목표한 만큼 희망퇴직 진행 안되면 인위적 구조조정"
노조 "'자발적 선택' 본래 취지 훼손해 직원들 압박 수단으로 변질" 규탄
사측 "태영 위기 전이가 경영 악화 원인이란 진단, 틀린 이야기" 주장도

경영 위기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SBS미디어넷이 목표한 만큼 희망퇴직이 진행되지 않으면 인위적 구조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부에서는 사실상 직원들에 대한 해고 압박이라는 강한 반발이 나옵니다.

앞서 SBS미디어넷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강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겠다며 지난달 11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측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미디어넷지부에 전체 구성원 중 20%(약 50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사측이 당초 지난달 27일까지였던 기한을 일주일 연기했음에도 SBS미디어넷 내 신청자는 총 10명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청자가 나오지 않자 조재룡 SBS미디어넷 대표는 지난달 27일 사내에 희망퇴직 신청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올렸습니다. 조 대표는 담화문에서 “희망퇴직 실행 후에도 회사 측 적정 인력규모에 이르지 못하면 회사가 정한 규모에 맞춰 조직 및 인력 재배치를 시행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에 따라 담당 직무가 없어지거나 자기 몫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인력에 대해서는 대기발령 또는 기존 사업·직무와 관련없는 조직으로의 편제 등 강력한 인력 및 조직 구조 개편 조치를 단행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조 대표는 “만일 회사가 목표한 만큼의 인력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고 지금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극복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회사는 희망퇴직 이상의 조치, 즉 인위적 구조조정 시행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라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조 대표는 태영건설 부도 위기로 인한 유보금 유출때문에 경영이 악화됐다는 진단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조 대표는 “최근 한 언론에서 우리의 희망퇴직 시행 소식을 전하면서 모기업의 경영위기가 전이돼 우리의 유동성(현금 및 예금자산)이 감소한 것이 경영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라며 “틀린 이야기”라고 반박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달 22일 SBS미디어넷 구성원들이 태영 측에 SBS미디어넷의 유보금이 유출돼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태영 리스크 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 대표는 “위기의 근본 원인은 유튜브, OTT의 등장 등 미디어산업의 환경변화에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광고와 수신료 등 수익기반이 붕괴되고, 제작비 등 회사의 전체 비용은 과거보다 증가해 회사의 손익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는 데 있다”라며 “SBS미디어넷이 특히 더 어려운 이유는 그동안 채널별 법인이 통합되고 몇몇 사업이 중단되는 변화를 겪으면서 그때그때 취했어야하는 효율화 조치들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조 “'자발적 선택' 본래 취지 훼손해 직원들 압박 수단으로 변질” 규탄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는 어제(6일) 성명을 내고 “이번 희망퇴직 과정은 '자발적 선택'이라는 본래 취지를 훼손하며 직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라고 규탄했습니다. SBS미디어넷지부는 “직원들을 개별 면담한 채널 대표들은 희망퇴직 신청을 종용하는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15%의 임금이 삭감되는 대기발령을 받을 것'이라는 위법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라며 “명백히 퇴직 강요에 해당하며 '자발적 선택'이라는 희망퇴직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해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에 저촉된다. 관리자의 공지나 입으로 발설된다면 그것은 '직장 내 괴롭힘'일 뿐만 아니라 형법상 '협박죄'에도 해당될 수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태영 리스크'로 인한 경영 위기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SBS미디어넷지부는 “2022년까지 SBS미디어넷은 1200억 원 이상의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태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결국 회사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쳤고 그 부담은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라며 “대주주 일가 지원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된 유보금이 SBS미디어넷에 그대로 남아있었어도 지금처럼 유동성 위기를 언급하며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내몰았을 것인가”라고 따져물었습니다.

아울러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경영적 판단을 한 임원들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있고 희망퇴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임금 '삭감'도 아닌 10% '반납'이라는 꼼수는 이 사태의 책임의 대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임원은 손톱을 깎고 직원들의 간, 쓸개를 빼려 들지마라. '너는 필수인력이 아니다'라고 직원들을 폄하하기 전에 SBS보다 더많은 숫자의 SBS미디어넷 경영진이 먼저 '나는 지금 SBS미디어넷의 필수인력인가' 돌아보라”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측은 희망퇴직과 함께 복리후생 축소와 내년도 승진 미실시, 파견직 재계약 중단, 전 직원 임금 동결 등의 교섭안을 제시했습니다. SBS미디어넷지부는 “사측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승진 중단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야 할 동기마저 철저히 차단시키는 조치로 회사가 본질적인 경쟁력 회복 보다는 단기적 수지개선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SBS미디어넷지부는 사측에 ▲50명에 이르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시행 중단과 관련 절차 및 자료 공개 ▲태영건설 PF 사모사채 취득 및 TY홀딩스 관련 자산 유출 내역 전면 공개 및 회수 추진 ▲복리후생 축소안 철회 및 미래를 위한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SBS미디어넷에서 말하는 희망퇴직은 권고사직 또는 해고 조치와 다르지 않다”라며 “사고친 자는 뒷짐지고 노동자들만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모는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SBS미디어넷을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대주주와 경영진의 사익과 맞바꾸려 한다면 엄중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당장 해고 협박 행태를 중단하고 노조와 성실한 교섭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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