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상황’ 또는 ‘혹한기의 겨울’입니다. 안 그래도 경기침체와 계속되는 방송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가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탄핵정국은 큰 시련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3일 선포된 비상계엄과 뒤이은 탄핵정국은 지상파 3사(KBS·MBC·SBS)를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뉴스 플랫폼을 장악했습니다. 뉴스 외에 드라마나 교양, 예능 등을 방송하는 방송사들은 뉴스특보 체제를 가동하고 관련 뉴스 전달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많은 드라마와 예능, 교양 프로그램들은 결방됐습니다. 먼저 뉴스특보 체제로 전환한 KBS는 1TV의 모든 교양 프로그램이 결방됐습니다. MBC는 주요 예능 프로그램 중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놀면 뭐하니?’,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등이 차례로 결방했습니다.

SBS도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과 ‘인기가요’ 그리고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 2’, 시사 교양 프로그램으로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결방했습니다. JTBC는 예능 ‘아는 형님’과 토일 드라마 ‘옥씨부인전’의 지난 7일 방송이 결방됐습니다. 금요일 밤 10시 편성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젝트7’은 지연 방송됐습니다.

물론 방송사들의 결방 러시는 사태 한 주가 지나면서 조금씩 정상화되는 모습입니다. 실제 SBS는 어제(8일) 예능 ‘런닝맨’과 ‘미운 우리 새끼’를 정상 방송했습니다. 지상파 3사와 JTBC의 추가 결방 일정도 아직 특별한 부분이 없습니다. 오늘(9일)은 MBC 예능 ‘푹 쉬면 다행이야’와 JTBC ‘톡파원 25시’의 결방만 확정됐습니다.

뉴스를 제외한 나머지 제작 현장의 혼란도 아직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는 과거와 달리 ‘완전 사전제작’ 작품이 많다 보니 촬영과 실제 편성에 시간 차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방송 촬영’이 흔하던 과거에 비해 편성이 결방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주요 채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 같은 상황에서의 뉴스특보 상황은 하루하루를 알 수 없다. 당장 오늘 저녁의 편성 역시 장담할 수 없어 모든 편성과 홍보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결방이 시작됐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은 정규직을 제외하고 많은 숫자가 계약직으로 채워져 있는 방송 제작관계자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실제 ‘스포츠경향’은 결방 때 급여 보전에 대한 약속을 받지 못한 스태프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상파 3사 시사 교양 프로그램 제작 관계자는 “방송사 측의 방송 당일 결방 통보가 속출하고 있고, 보통 결방 때 급여를 50~70%까지 보전해주는데 이에 대한 확답을 못 들은 스태프가 상당수”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다음 주 방송 대비를 위해 제작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어 스태프들의 불안감이 높다”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탄핵정국에 의한 결방의 여파는 단순한 시청자의 시청불편에 대한 요소뿐 아니라 방송종사자들의 생계문제로 직접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까지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드라마나 예능의 경우 결방이 길어지면 TV 본방송 이후 공개되는 OTT 공개시점에도 영향을 줘 방송사와 OTT플랫폼의 일정에도 지장을 줍니다.

경기침체와 뉴미디어의 발달로 방송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여기에 돌발적으로 발생한 탄핵정국과 결방 사태는 방송가의 혼돈 그리고 더 나아가 긴 빙하기를 예감하게 하는 불안요소로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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