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습니다. 대구경북신공항은 현재 대구 도심에 있는 군 공항인 K2와 대구국제공항을 경북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으로 새롭게 옮기는 사업입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신공항 건설과 공항 이전 터의 재개발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만든 홍보 동영상에는 2030년 새로운 공항을 통해 미주와 유럽까지 한 번에 갈 수 있게 되어 새로운 하늘길이 열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많은 내용을 바꾸고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1. 새로운 하늘길 열기에는 역부족인 '활주로 길이'
가장 큰 문제는 대구경북신공항의 활주로 길이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2022년 6월 28일 민선 8기 대구광역시장직 인수위원회 발표에는 '민간 공항 이전 건설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부 내용은 중·장거리 운항 및 최대 중량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 물류·여객 중심의 중남부권 관문 공항 건설인데요. 국가계획에 활주로 길이 3.8km 및 충분한 규모의 글로벌 경제 물류 공항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반영한다는 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신공항특별법에는 '최대중량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길이'와 관련한 내용이 빠져버렸습니다. 3.8km 관련 내용이 삭제되어 있으니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가 주장해 온 중장거리 운행이 불가능해진 셈입니다. 현재 대구 공항의 활주로 길이인 2,700m 또는 그 비슷한 규모로 지어진다면 지금 운항하는 근거리 국가 노선밖에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문제를 다뤘던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최인호 국회의원(국토교통위) "활주로 길이를 구체적으로 3.8km로 명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선례도 없습니다. 왜? TK 신공항 특별법에 3.8km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냐면, 사전타당성 조사가 객관적으로 진행이 되면 그 길이가 안 나오거든요? 법에 먼저 3.8km를 명시해 놓고 사전타당성 조사는 그 법의 내용대로 따라 강제하기 위해서 특별법에 그런 내용을 넣었다.”
공항을 새롭게 짓더라도 활주로가 짧으면 유럽과 미주 노선을 운항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에 활주로 규정이 빠졌다면 현재 대구 동구에 있는 대구국제공항으로 갈 수 있는 곳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2. 특별법에 '중추공항'도 명시하지 못해···이용객 편의는?
원래의 목표는 대구공항을 중추공항으로 만드는 것이었지만, 특별법에는 이 말도 빠졌습니다. 당초 법안에는 공항의 규모를 뜻하는 중추공항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해당 문구가 삭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천국제공항이 중추공항이고, 중추공항 말고는 거점공항과 일반공항이 있습니다. 원래 대구경북신공항도 법에 '중추공항'이라고 명시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입니다.
특별법에 활주로 길이에 대한 규정이 사라지고 중추공항이라는 말이 빠지면서 대구시 동구에 있는 대구국제공항을 조금 키워서 위치만 군위와 의성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항의 진짜 주인인 이용객은 크게 나아지는 게 없고, 건설업자에게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엄청난 시장이 새로 열린 셈입니다.
▣ 3. 기부 대 양여 방식, 차질 없이 진행 가능한가?
신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사업비입니다. 대구경북신공항 사업의 기본 원칙은 '국유재산 기부 대 양여 방식'입니다. 군공항이전법에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업시행자가 군 공항 대체 시설을 기부하고, 국방부는 용도 폐지된 재산을 양여하는 방식으로 추진합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계획대로 순항하겠지만, 부동산 경기가 지금처럼 극도로 나빠지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2022년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때를 살펴보면, K2 군 공항 및 민간 공항 이전 건설을 군 자산 평가 방식으로 추진하되, 초과 사업비에 대해서는 국비 지원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게 특별법을 추진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통과한 법은 부족한 사업비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 또는 융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산의 범위 안이니, 결국 예산 없으면 못 준다는 것이라는 것인데요. 홍 시장 정책 스타일을 생각하면 이건 거의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신청사 예산 없다고 절반을 팔아야 한다는 주장을 생각해 보면 국가권력 주체에 따라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 4. 유례없는 거대한 펀딩···사업비 12조 원 어떻게 마련하나?
지금으로서 대구경북신공항의 총사업비는 12조 8,000억 원입니다. 유례가 없는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대구시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합니다. 군 공항에 11조 4천억 원, 민간 공항에 1조 4,000억 원이 들어갑니다. 민간 공항 이전은 국토부 소관으로 전액 국비로 진행됩니다. 군 공항 이전의 경우,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사업시행자인 대구시에서 11조 4,000억 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구시는 대구공항 터를 개발할 사업자를 구해서 이 돈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금액이 너무 큰 데다 공항 이전을 끝낸 7년 뒤 현재의 공항 터를 개발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 금융권에서는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융권 관계자 "이런 대규모 사업에 민간의 돈을 가져와서 펀딩이 용이하게 될 것인지는··· (금융기관들이) 이런 (거액의 기부 대 양여) 사업을 해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신공항 특별법에는 공항 조성 사업비가 당초 예상 금액을 초과할 경우, 정부 예산으로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간 자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사업비 초과분 전액에 대한 정부 보증도 보다 확실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일단 신공항이 건설될 때까지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이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주체를 포함해야 하는데요. 대구시는 수조 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안고 가기 위해서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업 참여를 핵심적인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우려는 정산 문제입니다. 가덕신공항이 완공 예정인 2029년까지 정부의 국비 지원은 재정 사업인 부산 가덕도 공항으로 갈 것이고, 대구경북신공항은 주로 군부대 이전 방식인 기부 대 양여로 추진됩니다. 그래서 정부 지원이나 정산은 공항 개항 뒤인 2031년 후로 밀릴 것이고, 결국 나중에 정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5. 대구경북신공항, 경쟁력 갖출 수 있나?
홍준표 시장은 4월 25일 신공항 특별법 통과 이후 첫 추진계획 보고회를 개최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보고회에서 "대구경북신공항이 만들어 놓고 텅 빈 공항으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특별법에 빠진 게 너무 많으니 이런 걱정이 들었던 게 아닌가 하는 대목입니다.
지금 대구시 전역에 광고하고 있는 것처럼 특별법이 통과되어서 다 된 것처럼 시민들을 호도하지 말고, 여기까지의 성과와 앞으로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서 말한 활주로와 사업비 문제 이외에도 남은 과제는 또 있습니다. 신공항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배후 도시와 교통 인프라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요. 개항 시기가 비슷한 부산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가덕도신공항의 개항은 2029년이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은 한 해 뒤인 2030년입니다. 우리나라는 한 해 예산 가운데 교통 예산으로 1년에 17조 원을 쓰고 있습니다. 부산과 대구가 겹치는 시기에 이 예산을 경쟁적으로 따서 써야 하는데, 두 공항 모두가 충분히 지원받기는 어렵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대구와 부산이 이런 예산으로 합해서 30조 이상 필요하다 할 것이고 해마다 6~7조씩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정부 예산 규모로는 이게 가능하겠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대구시는 물밑 작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입니다.
배석주 대구시 통합신공항건설본부장 :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들이 법률로 정해야 할 것이냐, 정부 계획 단계에서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하는 여러 가지 토론들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가덕도 사례에 비추어서도 이 부분은 법률에 정하기보다는 정부 계획 단계에서 하는 것이 맞다 해서 빠진 것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넉넉한 공항이 되고 활주로도 충분해 중대형기가 뜰 수 있도록 정부 협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이고, 협의 중에 있습니다."
대구시는 정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말처럼 쉽게 풀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신공항 특별법 역시 당초에 약속한 활주로 길이나 중추공항 문제 등이 부산시 국회의원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시 말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습니다만, 공항을 함께 추진하는 부산이나 광주는 그냥 모르는 체하고만 있을까요?
500만 대구와 경북민은 4월 한 달 동안 TV와 신문, 그리고 거리마다 걸린 수많은 현수막을 통해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서, 새로운 하늘길이 열린다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그렇지만 세부 내용을 조목조목 들여다보면 풀어야 할 숙제는 쏙 빼놓고 장밋빛 전망부터 앞선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스픽스대구 백경록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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