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방송가에 오랜 역사의 프로그램 두 편의 종방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나는 1998년 5월부터 방송된 SBS TV 간판 시사 교양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또 하나는 1996년 11월부터 매일 아침 9시에서 11시까지 방송중인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입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지난 1월 종방설에 이어 또다시 종방과 관련한 소문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프로그램이 휴지기를 갖는다”라고 표현했지만, 앞선 많은 사례처럼 휴지기가 언제 끝날지는 예상할 수 없습니다.

SBS는 이미 “프로그램의 형식이 오래됐다”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SBS 시사교양본부와 시청자들은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시사교양본부 PD들은 당시 “프로그램의 폐지를 반대한다”라며 시간대 이동을 요청합니다. 힘을 모아 프로그램을 지켜야 한다“라는 성명도 냈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각종 게시판에 폐지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도 2000년 10월 2일부터 방송했습니다. 23년 동안 매일 아침 라디오로 청취자들을 만난 김창완은 14일 방송에서 초대 손님 잔나비와 함께 라이브를 펼쳤습니다. 결국 그는 마지막 라이브 무대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23년 정든 부스를 떠나는 억하심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처음 ‘아침창(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라고 표현해 하차가 방송사의 방침임을 밝히면서 “귀가 저절로 닫히는 느낌이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애청자들 역시 20년 넘게 자리를 지킨 DJ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편성을 바꾸고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진행자를 바꾸는 것은 방송사의 권한이지만 SBS의 최근 행보는 당사자들의 동의는 없어 보입니다. 김창완과 마찬가지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진행한 MC 임성훈 역시 일부 매체에 “한 달의 시간이 남아있다”라며 상황 변화를 건의할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SBS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 빗대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지속적인 지상파 방송국 채널의 수익 감소는 채널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시청료로 존속하는 KBS는 일찌감치 1000억원대의 제작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MBC 역시 사안의 경중만 있을 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SBS는 여기에 대주주이면서 태영건설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중고 상황입니다. SBS 노동조합 측은 최근 “(TY홀딩스의 인수가)결국 SBS의 자본이 투입되고 있고, 빚보증까지 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시청률 등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수치들이 판단의 우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의 교체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결정이지만 SBS를 둘러싼 상황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방송은 결국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가 쌓이는 역사입니다. 특히 교양 프로그램이나 라디오의 경우는 오랜시간 방송하면서 방송사의 이미지와 충성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김창완은 ‘아침창’ 마지막 방송 도중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변화하는 시장 구도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파 방송국 채널의 위기가 투영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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