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됐었어요. 아내는 제가 어떻게든 꺼냈는데 아이는….."
30일 경북 영주 산사태로 생후 14개월 된 딸아이를 잃은 부친 A씨는 차마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A씨는 영주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기자에게 "아이가 있던 침대가 흙더미에 폭삭 들어갔다"라며 "집안에 흙과 물이 계속 쏟아져 들어와 정말 손 쓸 수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긴박했던 순간 아이 아버지는 산사태를 감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자던 중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상하다 싶어서 불을 켰는데 (집안에) 바로 토사가 넘어왔다"라며 "몸으로 무너지는 벽을 막으면서 아내와 아이를 구하려고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방 안에서 아직 자고 있던 아내는 순식간에 무너진 벽면을 정면으로 맞았다고 합니다.
그는 "벽을 막으면서 다른 가족들을 깨워 아내부터 꺼내게 했다"라며 "아이는 침대가 구조상 푹신하다 보니 토사가 깔려 있어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라며 울먹였습니다.
그는 "아이가 숨 쉴 공간만 있었어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라고 했습니다.
매몰 사고가 난 주택은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집이었습니다. 3대째 수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태풍과 장마에도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 일가족 10명 중 9명이 집안에서 자고 있었고 작은 삼촌은 새벽 일찍 출근한 상태였습니다.
이틀 새 내린 물폭탄은 한쪽 사면이 깎여있는 산을 무너뜨렸고, 흙더미는 지붕과 벽을 뚫고 밀려 들어왔습니다.
집안 곳곳은 진흙으로 엉망이 됐고 바닥에는 아이가 가지고 놀았을 인형이 나뒹굴었습니다.
숨진 여아의 가족들은 1년 전쯤 언덕 위에 있던 낡은 초가집이 철거된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가족은 "윗집에서 도랑을 파놓고 물이 잘 빠지도록 관리를 해놓은 상태였다"라며 "초가집이 철거되기 전에는 물이 우리 집 쪽으로 내려오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웃집 초가가 철거된 후 사고를 우려한 숨진 여아의 가족들은 초가집 터에 쌓인 흙더미가 자신들의 가옥에 넘어오지 않게 임시로 비닐 천막을 쳐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날 오전 4시 43분께 영주시 상망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에 매몰된 여아가 2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산사태가 발생한 바로 옆 동네인 영주시 이산면에서는 전날 밤부터 이날 정오까지 314.5㎜의 비가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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