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의 대명사로 불리는 '농심 신라면'은 이제 단순한 식품 브랜드를 넘어 글로벌 K-푸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86년 출시된 이후 39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특유의 얼큰한 맛과 쫄깃한 면발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농심의 신라면은 어떻게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K-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요?

1965년 농심은 '롯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 설립되었습니다. 창업자 신춘호 회장은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목격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라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975년 롯데공업에서 '농부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라면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농부 농(農), 마음 심(心)을 사용해 '농심라면'을 출시합니다. 당시 코미디언 구봉서-곽규선 콤비가 등장한 농심라면의 TV 광고 속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문구는 전 국민에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농심라면으로 '농심'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후 1978년, 롯데공업은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합니다. 그렇게 농심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농심은 1986년 '매운맛'을 강조한 신라면을 출시하며 라면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신(辛)'이라는 네이밍을 통해 '맵다'는 뜻과 함께 창립자 신춘호 회장의 성씨인 신(辛)에서 따온 것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신라면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라면이었습니다. 그때까지의 라면들은 주로 간장 베이스의 국물 맛에 집중했다면, 신라면은 '매운맛'을 앞세운 것입니다.

출시 초기 신라면은 기존의 순한 맛 라면과 차별화된 강렬한 매운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신라면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한국적인 매운맛'입니다. 단순한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니라 깊은 감칠맛과 조화를 이루는 매운맛을 구현했습니다. 이는 쇠고기 육수 베이스에 고추, 마늘, 양파 등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한 스프 덕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평균 300만 개의 신라면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전체 라면 시장 중 약 25%를 차지하는 실로 대단한 양이며, 라면 시장의 전무후무한 대 히트상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신라면의 성공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며 미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한국 라면의 매운맛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신라면이 글로벌 K-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5년 미국 제1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이후 미국 내 아시안 마켓을 넘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망에 입점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했습니다. 2022년에는 미국 제2공장을 설립하며 미주시장의 대폭적인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이 아닌 '한국의 오리지널 맛'을 고수한 전략이 주효했는데요. 1996년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농심은 중국 내 K-푸드 열풍과 함께 신라면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습니다. 현재 중국 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한국 라면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국인 일본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영국, 러시아, 스위스, 독일, 호주 등 100여 개국에서 연간 100억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온라인 플랫폼인 틱톡숍에 라면 최초로 브랜드 매장을 열며, 동남아시아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신라면도 자연스럽게 글로벌 인지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해외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신라면이 등장하며 외국인들에게 '꼭 먹어봐야 할 한국 음식'으로 손꼽힙니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레시피 발굴 이벤트를 진행하고, 세계적인 셰프들과 협업하는 등 신라면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며, 단순한 인스턴트 라면을 넘어 '요리의 재료'로서의 가치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농심은 신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여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개척했고, 뒤이어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를 비롯해 2019년 '신라면 건면', 2021년 '신라면 볶음면', '신라면 제페토', 2023년 '신라면 더 레드'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2024년 SNS와 유튜브에서 신라면을 활용한 투움바라면 레시피가 인기를 끌며 '신라면 툼바'가 출시됩니다. 신라면 툼바는 아이언셰프 아메리카 우승자이자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에드워드리 셰프와 콜라보를 진행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외 수출용으로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신라면 그린', '신라면 똠얌맛', '할랄 신라면'을 선보이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한국인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전파하고 있습니다.

농심 신라면은 당대 최고의 스타를 전속모델로 기용해왔습니다. 1975년 당대 인기 코미디언 구봉서-곽규석 콤비, 80년대에는 코미디언 이주일, 김형곤, 탤런트 강부자, 90년대엔 최수종 등이 전속모델로 출연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남성 스포츠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기도 했습니다. 손흥민, 박지성, 차두리, 이용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신라면 광고에 등장하며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는데요,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신라면의 매운맛과 도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 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 모델과 누구나 한 번은 겪어봤을 법한 에피소드로 무장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신라면 출시 후 줄곧 사용해오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를 지난해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으로 변경하며 농심 신라면의 광고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인데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는 신라면이 처음 출시된 1986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2021년 작고한 농심 창업자 신춘호 회장이 직접 만든 것으로 유명한 이 카피는 '웬만하면 울지 않는 사나이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맛있게 매운맛'을 강조했다면, 38년만에 교체된 새 카피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정서적 교류를 공유하는 동반자적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농심 신라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K-푸드 브랜드로서 전 세계인들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신라면의 성공은 단순한 매운 라면을 넘어, 한국 고유의 맛과 문화를 세계에 K-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적인 맛을 고수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인 접근으로 오늘날의 '한국 대표 라면'으로 자리잡은 농심 신라면. 앞으로도 농심 신라면이 K-푸드의 선두주자로서 어떤 혁신을 이어갈지 기대해봅니다.

농심과 오뚜기 등 라면 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제조 비용이 크게 늘어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오늘(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다음 달 1일부터 라면 16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합니다. 이는 2022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의 가격 조정입니다.

소매점 기준으로 진라면(봉지)은 716원에서 790원(10.3%)으로, 오동통면은 800원에서 836원(4.5%)으로, 짜슐랭은 976원에서 1056원(8.2%)으로, 진라면 용기면은 1100원에서 1200원(9.1%)으로 조정됩니다.

농심 역시 지난 17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을 포함한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습니다. 농심 역시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인상으로 지난해 7월 한 차례 가격을 내렸던 신라면과 새우깡은 이번 인상을 통해 기존 가격 수준으로 복귀하게 됐습니다.

대표 품목을 보면 소매점 기준으로 신라면은 950원에서 1000원(5.3%)으로, 새우깡은 1400원에서 1500원(6.7%)으로 올랐습니다. 이 밖에 너구리(4.4%)·안성탕면(5.4%)·짜파게티(8.3%) 등도 인상 품목에 포함됐습니다.

이번 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은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입니다. 라면의 핵심 원재료인 밀·팜유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최근 국제 곡물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제조 원가 부담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해상 운임과 국내 물류비까지 상승하면서 원가 압박이 가중돼 라면 업계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다만 삼양식품은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환율 상승으로 수출 수익이 증가해 가격 책정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삼양식품은 지난해 '불닭 신드롬'을 이끌며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라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농심 신라면 550ml, 오뚜기 진라면 500ml… 제품마다 기준 달라
표준 조리법은 증발량 고려, 2배보다 적은 양 끓여야

라면, 간단히 때울 수 있는 끼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어릴 때부터 끓여 먹은 음식인 만큼 모든 국민이 라면에 대한 저마다의 취향과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라면을 먹으려고 봉지를 뜯고 나면 물 양 조절이 항상 고민됩니다. 눈대중으로 넣다 보니 어떨 때는 싱겁고, 어떨 때는 짭니다. 라면을 여러 봉지 끓일 때도 정해진 물 기준이 있을까요?

"설명서대로 만들어야 가장 맛있죠."

서울시 관악구 주민 A 씨는 라면을 끓일 때 봉지 뒤에 적힌 조리법과 최대한 동일하게 만들어 먹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조사 연구를 거쳐 확립된 레시피 신뢰도가 높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두 번째로 많이 먹는 나라입니다. 많이 먹는 만큼 라면 끓이는 법을 모르는 한국인은 잘 없습니다. 냄비에 물을 먼저 끓이고, 끓는 물에 면과 분말·건더기스프를 넣고 일정 시간 끓이면 완성됩니다. 취향에 따라 야채, 달걀 등을 넣어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라면 두 개 이상을 끓일 때는 설명서만 보고 조리하기 어렵습니다. 라면 한 개를 끓일 때 기준으로만 설명이 쓰여 있고 두 개 이상 조리할 때 참고할 조리법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농심 신라면은 조리법 상 물 550ml를 끓인 뒤 끓는 물에 면, 분말스프, 건더기스프를 차례로 넣고 4분 30초간 더 끓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두 개 조리시 물 양을 얼마큼 조절해야 하는지는 써있지 않습니다. 550ml의 두 배인 1100ml를 넣으면 되는 걸까요?

라면업계에 따르면 라면을 두 개 끓일 때는 한 개 기준량에 2를 곱한 것보다 물을 적게 넣어야 합니다. 지난 2010년 농심 공식 블로그 게시글을 살펴보면 두 개를 끓일 때는 물 1100ml가 아닌 880ml를 넣고 조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게시글에 따르면 연구원들이 분말스프 양을 조절해가며 찾아낸 최적의 물 기준입니다. 세 개 1400ml, 네 개 1800ml로 설명이 표기돼 있었지만 현재 시판 신라면에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에는 두 개 기준 물 양에 대한 설명이 첨부돼 있습니다. 진라면은 1개 기준 물양이 500ml로 신라면보다 50ml 적습니다. 두 개 기준 물양은 850ml입니다. 국내 국물 라면 판매량 1, 2위 신라면과 진라면을 기준으로 하면 라면 두 개 조리 시 한 개 기준의 2배를 따른 물에서 80~85%만 남긴 양이 적절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표준 조리법에는 한 봉지를 기준으로 끓이면서 증발되는 물의 양까지 안내하고 있다"라며 "두 봉지를 끓인다고 해서 물이 두 배로 증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조리도구의 종류는 물론 개인 취향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물 양을 정해놓고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렇다면 라면에 토핑(추가 재료)을 추가할 때는 물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요? 라면 업계에 따르면 토핑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대표 토핑 달걀은 자체 수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달걀 투입 시 조리법보다 약간 적게 물을 끓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반대로 수분을 흡수하는 만두나 떡, 재료에 짠맛이 있는 햄과 소시지를 넣을 때는 물을 더 넣는 게 좋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라면업계 관계자는 "회사, 제품별로 연구 결과가 다르기에 절대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대체로 적용할 수 있는 참고 사항이다"라며 "표준 조리법은 말 그대로 표준일 뿐,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끓여 먹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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