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산사태 위험지역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통한 점검·보강 등 재발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옵니다.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동시다발적 산사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다 비 소식이 이어져 재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경북도는 오늘(17일) 오전 9시 기준 집계된 인명피해는 사망 19명, 실종 8명, 부상 17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지역별 사망자는 예천 9명, 영주·봉화 각각 4명, 문경 2명입니다. 실종자는 모두 예천에서 발생했습니다. 3명은 토사에 매몰됐고, 5명은 급류에 휩쓸려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입니다.

인명피해가 컸던 예천군에 이례적으로 산사태가 집중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기록적 ‘호우’ 때문입니다. 인명피해가 집중된 예천군은 연간강수량은 1396㎜입니다. 지난 13~15일 241.9㎜의 비가 내렸는데 일년 동안 내릴 비의 6분의 1이 사흘 새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택지와 도로, 농지 등 ‘각종 개발’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경북의 인명피해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는 “자연적으로 산사태가 발생할 확률은 10% 내외”라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을 검토해 보니 80~90%는 사람이 인공적으로 건드린 곳”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피해는 기록적 산사태로 꼽히는 2011년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와 판박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우면산은 호우가 시작된 지 3일 만에 산사태가 발생해 16명이 숨졌고 법원은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했다”라면서 “경북 산사태도 정확한 사고 발생 원인을 찾아 인명피해와의 인과 관계를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태형 구미대 교수(소방안전과)도 “과수원을 조성하거나 벌목, 도로를 설치하는 등 각종 개발로 약한 곳부터 산사태로 무너지며 바뀐 물길이 민가를 덮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실종자가 발생한 예천군 은풍·효자면은 대표적인 사과 경작지로 과수원이 많은 곳으로 손꼽힙니다.

산사태 방지 장치도 전무했습니다. 산림청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14일 오후 10시 30분을 기준으로 경북의 산사태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주민이 받은 정보는 ’재난안전문자’ 몇 통이 전부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비 예보가 이어지는 만큼 하루빨리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교수는 “산사태 발생지의 상부는 산림청, 중턱은 국토교통부, 하부는 지자체·행안부가 관리해 통합 관리가 어려워 재난 예측과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관계 기관은 지도만 펼쳐볼 게 아니라 지형적 특성과 마을 개발 현황 등을 면밀히 살펴 산사태취약지역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는 “여전히 산사태 사각지대는 도처에 널려 있다”라면서 “당장 산사태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처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산불감시원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산사태 취약 시기에는 인력을 투입해 상황을 감시하고 주민 대피를 유도하는 등 당장 실현이 가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