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과다처방 이젠 안녕? AI가 중이염도 진단한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간편하게 급성 중이염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부정확한 진단이 잦았던 기존 진료 현장의 한계를 해결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급성 중이염은 귀 고막 안쪽 공간이 감염돼 염증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대부분 감기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며, 유소아에게 가장 흔한 감염 질환 중 하나입니다.

다만 어린 아이는 의사 표현이 성인만큼 확실하지 않아 통증이나 감염 정도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시경이나 이경(귀 안을 보는 장치)을 통해 의사가 염증을 발견해야 하는데,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절한 양의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 소아과 알레한드로 호버만 교수는 "급성 중이염은 종종 과소·과대 진단 문제가 발생한다"라며 "과소 진단을 하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고, 과대 진단은 항생제의 과다 복용으로 이어져 내성 문제를 일으킨다"라고 말했습니다.

호버만 교수를 주축으로 한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중이염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귀 내부를 촬영하면 AI가 중이염 여부를 진단하는 방식입니다.

연구팀은 먼저 AI에 급성 중이염에 대한 진단 정보를 학습시키기 위해 2018~2023년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 소아과를 방문한 어린이 635명의 검사 영상 1151개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염증의 모양, 위치, 색상, 투명도 등 중이염의 증상을 종합해 AI에 학습시켰습니다.

이후 230개의 추가 영상을 통해 AI의 진단 정확도를 검증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AI 모델은 93%의 정확도로 소아 급성 중이염 환자를 가려냈습니다. 특히 중이염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고막 팽창은 100% 검출해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버만 교수는 "선행 연구에서 분석한 실제 임상의의 진단 정확도는 80% 전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이번에 개발한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면 항생제 과다 처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소아과 진료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진단을 위해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는 것도 우리 어플리케이션의 장점"이라며 "이러한 영상은 진료 기록에 포함돼 훌륭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JAMA 소아과》에 지난 4일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