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AI 전환을 예고한 EBS가 지난 3월 말 ‘봄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EBS는 이번 개편을 통해 AI 기술로 공영방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김광호 EBS 편성센터장은 공영방송이 먼저 공공성과 실험성이 조화된 AI 활용 모델을 정착시키고 방송 생태계 전반에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BS는 이번 개편에서 AI를 프로그램 제작의 핵심 도구로 삼아, 그동안 제작비 한계로 시도하기 어려웠던 대형 프로젝트와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를 대거 선보입니다. 과연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으로 완성된 교육 콘텐츠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봄 개편의 상세한 내용과 지향점을 들어보고자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EBS 사옥에서 김광호 편성센터장을 만났습니다. 다음은 김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Q1. 올해 봄 개편하고 열흘 정도 지났는데 어떤가요?
"개편의 성적표를 확인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프로그램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안팎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고무적입니다. 이번 변화가 단순히 형식적인 개편이 아니라, 본질적인 고민을 담은 출발이라는 점에는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Q2. 어떤 의미에서 그럴까요?
"이번 개편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교체하는 차원을 넘어, 'AI 시대 교육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EBS의 답안지입니다. AI 신규 프로젝트로 기술적 진보를 꾀하는 동시에,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살피는 평생교육의 가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EBS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Q3. 언급하신 EBS만의 색깔은 뭘까요?
"시청자의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죠. 이것은 EBS가 교육 공영방송으로서 결코 놓칠 수 없는 숙명입니다. EBS는 이 사명을 학교교육 보완과 평생교육 진흥이라는 틀 안에서 묵묵히 실천해 왔습니다. 공공성과 교육성이라는 두 기둥을 EBS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세워 올리는 과정, 그 자체가 곧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Q4. 이번 개편 슬로건 "기술은 ‘혁신’으로, 가치는 ‘인간’으로"는 어떤 의미일까요?
"공식 슬로건은 아니지만, 이번 개편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순 없을 것 같네요. EBS가 AI를 품은 이유는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기술을 빌려 인간의 성장과 배움, 그리고 공동체 회복이라는 공영방송 본연의 숙제를 더 효과적으로 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AI가 역사를 복원하고 드라마를 만드는 '도구'라면, 그 안에 담긴 철학은 여전히 '인간의 온기'여야 합니다. 신기술 기반의 실험적 도전과 정통 평생교육 콘텐츠가 두 축을 이루는 이유도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함입니다."

Q5. 이번 개편에서 AI 혁신을 강조했는데요.
“EBS의 새로운 실험들이 AI를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여는 '확장성'입니다.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돕는 훌륭한 도구일 뿐, 프로그램의 중심은 언제나 인간의 판단과 교육적 책임이어야 합니다. AI와 인간 스태프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EBS만의 정교한 해답, 그것이 이번 개편에 담긴 협업 체계의 핵심입니다.”

Q6. 교육방송에서 AI 이용하는 게 맞냐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현재 공영방송을 비롯한 레거시 미디어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광고 시장의 위축과 OTT·SNS로의 시청층 이탈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생존의 기로에서 '실험적 콘텐츠'는 공영방송의 선택이 아닌 책무입니다. 우리가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인간의 가치를 앞지르는 체제는 경계해야 합니다. 공영방송이 먼저 공공성과 실험성이 조화된 AI 활용 모델을 정착시키고, 그 안전한 결과물을 방송 생태계 전반에 공유하는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7. <AI 고전>이나 <AI 인물 한국사> 같은 경우 고증작업이 중요할 텐데요.
"정확한 지적입니다. AI 기술이 화려할수록 그 바탕이 되는 내용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BS는 이를 위해 제작 전 과정에 걸쳐 다각도의 검증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AI 고전>은 최재천 교수를 필두로 한 자문위원회가 엄선한 목록과 최고 권위의 판본을 바탕으로 시대적 맥락을 완벽히 복원했습니다. 어린이 대상인 <AI 인물 한국사> 역시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교육적 가치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개별 프로그램 차원을 넘어 'EBS AI 콘텐츠 자문위원회'를 상설화해, 시청자가 믿고 볼 수 있는 AI 콘텐츠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고자 합니다.”

Q8. AI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저희가 AI 프로그램을 처음 시도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AI라는 기술을 어떤 종류의 프로그램에 접목시키는 게 내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효과적인 실험적 콘텐츠가 될까였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이미 탄탄하게 검증된 동서고금의 고전 같은 원전 텍스트를 AI 기술로 구현하는 유형의 프로그램 기획이었습니다.
또 하나, 기존에 인형들을 통해 역사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그러한 인형들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AI를 활용하는 유형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즉 기존 프로그램 유형 중에 저희가 AI 기술을 활용했을 때 효과를 더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검토해서 결정했습니다.”

Q9. 앞으로 AI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많아질까요?
"EBS의 AI 활용은 점차 확대되겠지만, 본질은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에 있습니다. 이번 개편을 기점으로 AI 대형 프로젝트와 신규 포맷, 리터러시 콘텐츠를 아우르는 로드맵을 가동하고, 하반기에는 ‘전 국민 AI 교육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넘어 교육 생태계 전반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EBS의 기술 혁신은 결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인간의 창의성과 교육적 책임을 확장하는 '공영방송다운 AI 활용'의 표준을 향해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겠습니다."

Q10. 이번에 발표한 내용 외에 또 추진하는 콘텐츠가 있나요?
"EBS는 지금 '실험'을 넘어 '검증'의 단계에 서 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AI 콘텐츠 모델들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과 내외부의 냉철한 평가를 수집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보다는, 현재 론칭한 프로젝트들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피드백들이 쌓여야 비로소 EBS표 AI 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미래 모델이 완성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Q11. AI 도입으로 제작비 면에서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AI가 제작 형식을 혁신하며 일부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덕분에 재원 여건상 망설였던 <AI 고전>이나 <AI 인물 한국사> 같은 대형 장기 기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죠.
하지만 단순히 '효율화'만을 위해 AI를 론칭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과 AI의 협업, 그리고 기술을 통한 인간 가치의 구현이라는 '실험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특히 스태프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시스템 개선 등 미래를 위한 투자가 병행되고 있어, 당장 제작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EBS는 공공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적의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Q12.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강화’를 개편 축의 하나로 제시했던데,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바로 <어린 철학자>와 <부모의 첫 성교육>입니다. <어린 철학자>는 AI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한 어린이 토론 프로그램이고, <부모의 첫 성교육>은 가정 내 성교육의 기준과 구체적인 대화법을 제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부모 교육입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인간다움'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인문 다큐 <시대의 목표 그때 나는>과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다큐 프라임> 시리즈를 통해 EBS만의 평생교육 콘텐츠를 더욱 견고히 다져나가겠습니다.”

Q13. <스페이스 공감>은 구글로부터 4년간 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잖아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자본 투입이 공영방송의 공공성이나 제작 자율성과 충돌할 우려는 없을까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EBS의 절대 원칙은 '재원은 확보하되 제작 자율성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외부 자원을 동력 삼아 양질의 무료 공연을 확대하고, 신인 뮤지션 발굴 등 대중음악 생태계를 지원하는 '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편성은 전적으로 EBS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며, 구글 또한 이 원칙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결국 이번 협력은 공공성의 훼손이 아니라, 부족한 공적 재원을 보완해 시청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되돌려드리는 '공공성의 확장'이 될 것입니다.”

Q14. 사회적 약자 보호 및 공영성 강화 관련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나요?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고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는 일은 EBS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최우선 책무입니다. 이번 개편에서도 이를 핵심 방향성으로 설정했습니다. 대표적으로 6년 만에 돌아온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는 이주 노동자 가족의 삶을 조명해 인식 개선과 지역 공동체의 역할을 묻습니다. 또한 <왔다! 내 손주>를 통해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세상을 비집고>에서는 장애 청년들의 일상을 진솔하게 담아냈습니다. 앞으로도 EBS는 소외된 곳에 카메라를 비추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Q15. 이번 개편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이번 편성 개편에서 가장 집중한 지점은 크게 세 가지 축의 균형입니다. 첫 번째는 AI 기술을 인간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어떻게 접목하고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실험적 도전입니다. 두 번째는 <어린 철학자>나 <부모의 첫 성교육>처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새로운 형식의 인문학적 평생교육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바로 AI 리터러시입니다. <처음 배우는 AI>부터 하반기에 선보일 전 국민 대상 AI 교육 플랫폼까지,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모든 국민이 AI를 주체적으로 활용하며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이번 개편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Q16. 시청자가 눈여겨 볼 포인트를 짚어주신다면요?
“앞서 말씀드린 EBS의 지향점을 시청자분들께서 직접 경험하고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AI 고전>을 보실 때, 말로만 듣던 고전들이 AI 기술과 전문가의 탄탄한 고증을 거쳐 어떻게 생생한 영상으로 구현되는지 확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AI가 인간과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입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이 프로그램이 동서고금의 명저들을 직접 찾아 읽으며 생각하는 힘과 문해력을 키우는 소중한 첫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Q17.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BS는 시대의 물결이 바뀔 때마다 멈추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습니다. 이번 개편 역시 AI 시대라는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는 EBS만의 담대한 도전입니다. 그러나 그 혁신의 중심에는 언제나 ‘교육 공영방송’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와 책무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술은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원칙 위에서, EBS가 어떤 콘텐츠를 꽃피워내는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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