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폭설에 전국 곳곳에서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는 등 사건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오늘(7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2분께 경기 평택시 도일동 평택제천고속도로 평택 방향 송탄IC 부근을 달리던 컨테이너 운송용 트레일러가 눈길에 전복되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트레일러 운전자인 50대 A 씨가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며 치료 중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3차로를 달리던 트레일러가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경북 경주의 한 지방도에서도 주행 중이던 1톤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가로수를 들이받고 논으로 추락했습니다. 사고 차량의 50대 운전자가 또한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결국 숨졌습니다.

전북 군산 서수면의 한 교차로에선 눈길을 달리던 통근버스와 화물차가 추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통근버스 탑승자 11명 중 2명이 중상, 9명이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21분쯤엔 군산시 대야면에서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인근 도랑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운전자는 소방에 구조됐으며, 본인 의사에 따라 병원에 이송되진 않았습니다.

오후 3시께엔 전북 남원시 대산면 순천완주고속도로 하행선 59㎞ 지점에서 차량 30여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충남에선 당진시 사기소동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257㎞ 지점에서 주행 중이던 1톤 화물차와 12톤 화물차가 추돌했습니다.다. 이 사고로 1톤 화물차 운전자인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숨졌고, 동승자였던 50대 남성도 다쳐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이 사고는 1차로를 달리던 1톤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2차로를 침범하면서 12톤 화물차를 들이받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눈이 내리다가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권과 전라 동부, 경상권은 그치겠지만, 충남 서해안과 전남권 서부, 제주도는 8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이 얼어 빙판길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으니 차량 운행시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① 1일 밤 달려간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중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주변 도로가 통제된 탓에 택시는 잡히지 않았고, 급한 마음에 현장으로 곧장 뛰었습니다. 도착 시간은 오후 9시 58분쯤. 사고가 발생 후 30분 정도 흘렀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수라장, 아비규환. 눈에 비친 현장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고, 경찰과 구급대원들은 교차로 사이를 분주하게 뛰어다녔습니다. 가림막 사이로 시신들이 운반되는 장면도 보였습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어떡해. 많이 죽었나 봐”, “불쌍해서 어떡해”, “차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렸다” 등 곳곳에서 안타까움과 불안함을 담은 말을 쏟아냈습니다.

사고를 목격한 한 60대 김모 씨는 “쾅쾅하는 소리가 들리고 10명은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바퀴에 머리가 낀 사람도 있었다”라며 “심폐소생술이라도 하려고 달려갔는데 이미 다 죽어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또 사고가 날까 봐 문밖에 나가지도 못했다”라며 “무서워서 오늘은 일찍 문 닫고 가려고 한다”라고 했습니다.

② 시속 100㎞ 역주행 사고, 사망자는 9명

가해 운전자 차모(68) 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G80(2018년 5월 제조) 차량은 지난 1일 오후 9시 26분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시청역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과정에서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차량 2대와 충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습니다. 차씨 차량이 제한속도 시속 30㎞인 도로를 시속 100㎞ 가까운 속도로 덮친 탓에 피해자들은 대응할 새도 없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평소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인 데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시민들이 귀가하는 시간대였던 탓에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된 차씨는 ‘급발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급발진은 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일종의 차량 결함입니다. 다만 경찰은 급발진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입니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급발진은 차씨 주장일 뿐”이라며 “급발진이라고 해서 적용되는 혐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수사 상황만 보면 블랙박스 오디오,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어디에도 급발진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은 차씨와 그의 아내의 진술 외에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EDR 1차 분석 결과에는 가속페달을 90% 정도 밟은 기록이 있고, 블랙박스 오디오에는 비명과 ‘어’, ‘어’라는 당황한 듯한 소리 외에 특별한 정황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③ 사망자는 은행·시청·병원 직원…30~50대 남성

사고로 목숨을 잃은 9명은 30~50대 남성으로 30대 4명, 40대 1명, 50대 4명입니다. 평범한 직장인들로 승진 축하를 위해 모였거나 퇴근길에 변을 당했습니다.

은행 직원이었던 사망자 박모(42) 씨는 승진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뒤 동료들과 함께 저녁 자리를 갖고 직장 생활의 애환을 나누고 있었고, 세무공무원이었던 김모(52) 씨는 ‘이달의 우수팀’과 ‘동행매력협업상’ 수상자로 선정된 날이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구성원이, 늘 다니던 거리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과 지인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박씨 동료는 “처참한 기분이다.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라고 했고, 김씨의 형은 “이제는 고생 좀 안 하고 그냥 편안하게 좋은 일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며 어렵게 못다 한 말을 전했습니다.

④ 익숙한 곳·평범한 이들의 ‘비극’이 남긴 상처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은 큽니다. ‘어쩌면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라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는 동시에 ‘언제든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라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난 장소는 광화문 일대 직장인에게는 가끔 들렀던 회식 장소, 택시를 잡던 길목이고, 사고가 발생한 시간도 퇴근 후 저녁 시간, 야근 이후 귀가를 서두르던 시간입니다.

친숙한 시·공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이들에게 발생한 사고라 더 내 일처럼 불안함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인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 쓰러진 가드레일 대신 임시로 설치해 둔 안전 펜스 밑에는 국화 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국화꽃 사이에는 편지나 직장인들이 애용하는 피로회복제도 보입니다. 직장인 지모(37) 씨는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이 하루아침에 죽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라고 했고, 취업준비생 이모(29) 씨는 “늘 지나가던 길인데 사고가 난 뒤엔 같은 마음으로 지나가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인한 불안과 트라우마는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에 집단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라며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간 사고였던 만큼 ‘사람 목숨은 모두 잠깐이다’라는 생각에 우울감이 올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동료,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희생자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지난 20일과 21일 이틀동안 내린 폭설로 강원도에서는 교통사고를 비롯해 쌓인 눈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잇따르는 등 사건사고가 이어졌습니다.

21일 강원도와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밤 11시부터 21일 오전 7시까지 도내 주요 지역에 쌓인 눈의 양은 강릉 왕산 44.0㎝, 삽당령 40.5㎝, 삼척 도계 38.2㎝, 미시령 32.2㎝, 조침령 23.6㎝, 태백 22.9㎝, 북강릉 15.6㎝, 대관령 15.5㎝ 등입니다.

이 같은 폭설로 교통사고와 산악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지난 20일 오전 7시 50분쯤 양양군 현북면 소재 동해고속도로 양양방향 도로에서 3중 추돌사고로 40대 남녀 2명과 5살 남아 1명이 다쳤습니다.

같은 날 오후 2시 13분쯤엔 강릉시 성산면 소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도로에서 차량 1대가 홀로 사고를 내 40~50대 남성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비슷한 시간대인 오후 2시 6분쯤엔 평창군의 진부면에서 50대 여성이 눈길에 넘어져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같은 날 오후 9시 4분쯤엔 인제군 남면 신남리의 한 도로에서 차량 1대가 홀로 사고를 내 60대 남성 1명이 다쳤고, 같은 날 오후 3시 2분쯤 평창 대관령면 선자령에선 등산객 18명이 길을 잃어 소방이 구조 활동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은 날 오후 7시 46분쯤엔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의 한 눈길에서 차량이 고립돼 3명이 구조됐으며, 오후 7시 53분쯤 홍천군 서면 어유포리의 한 눈길에서도 차량이 고립돼 4명이 구조됐습니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경기장에서도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20일 낮 12시 52분쯤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조지아 국적의 루지 선수 2명이 타박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21일 오전 4시 21분쯤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의 2층짜리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불은 신고접수 21분 만에 진화됐으나, 1층이 모두 불에 탔으며, 90대 여성 1명이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낮 12시 30분쯤엔 정선군의 한 스키장에서 40대 여성이 스키를 타다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또 이날 낮 12시 40분쯤엔 동해시 용정동의 한 도로에선 승용차 충돌사고로 50대 여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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