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모처럼 장을 보러 왔는데 문이 닫혀 있어 깜짝 놀랐어요. 수년간 단골이었습니다. 심플러스 PB(자체브랜드) 상품도 자주 샀는데, 마음이 좋지 않네요.” (60대 일산 주민 정모 씨)

전날(10일) 오전 11시 찾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홈플러스 고양터미널점. 주말을 맞아 쇼핑 인파로 북적거려야 할 시간이지만 지하 2층 매장 입구는 흰 가벽과 빨간 차단봉, 입간판으로 둘러싸여 봉쇄돼 있었습니다. 천장엔 “10일부터 홈플러스 마트 영업을 잠정 중단합니다”라는 붉은 가로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내걸렸습니다. 갑작스레 문을 닫은 듯 ‘AI 물가안정 프로젝트’ 등 프로모션 배너조차 그대로였습니다.

① 홈플 단골들 주말 ‘헛걸음’… 셔터만 굳게 내려갔다!
인구 100만 도시 고양시에서 홈플러스가 전멸했습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2차 구조혁신’이 본격화하면서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7월 3일까지 전국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매출이 전년보다 50% 이상 급감한 37개 점포의 영업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고양터미널점과 킨텍스점도 여기 포함됐습니다. 상품 공급 부족으로 고객 이탈이 이어진 데 따른 고육책입니다. 직원에겐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이 지급되며, 점포 내 임대 매장은 정상 영업합니다.
당장 홈플러스 몰 식음료·잡화 등 임대 매장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인근 상인들은 마트가 닫힌 줄 모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영업 여부를 일일이 설명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일부 상인은 고객들이 쇼핑몰 전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오인할까 봐 ‘정상영업 중’ 안내문을 따로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한 입점 상인은 “주말이면 마트 장 보러 온 손님들이 함께 들렀는데, 오늘은 손님이 영 없다”라며 “홈플러스가 없으면 누가 지하까지 내려와서 물건을 사려 하겠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일산에서만 20년을 거주했다는 60대 남성 박모 씨는 발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이제 장 보려면 차 끌고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까지 가야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라며 “일산 한복판의 대표 매장이 하루아침에 셔터를 내릴 줄은 몰랐다. 안에 물건이 그대로 쌓여 있는 게 보이는데 떨이로라도 팔지, 왜 그냥 닫아버리는지 모르겠다”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잠정 중단 매장인 일산서구 홈플러스 킨텍스점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식품매장 입구에는 계산대만 덩그러니 남은 채 셔터가 완전히 내려와 있었습니다. 헛걸음을 한 사람들은 셔터 앞에 멈춰서 멍하니 영업 중단 안내문만 바라봤습니다. 그 옆으론 홈플러스 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사다리를 들고 분주히 오가며 마지막 뒷정리에 한창이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한 직원은 향후 거취와 처우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라는 답만 짧게 남겼습니다.

② 5개월 만에 일산 ‘전멸’… 고양시서 사라진 홈플러스
1기 신도시 노후화·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던 일산에서 홈플러스가 전멸하는 데 걸린 시간은 5개월에 불과합니다. 1996년 들어온 외국계 마트 ‘까르푸’ 자리에 들어섰던 호수공원 인근 일산점이 지난해 12월 셔터를 내린 데 이어, 그 대체재로 거론됐던 킨텍스점과 고양터미널점마저 이번 잠정 중단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남아있지만 지난 7일 하림그룹 NS쇼핑에 매각 본계약이 체결되며 홈플러스와 분리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산뿐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 영업 중단이 사실상 전국적 도미노 폐점의 전초 단계라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명단에 포함된 부천소사점과 순천풍덕점은 이미 폐점이 확정됐고, 잠실점·인천논현점·부산센텀시티점·경기동수원점 등은 기존 임대차 계약 해지가 예정돼 있습니다. 두 달 가까이 영업을 할 수 없는 만큼, 재개장 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잠정 중단 기간이 끝난 뒤에도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영구 폐점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홈플러스는 현재 익스프레스를 매각했지만 자금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매각 본계약으로 1206억원을 확보했지만 대금 유입까지는 두 달이 걸리고, 4월 급여조차 밀릴 만큼 유동성은 바닥입니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브릿지론과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뚜렷한 답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잔존 사업부문의 사업성을 끌어올린 뒤, 제3자 매각 방식으로 회생계획안을 수정하는 방안을 준비 중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운영자금 지원을 통해 영업을 유지하며 M&A를 추진하는 것이 청산보다 채권 변제율이 월등히 높다”라며 “적기에 자금이 공급되지 않으면 회생절차가 중단되고 대규모 고용불안과 협력업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사회적 책임과 상생의 가치를 고려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