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TVINGWavve의 합병이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기업은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10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었습니다. 되레 논의가 차일피일 길어지면서 합병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습니다.

합병 절차에 다시 불이 붙은 건 지난 10월 28일 Wavve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KBS·MBC·SBS)가 합병에 동의하면서입니다. 마지막 남은 관문은 TVING 측 주주인 KT입니다. 합병안을 검토하고 있는 KT가 합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끝나면 'TVING+Wavve' 통합 OTT가 등장합니다.

업계는 그 시기를 내년 상반기께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이긴 하지만, TVINGWavve가 합병하면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가 1214만명(9월 기준)으로 늘어나 NETFLIX(1167만명)를 넘어섭니다.

문제는 '질적 성장'도 꾀할 수 있느냐입니다. 한편에선 통합 OTT가 출현하더라도 NETFLIX를 견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두 OTT는 NETFLIX와 달리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력하지 않아서입니다.

일례로, 내년 Wavve의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 편수는 단 한편도 없습니다. TVING도 오리지널 드라마를 줄이면서 무게 중심을 스포츠와 예능으로 옮겼습니다. TVING 운영사인 CJ ENM은 지난 2월 한국프로야구(KBO) 독점 중계권을 따냈고, 한국 프로농구(KBL) 중계권까지 확보했습니다. 스포츠 중계권으로 이용자를 유입해 승부를 보겠단 전략이었는데, 나름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TVING의 MAU는 지난해 8월 539만명에서 783만명으로 45.3%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스포츠 중계권은 '시즌'이 끝나면 MAU가 가파르게 빠진다는 점입니다. KBO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자 TVING 이용자 수가 줄어든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데이터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4 KBO 리그'가 종료한 10월 7일 TVING의 일간활성화사용자수(DAU)는 169만 8000명으로, 5월 평균 DAU(190만명)보다 20만명 빠졌습니다.

이런 통계는 역설적으로 TVING의 과제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소비자를 묶어두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실적으로 입증하는 게 다름 아닌 NETFLIX입니다.

NETFLIX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은 국내외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는 9일엔 애니메이션 '아케인'의 후속작을 공개합니다. 아케인은 NETFLIX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2021년 전세계 52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NETFLIX의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오징어게임의 후속편도 곧 공개합니다. Youtube에선 티저 영상들이 나오고 있는데, 조회수가 130만회로 벌써부터 뜨겁습니다.

변상규 호서대학교(문화영상학부) 교수는 " TVINGWavve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단 TV 방송 독점 스트리밍에 더 주력하고 있다"라며 "콘텐츠 제작 측면에선 막대한 자본과 노하우를 보유한 NETFLIX를 견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종 계약이 코앞으로 다가온 TVINGWavve는 과연 NETFLIX를 대항할 수 있는 OTT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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