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영국 등 주요국들의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를 통한 국내 정치인들의 인터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두 가지 이슈는 조기 대선과 관세전쟁인데, 이에 대해 해외 매체가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정치인에 대한 국내외 포털 검색량이 급증했습니다. 이는 국제 미디어의 파급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도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정치인들이 미국과의 관세 외교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긴요한 정책적 발언을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국내 국제방송이 아닌 해외 언론매체를 먼저 이용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지난해 12·3 불법계엄 사태 직후부터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결정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해외 시청자들의 아리랑TV 시청 열기가 급상승했습니다. 실시간 접속자 수가 평소보다 10배 넘게 급증했고, 저마다 실시간 댓글로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요즘 전 세계 관심사인 관세 문제를 해외 언론이 어떻게 다루는지는 해외 각국의 정책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세계 주요국 정상과 글로벌 리더들은 자국의 국제방송을 활용해 국가 정책과 비전을 세계에 알리며 국제적 신뢰와 협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리랑TV도 최근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공론장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글로벌 리더들이 자국 입장과 정세를 전 세계에 자연스럽게 전파하고 설득함으로써 국가 간 이해 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국제방송입니다. 강대국들이 국제방송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건 그들이 국제방송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공영 국제방송 BBC World는 총선 때마다 해외 시청자를 겨냥해 각 당 후보들의 글로벌 정책과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대외 전략 등을 보도함으로써 ‘세계 속의 영국’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구축해왔습니다. 독일의 경우 올라프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를 통해 “국방 예산을 GDP의 2% 이상으로 증액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영어·스페인어·아랍어 등 다국어로 방송해 독일의 대외적 입장을 전 세계와 공유했습니다.

아리랑TV 역시 국내 주요 방송사들의 공동 주최로 열릴 예정인 6·3 대선 토론을 동시통역으로 방송해 700만 재외동포와 대한민국에 관심 있는 해외 시청자들에게 우리 대선 후보들의 외교와 경제 공약, 민주주의관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아리랑TV는 현재 전 세계 135개국 1억 5500만 시청 가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UN본부 내에서도 CNN과 BBC World, NHK World 등 선진국 글로벌 매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인의 메시지는 국경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세계인의 시선은 국내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한국 드라마가 1위를 하면 관심 없던 국내 시청자도 덩달아 보게 되는 원리입니다. 더욱이 K-콘텐츠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급상승한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치인들의 메시지도 글로벌화해야 할 때입니다. 대권 주자들이 글로벌 소통을 강화하는 데 힘써야 할 이때 아리랑TV를 통해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어떨까요?

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국제방송은 국가 브랜드 홍보를 넘어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과 외교적 역량을 국내외적으로 입증할 전략적 무대가 될 것입니다. 국제방송 무대를 활용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시대적 요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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