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나프타 쇼크’가 국내 유통업계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화장품 용기·포장재 재고는 바닥까지 길어야 두 달 남았고, 침대 매트리스폼은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늘(22일) 지난달 말 시작된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제품 생산 지연·중단 공포가 유통업계를 엄습하고 있습니다.

제품이 잘 나가 추가 생산 주문이 들어와도 제품을 담을 용기가 없어 못 파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제품 용기·포장재를 만드는데 쓰는 플라스틱(PE, PP, PET) 원료인 나프타의 국내 생산·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 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나프타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원유를 수입해 추출하거나 중동산을 수입해 쓰는데, 중동 사태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며 원유 수급과 나프타 수입 모두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제품 생산 지연·중단 위기감은 용기를 전량 외부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중소·인디 뷰티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K-뷰티 붐에 힘입어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는 중소 헤어케어 제조기업 A사는 “신제품 수량에 맞춰서 용기를 발주해 받아놓은 상태라 당장은 괜찮지만, 재고 수량 소진 이후가 문제”라며 “판매량 증가로 추가 생산이 필요해도 용기가 없으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중소 뷰티업계 관계자는 “용기 거래처들이 약 2개월치 원료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처에선 중동 분쟁으로 플라스틱 수지 가격이 15~25% 급등했다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용기 단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걱정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외부업체 여러 곳과 관계사인 퍼시픽글라스 등을 통해 용기를 공급받는 아모레퍼시픽 측은 “전쟁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대체 물류 경로 확보를 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자회사 연우와 외부업체들에서 용기를 공급받는 한국콜마 측은 “당장 재고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생산 차질을 빚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식품도 2개월 후가 문제다. 앞으로 2개월이 지나면 포장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신라면을 생산하는 라면업계 1위 농심의 경우, 포장재 전담 계열사 율촌화학의 재고 확보분은 2~3개월치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수 외부업체에서 비닐 포장재를 공급받는 삼양식품 측은 “포장재 수급과 관련해 지금 같은 우려 상황이 지속되면 원자재 수급 부족에 따른 단가 상승 등으로 불닭볶음면 등 제품가 인상 부담이 늘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안산공장에서 포장재를 자체 생산하는 오리온은 “국내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 석유화학 제품인 포장재 생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라고 토로했습니다.

K-두부 해외매출 1위 기업인 풀무원도 긴급 공급망 점검에 나섰습니다.

풀무원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글로벌 법인별 수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용기 공급처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매트리스폼을 생산하는 가구업계도 비상입니다. 나프타를 가공해 만드는 폴리올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입니다. 폴리올은 매트리스폼에 들어가는 폴리우레탄의 원료입니다.

업체들마다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 땐 뽀족한 대책이 사실상 없다는 회의적 시각도 많습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노력으로 중국 등으로 나프타 수급 경로 다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문제”라며 “실제로 들여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들여오는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로 붙으면 결국엔 자재를 받아쓰는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단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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