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은 자타공인 라면의 대명사입니다. 출시되자마자 '라면의 원조' 삼양라면은 물론 자사의 '형님'들인 안성탕면, 너구리 등을 제치고 1위 브랜드로 올라섰습니다. 1등 라면 타이틀은 1990년부터 35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심의 효자를 넘어, 가장입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그런 신라면의 지위가 최근 몇 년간 위태로웠습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입니다. 불닭볶음면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K라면의 상징은 불닭볶음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라면' 하면 얼큰한 국물을 들이켜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해외에선 국물 없는 볶음면을 호로록 빨아들이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농심도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닙니다. 2021년 신라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신라면볶음면'을 내놨습니다. 신라면의 이름을 단 첫 국물 없는 라면이었습니다. 초반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진 못했습니다. 불닭볶음면처럼 아주 매운 것도,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만큼 편한 맛도 아니었습니다.

와신상담한 농심은 2024년 가을, 다음 도전작을 내놓습니다. 불닭볶음면의 '아주 매운' 결이 아닌 크리미한 얼큰함을 내세웠습니다. 바로 신라면 툼바입니다. 서양식 크림 파스타가 아닌 신라면의 얼큰한 맛을 살린 '매콤 크림'입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모디슈머' 레시피로 맛을 검증한 조합입니다. 이번엔 성공적이었습니다. 해외에서 반응이 왔습니다.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이한 올해엔 또다른 볶음면을 출시했습니다. 이번에도 '크림'이지만 여기에 새콤함을 더했습니다. '신라면 로제'입니다. 이 역시 '모디슈머'들이 확인을 마친 레시피입니다. 과연 신라면 로제는 신라면 4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제품일까요?

최근 볶음면 시장의 트렌드는 '부드러운 매운 맛'입니다. 어쩌다 한 번씩 먹는 '특식'이 아닌 매일 먹을 수 있는 매운 라면으로의 전환입니다. 매운 맛으로 볶음면 시장을 평정한 불닭볶음면 역시 까르보불닭볶음면, 로제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등 치즈나 크림과 조합한 '부드러운 매운 볶음면' 라인업이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농심이 '툼바'에 이어 '로제'를 꺼내든 것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렇다고 평범한 로제 볶음면을 내놓는다면 '신라면'이라는 이름이 너무 가볍습니다. 농심은 신라면 로제를 내놓으며 'K로제'를 강조했습니다. 기존의 토마토+크림 조합의 로제 소스에 고추장을 더해 한국적인 매콤함을 곁들였습니다. 고추장을 서양 소스에 활용하는 방식 역시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디슈머 레시피의 활용입니다.

제품은 면과 전첨분말, 후첨스프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첨분말은 토마토와 고추장이 중심이 된 매콤새콤한 맛을 담당하고 후첨스프는 부드러운 크림 맛을 맡습니다. 신라면 툼바에서 잘 구현했던 크림소스 볶음면의 꾸덕함과 고소함은 기본입니다. 거기에 고추장의 걸죽한 매콤함, 신라면 특유의 후추·고춧가루향이 매운 맛을 더해 줍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킥은 역시나 토마토입니다. 전첨분말에 토마토가 7%나 들어간 만큼 토마토의 신 맛이 확실하게 치고 나옵니다. 자칫 물리거나 느끼할 수 있는 크림의 맛을 토마토가 잘라줍니다. 일반적인 로제 볶음면들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성입니다.

단종된 '맛짬뽕'에서 시도했던 굴곡면은 여기에 더 잘 어울립니다. 굴곡면은 면의 표면에 굴곡을 줘 국물이나 소스가 더 잘 배어들게 한 면입니다. 국물 라면이었던 맛짬뽕보다 볶음면이고 소스의 점도가 높은 신라면 로제에 더 적합한 면입니다. 덕분에 소스의 맛이 더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고추장 때문일까요? 소스의 점도가 과해 다소 찐득하다는 느낌이 드는 점은 아쉽습니다. 매운 맛도 생각보다 강한 편입니다. 패키지에서 연상되는 '연분홍빛 로제'볶음면을 연상했다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분홍빛'보다는 좀 더 신라면의 붉은 터치가 강한 '진홍빛 로제' 볶음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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