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역사에 기대는 장르인 만큼 기본적인 고증과 시대 인식은 필수입니다. 그럼에도 일부 작품은 역사 왜곡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고, 때로는 배우들이 직접 사과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2020년 12월 첫 방송된 tvN '철인왕후'부터 2021년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그리고 최근 종영한 MBC '21세기 대군부인'까지, 역사 왜곡 논란은 사극이 반복적으로 마주해 온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① 조선왕조실록 폄훼 논란… tvN '철인왕후'의 뼈아픈 실수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방송된 tvN '철인왕후'는 방영 초반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극 중 "조선왕조실록은 한낱 지라시"라는 대사가 등장하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의 가치를 폄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 원작인 중국 웹소설 설정과 맞물려 조선의 역사와 실존 인물을 희화화했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극 중 철종과 순원왕후 등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이 코믹하게 재해석되면서 "풍자와 왜곡의 선을 넘었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제작진은 문제가 된 대사를 삭제하고, "역사 왜곡 의도는 없었다"라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작품은 최종회 시청률 17%대를 기록하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역사 소재를 다루는 콘텐츠가 어디까지 상상력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적지 않은 논쟁을 남겼습니다.

② 중국풍 소품에 실존 인물 왜곡까지… SBS '조선구마사', 2회 만에 퇴장
2021년 3월 방송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이 가장 극단적으로 번진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태종과 충녕대군 등 실존 인물을 소재로 삼았지만 중국풍 음식과 소품이 등장했고, 태종을 폭군으로 묘사해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이에 광고주들이 잇따라 후원을 철회했고, 결국 SBS는 단 2회 만에 방송을 전면 취소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출연 배우들도 잇따라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장동윤은 "이번 작품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제가 우매하고 안일했다"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박성훈 역시 "창작과 왜곡의 경계를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했다"라고 사과했고, 이유비는 "역사 왜곡 부분에 대해 무지했고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감우성 또한 "배우이자 제작진의 일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한국이 스스로 속국 인정?… MBC '21세기 대군부인'의 지울 수 없는 오점
지난 16일 종영한 MBC 금토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자체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역사 고증 논란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극 중 이안대군의 즉위식에서 "만세" 대신 "천세"가 사용됐고, 제후국 군주를 상징하는 구류면관이 등장해 한국을 중국의 속국처럼 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식 다도 장면과 일부 설정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동북공정 논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해당 장면들은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매체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고, 일부 보도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스스로 중국의 제후국임을 인정했다"라는 식으로 해석돼 국내 팬들의 우려를 키웠습니다.
논란이 번지자 제작진은 관련 장면을 수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도 각각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이유는 "역사 고증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라며 "배우로서 더욱 신중하게 공부했어야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변우석 역시 "작품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라며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까지 책임감 있게 살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라고 털어놨습니다.

한국 사극은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는 대표 콘텐츠가 됐습니다. 그만큼 창작의 자유만큼이나 역사에 대한 책임감도 무겁습니다. 단순한 소품 하나, 대사 한마디가 국내 시청자에게는 왜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해외에는 잘못된 역사 인식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은 콘텐츠의 힘이지만, 역사적 사실과 정체성을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가 과거의 교훈을 충분히 되새기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류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 흥행보다 앞서야 할 것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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