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다만 법이 바뀌더라도 정부조직개편 등 후속 작업의 속도에 따라 여러 변수가 있다. 방송 정상화를 위한 후속과제들의 논의도 뒤따를 전망입니다.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박장범 KBS 사장이 임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우선 처리된 방송법 개정에 따라 KBS 이사회는 법 시행 후 3개월 내에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사회 구성에 있어 최대 변수는 방송통신위원회입니다. 개정된 방송법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 가운데 학회 추천의 경우 활동기간, 주요 활동내역, 회원 수 등을 고려해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학회가 합의한 2인을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변호사단체 역시 비슷한 기준을 적용해 2개 단체가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1인 체제'의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재직하는 동안 규칙 정비에 나서긴 어렵습니다. 여당이 방통위 조직구조를 개편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이사회 재구성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새로운 이사회 구성이 녹록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종사자 추천 몫은 편성위원회를 꾸려 이사추천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라며 "학회와 변호사단체는 방통위 규칙에 따라 추천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리돼야 추천이 마무리될 수 있다. 방통위가 정상화 돼야 하는 상황이 남은 것이다. 이사회를 꾸리는 것이 3개월 내에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라고 했습니다.
방송법 개정으로 보도 기능이 있는 주요 방송사에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가 강제되고 공영방송뿐 아니라 YTN과 연합뉴스TV에도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가 도입됩니다.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의 사장 선임을 위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도 법적으로 강제됩니다. 이 같은 제도가 주요 방송사들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최근 김백 사장이 보도에 개입했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퇴했다.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임명동의제 등이 법제화되면 적어도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직접 보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방지 장치가 마련되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지금까지 내란세력의 선전도구로 이용됐던 보도가 좀 더 독립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라고 했습니다.
IPTV와 케이블SO,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 시청자위원회 설치를 강제한다는 점도 변화입니다. 기존엔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 홈쇼핑에만 시청자위원회 설치가 강제됐습니다. 시청자위원회의 의견 제시가 강제성은 없지만 유료방송의 견제 수단이 제도적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언론계 종사자들과 언론시민단체에선 이번 법 개정이 '종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상현 본부장은 "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KBS 리더십 변화가 바로 생기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전준형 지부장은 "유진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 계속 개입하고 있다"라며 "YTN이 정상화되려면 유진그룹이 퇴출돼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새롭게 구성되는 이사회의 이사 추천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권력이 남용되지 않는지 등 감시도 중요합니다. 언론노조는 어제(5일) 성명에서 "새롭게 구성될 공영방송 이사회 역시 사장 선임의 권력을 쥔 것이 아니라, 막중한 공적 책임을 지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언론노조는 이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한시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회에 정치권만 참여했지만 시청자위원회 등도 추천 권한을 갖게 됐고, 사장 선임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라며 "이런 제도화 자체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라고 했습니다. 신미희 처장은 "앞으로 방송사들이 법의 취지에 맞게 얼마나 충실하게 운영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관리 감독 기구인 방통위의 책임과 책무도 중요해졌다"라고 했습니다.
추가적인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국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몫이 줄었지만 여전히 40%에 달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보도전문채널에도 적용되는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에 SBS를 비롯한 민영 지상파방송과 지역MBC가 배제돼 언론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잇따랐습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송3법이 통과한 직후 "민영방송과 종편이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내부 편성규약 등으로 도입해 주길 강력하게 요청한다"라며 "과방위는 제도적으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확대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번 방송법 통과를 계기로 독립성 문제가 개선되고, 다음 단계에선 공영방송이 기능적으로도 직무 수행과 경영면에서도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향후엔 공영방송 서비스를 시민들이 만족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쪽에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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