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경북 예천군 곳곳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례와 같이 빗물과 함께 흙과 바위가 저지대로 쓸려내려와 광범위한 피해를 입히는 ‘산홍수’ 유형의 산사태가 향후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18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산이 먼저 무너져내리는 일반적 유형과는 다릅니다.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산에 비가 스며들지 못하고, 빗물이 계곡을 형성하며 흙이나 바위와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 것입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예천 산사태의 경우 흙이 먼저 붕괴되지 않고, 산 위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계곡을 만들며 쏟아져내린 형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쉬운 용어로 산홍수, 학술적으론 ‘토석류 산사태’라 불린립니다. 흔히 알고 있는 2011년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역시 이에 해당했습니다. 사고 전날 시간당 113㎜의 폭우가 쏟아져 우면산에서 흘러넘친 빗물이 마을과 도로를 덮치면서 16명이 숨진 사고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석류 산사태는 장마가 장기화하는 동시에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기후변화 흐름 속에서 더욱 잦아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산사태 전문가인 최정해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수십㎜ 규모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는 소낙성 강수가 잦아지면, 흙더미가 흘러내려가지 않도록 막는 흙 입자 사이 마찰력도 점점 낮아지면서 토석류 산사태도 앞으로 점점 더 흔한 유형이 될 것”이라며 “특히 산과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산지 인근에 있는 전국 모든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면산 사고를 비롯해 과거 피해가 컸던 대규모 산사태를 보면 모두 토속류 산사태 유형이었기 때문에 대비가 시급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산사태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관련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례로 산림청에선 산사태 취약지구를 지정하고 있지만 이번 산사태 피해가 집중된 곳들은 취약지구가 아니었습니다. 사망자만 5명이 발생하는 등 예천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효자면 백석리를 비롯해 감천면 진평리, 벌방1리, 용문면 사부리 등은 모두 산사태 취약지구가 아니었습니다.

산사태 취약지구는 우면산 산사태 이후 생긴 제도로, 산림청 및 지자체, 전문가 조사를 거쳐 지정합니다. 위험도 4등급 중 1~2등급인 경우 지자체장이 집중 관리하도록 합니다. 취약지구 지정은 경사로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이뤄지는데, 인위적 공사가 이뤄진 경우엔 취약지역에서 제외됩니다. 논밭 역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습니다. 산에 도로가 들어섰을 경우 국토교통부, 집을 지었을 경우 관할 지자체 등으로 소관 부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산을 건드릴 경우 경사로와 상관없이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한데 취약지역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토석류 산사태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사방댐(소규모 댐) 설치 역시 미진한 수준입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사방댐 설치는 1980년부터 시작돼 2020년 기준 1만 2000여 곳으로 늘었지만 산지가 70% 이상인 국내 지형을 고려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토석류 산사태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도 위험성이 크지만, 우선은 취약지역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사방댐 설치를 추진하려고 해도 산에 인공 구조물이 들어서는 것이다보니 정작 지역 주민들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북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18일 기준 집중호우 피해 사망자 19명 중 14명이 산사태(매몰)로 숨졌습니다. 사망 피해는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9명)에 집중됐습니다. 실종자 8명 역시 모두 예천 주민입니다. 이밖에 경북에서 호우로 2118가구·3245명이 일시대피했으며, 이중 1622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주택은 233채가 파손되거나 물에 잠겼으며,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 사면 유실 등 66건을 포함해 314건에 이릅니다.

★ 2. 경남 18개 시·군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전 한때 시간당 50mm의 강한 비가 쏟아졌습니다. 약해진 지반 탓에 산사태도 발생했습니다.

기상청과 경남도 등에 따르면 18일 낮 12시 기준으로 경남 18곳 모든 시·군에 호우 경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오전 한때 하동에는 시간당 50mm, 진주에는 4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주에 87.8mm, 하동 84.5mm, 의령 78.5mm, 산청 73.8mm 등 서부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경남에는 내일까지 100~200mm의 비가 더 내릴 전망입니다. 특히 지리산과 남해안 부근에는 최대 250mm 이상의 비가 예보된 상태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비가 지반을 약하게 하면서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거제시 장목면 거가대교 진입도로 거제에서 부산 방향 2차선 도로 옆 사면에서 나무와 함께 흙더미가 쏟아졌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는 차량이나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소방당국 등은 도로에 쏟아진 토사를 치우고 쓰러진 나무를 제거하는 등 응급조치에 나섰습니다. 또 대금IC 방면 차량을 관포IC로 우회 안내 중입니다.

현재 경남의 산사태 위기 경보는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입니다. 현재 18개 시·군 중 진주와 하동은 산사태 경보가, 창원, 통영, 거제 등 13곳은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입니다.

산사태와 축대 붕괴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749가구에 주민 1015명이 사전 대피한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상황에 따라 대피와 귀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택 및 차량, 도로 침수 등의 신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남에는 현재 침수 우려 등을 이유로 둔치 주차장 26곳, 하천변 산책로 및 세월교 187곳, 도로 27곳이 사전 통제된 상태입니다. 또 5개 국립공원 81개 탐방로도 통제 중입니다.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면서 홍수 조절을 위해 진주 남강댐은 18일 낮 12시부터 초당 방류량을 3000t 내로 늘렸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남감댐지사는 홍수 조절을 위해 남강 본류(진주)쪽 수문 3개와 가화천 방향(사천) 수문 12개 등 15개 수문을 연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본류에는 초당 600t이내, 가화천 방향으로는 초당 2400t 이내로 물을 방류하게 됩니다. 남강댐의 최대 방류량은 본류 800t, 가화천 3250t 등 총 4050t입니다. 이번 댐 방류에 따라 남강 본류는 최대 3.18m, 가화천은 최대 2.27m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천 주변 주민과 차량 통행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합니다.

경남도는 비상 2단계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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