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구성원들이 과도한 노동을 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무료 노동'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노동환경 악화가 이어지면서 육체적·정신적 소진을 경험했다는 구성원도 대다수였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난 6일 발행한 노보에서 노동환경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2023년 1월 노사가 합의한 '시간외근무수당 및 유연근무제 협약' 3년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진행됐습니다. SBS, SBS A&T, 스튜디오프리즘, 스튜디오S 등 SBS미디어그룹 소속 조합원을 상대로 9월 22일부터 10월 1일까지 10일간 진행된 조사에 총 303명이 응답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약 65%의 조합원들이 노동 강도가 과하다고 답했습니다. 3개월 평균 주당 근무시간이 52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조합원도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일주일간 81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인원도 6.6%나 있었습니다. SBS본부의 3년 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약 2% 증가한 수치입니다.

상당수 조합원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하고도 초과근무 시간을 입력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초과근무 수당을 입력할 수 있는 조합원 중 43.8%가 '모두 입력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합원들은 그 이유로 '눈치가 보여서', '결재권자가 시간외 수당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해서', '퇴근 후 집에서 업무 보는 경우는 입력하기 애매해서', '입력 기간(10일)이 지나가면 하지 못해서' 등을 꼽았습니다.

최대 근무시간을 초과했음에도 'OFF'를 내고 근무하는 식으로 사실상 무료 노동을 하거나 근무시간을 이월해 입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OFF' 제도는 한 달 혹은 분기별로 법정 근로시간 총량을 다 채웠을 경우 본인 휴가가 아닌 'OFF'를 써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휴무 제도입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조합원들은 자율적 OFF 사용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눈치가 보인다'는 의견이 상당수였습니다. SBS본부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으로 개인의 정당한 OFF 사용조차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사가 합의한 '시간외근무수당 및 유연근무제 협약'은 장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필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장시간 근무 시간 후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약 48%였습니다.

특히 상사 또는 관계자로부터 부당한 지시나 요구, 부적절한 부탁 등을 경험했다는 답변이 약 30%에 달했습니다. 본인 임기 중에는 리프레시 휴가(근속한 지 만 5년이 된 사원급 직원에게 일정 기간의 휴식을 제공하는 제도)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한다거나 철야 근무로 퇴근한 이후 업무를 지시하는 식입니다. 업무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시간 내 완수를 지시하거나 연장 근무를 강요하고, 주말에 무조건적 대기를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협약은 '선택·재량A·재량B 근무자의 최저 OFF일은 월 6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론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재량A라 할지라도 최소 월 6일의 휴무를 보장해 극한의 노동 환경은 막자는 취지입니다. SBS는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한 '통상 근무제' △1개월 기준으로 주당 52시간 근무를 맞추는 '선택 근무제' △3개월 기준으로 주당 52시간 근무를 맞추는 '재량B근무제' △시간 제한 없이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 시간을 정하는 '재량A근무제' 등을 선택할 수 있는 'SBS형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한 달에 5일도 쉬지 못한다고 답한 조합원이 34%였습니다. 한 번도 쉬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도 4%였습니다. SBS본부는 "계엄 사태와 대선 이벤트가 이어진 여파로 해석된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가치가 무너지는 수치인 것은 물론 직원 개개인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약 72%의 조합원은 시간외수당이나 유연근무제 수당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법적 시간외수당(통상임금의 1.5배)에 따른 적정 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많았습니다. 노동환경 악화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소진을 경험했다는 조합원도 10명 중 7명에 달했습니다.

SBS본부는 "유연근무제란 주 52시간 제도가 미디어 기업의 특수한 업무 환경을 도저히 담아낼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최소한 법적인 틀 내에서 노사가 합의한 기형적 제도"라며 "그런만큼 과도한 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3년 전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인원 부족과 과도한 근무, 상사의 부적절한 근무 지시 등이 여전한 노동환경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오히려 부당한 근무 지시 등을 경험한 수치는 늘었다"며 "노조는 조합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개개인의 건강권이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측과 협상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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