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말, 라노는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기 위해 강원도로 떠났습니다. 뚜벅이 국내 여행이어서 택시를 주로 이용했는데, 속초에서 인제로 넘어가는 길에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보통의 겨울 산처럼 하얀 눈이 덮인 대신, 새카만 잿가루만 잔뜩 내려앉은 산이 가득했죠. 택시 기사는 강원도 산불로 나무가 전부 불타버린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로 엉망이 된 산이 아직 복구가 안 돼 이런 겁니다. 화재로 나무가 소실되는 바람에 ‘민둥산’이 됐는데요. 산이 아니라 거대한 흙더미라고 봐도 될 수준입니다. 비 오는 날에는 산 주변이 흙투성이가 돼요. 산사태가 날까 봐 근처에도 안 갑니다.”

매년 봄철 되풀이되는 산불은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산불은 열흘 가까이 영남 일원을 불태우며 ‘괴물 산불’이라는 이름까지 붙었죠. 산불은 11개 지역, 4만8283㏊를 집어삼킨 뒤 213시간34분 만에 가까스로 진화됐는데요. 빽빽하던 산림은 시커먼 숯덩이로 변했고요. 산자락은 재로 뒤덮였고, 수십 년을 자라온 나무는 까만 기둥만 남았습니다.

산불은 꺼졌지만, 산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차 재난’인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죠. 산불이 산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한데요.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토양의 물리적 성질이 약해져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으로 곧장 흘러 토사가 대거 쓸려갑니다. 토양을 보호하는 나무와 낙엽 등이 불에 타 사라지면서 비가 조금만 와도 토사가 유출될 수 있고요. 지면을 단단하게 지탱하던 나무뿌리가 훼손돼 토양을 붙잡는 힘이 떨어져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때 산이 쉽게 무너질 위험이 있죠.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지역이 산사태에 더욱 취약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산불 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위험은 나무뿌리의 성장과 회복이 이뤄지는 기간 급격히 커집니다. ‘과거 20년간 국내 산불 피해지에서 산사태 발생 경향 연구’ 논문을 보면 2001~2020년 전국 1만 614건의 산사태 중 962건(9.1%)이 산불 피해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산불 직후 약 5년간 산사태 발생 위험이 최대로 증가했고요. 5~10년은 식물이 자라면서 토양 침식이 감소하지만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산불 피해가 없었던 곳과 비교해 산사태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컸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005년 산불이 일어난 전북 남원 지역을 5년 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산불 피해지에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200배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2025년 산불 제대로 알기’ 보고서는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지를 조사한 결과, 산불 발생 2년이 지난 후에도 일반 산림보다 3~4배나 많은 토사가 유출됐다고 밝혔죠.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3달 뒤 장마·태풍과 겹치면 재난이 산불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 산사태 위험 지역을 파악해야 합니다. 민가와 인접한 곳에는 ‘2m가량 철근 콘크리트 벽’을 세워 산사태 발생 때 주택이 매몰되는 것을 막아야 해요. 지금은 산사태로부터 인명피해를 막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지역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할 ‘산사태 위험 지도’ 개발도 서둘러야죠.”

앞으로 9년, 지구의 존폐가 걸린 심판의 시간입니다. 지난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기후위기 골든타임'이 10년 남았다고 밝힌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지구는 인류에 경고하듯 폭염·가뭄·폭우 등 점차 더 높은 강도와 빈도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가오는 장마철, 집중호우는 더 이상 위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습니다.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7월 충북 청주 미호강의 임시제방이 붕괴되고,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오송 지하차도가 잠겨 14명이 목숨을 잃었던 참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경북 예천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사태로 주민 12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최근에는 경주국립공원 토함산 24곳에 산사태가 발생해 국보인 석굴암도 '시한폭탄'을 안은 채 2년째 방치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① 이상기후 심화로 재난 일상화·대형화될 것

이미 장마권에 접어든 올해도 집중호우와 극한호우가 우려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지난해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다시 대형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비책 마련이 기후위기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송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감사원은 침수 위험이 있는 전국 182개 지하차도를 조사한 결과, 132곳에 차단시설이 없었고 159곳은 진입통제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곳은 복구 작업이 오래 걸려 장마철 전에 완료되기가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문제는 이상기후 심화로 인해 향후 재난은 빠르게 일상화·대형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산사태의 경우 극한호우 횟수가 급증하면서 인명피해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산사태 발생 규모를 예측했을 때 2030년대에는 현재의 약 2배, 2090년에는 2.3~2.8배 증가할 전망입니다. 국내 연평균 강수량도 1990년대 이전에는 1225mm에 머무르다 1990~20년 1316mm, 2021~23년에 1380mm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산사태 피해 규모에 대한 예측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2020년 역대 최장 기간인 54일간 장마가 이어지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남부지방 장마철의 강수량이 관측 이래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산사태 피해 중 약 73%(459ha 중 335ha)가 경북과 충북 지역에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이 산사태 피해 규모는 국지성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지역별 편차가 크지만, 최근 전국 어디든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전환될 만큼 폭우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구가 보낸 경고에 따라 재난 방지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산림청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기후가 우리나라 산에 가져올 영향은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은 남성현 산림청장을 만나 이번 여름에 대한 대책과 기후위기를 맞닥뜨린 숲의 미래를 물었습니다. 다음은 남 청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② "산사태 정보 시스템으로 예측 강화에 총력"

Q1. 40여 년간 신림청에서 근무하면서 숲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을 듯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산림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63%를 차지한다. 그야말로 최대 육상 생태계지만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림재난(산불·산사태·산림병해충)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산사태 피해 지역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극한호우가 심화되면서 산의 일곱~여덟 방면에서 한꺼번에 토사물이 내려와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는데, 저도 40년간 근무하면서 이 정도 (재난은) 거의 없었다."

Q2. 지난해 극한호우 영향으로 산사태 피해가 전년 대비 약 2배 늘어난 2410건(459ha) 발생했습니다. 현재 복구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호우가 시작되기 전에 작업이 완료될 수 있을까요?

"(6월 23일 기준) 92% 복구됐다. 대다수 산사태 복구 사업장은 7월초까지 완료될 전망이다. 전년 대비 복구 사업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봄철에 비가 자주 와서 당초 계획보다 일부 지연된 사업도 있었지만, 모든 사업장이 (장마 전) 완료될 예정이다."

Q3. 복구가 지연된 지역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일까요?

"6월말까지 완료되지 않은 사업장은 장마 시작 전에 사방댐처럼 주요 공종을 우선 완료할 계획이다. 또 장마 기간에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방수포를 살포하거나 현장 감독자 점검을 강화해 관리할 것이다."

Q4. 산사태 피해 지역은 복구해도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재발 확률은 안 높아진다. 복구 지역에 '사방댐'이라는 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해 토사가 내려오지 않도록 막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계곡 경사를 완화하는 골막이나 토석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또 비탈에는 하단부에 옹벽 등 구조물을 설치해 안전성을 확보한 후 소단을 끊어 풀씨 뿌리기 혹은 나무 심기를 통해 녹화도 한다."

Q5. 복구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산사태 피해 지역이 개인 땅일 경우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복구할 수 없다. 그래서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산림청이 지자체와 협업해 동의를 안 받아도 복구 작업을 먼저 한 후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Q6. 올 여름 산사태 피해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알려주세요.

"제가 산림청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예측이 정말 어려워졌다. 지구촌 전체가 그렇다. 특히 지역적 편차도 너무 크다. 산사태 예방 시스템을 강화해도 시간당 30mm 이상 비가 내리고, 하루 동안 계속 내리는 비가 100mm를 넘는 극한호우가 오면 (피해)예측이 어렵다. 현재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강우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다."

Q7. 예측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있을까요?

"산림청은 '산사태 정보 시스템'을 강화해 예측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예측시간을 48시간 전까지로 넓히고, 범위도 '읍·면·동'에서 '리'까지로 정밀화했다. 또 산악기상관측망도 확대해 평지기상과 차이가 큰 산악기상 자료를 수집하는 기술도 높이는 중이다. 아울러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산사태 취약 지역을 작년 2만9000여 개소에서 3만4000개소까지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Q8. 산림청은 올해부터 산지 외 피해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과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알려주세요.

"우선 주민 대피시간을 1시간 더 확보하기 위해 산사태 예측정보에 '예비경보'를 추가했다. (기존엔) 토양함수지수가 80%면 주의보, 100%면 경보를 발령했는데, 그 사이 90%가 되면 예비경보를 추가했다. 또 기존 산지 위주의 '산사태 정보 시스템'을 6개 부처의 사면정보까지 통합해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 정보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급경사지(행안부), 도로비탈면(국토부), 농지(농식품부), 국가유산(국가유산청), 태양광시설(산업부) 등 관리체계로 일원화된 안전조치를 시행한다."

Q9. 부처 간 협업이 중요해 보이는데, 그간 협업 과정에서 충돌한 지점은 무엇이었을까요?

"각 부처가 소관 법에 의해 따로따로 관리하다 보니 통합 시스템이 부족했다. 가령 법적으로 과수원과 도로, 절개지 등은 관리하는 부처가 다르다. 그러나 법을 통합할 순 없으니 올해부터 (산사태) 정보 시스템을 통합해 범부처 체계로 대응할 계획이다."

Q10. 장마철 산사태에 대비해 당부할 대피요령 및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집 주변 산사태 대피소를 미리 확인해 둬야 한다. 집이 산지와 연접됐다면 배수로를 정비하거나 산비탈에 비닐을 덮어 정비해야 한다. 호우가 오면 지하주차장이나 고압전선 주변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산사태 발생 시에는 최대한 빨리 대피소로 피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미리 가스나 전기를 차단해야 한다. 만약 건물을 벗어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건물 가장 높은 층, 산과 먼 공간으로 이동하는 걸 당부드린다."

③ "동남아·아프리카·남미에 산림 기술 전수"

Q1.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의 삼림·녹화 수준을 어떻게 보는가요?

"지난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이어 한-중앙아시아 정상회담에 다녀왔다.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삼림·녹화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그동안 동남아·아프리카·남미에 우리 기술을 전수해 왔다. 이번에 가서는 산불 방지·진화 기술도 추가했다. 한국은 여러 대형 산불과 대규모 산사태를 겪으면서 산림재난 대응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산사태 위험정보를 48시간 전까지 예측하는 나라는 전 세계 3~4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국내 뛰어난 ICT 기술을 토대로 내년에는 농림위성을 쏘는데, 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매우 높다."

Q2. 이번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성과를 이루었나요?

"6월12일 에를란 느산바예프 카자흐스탄 생태천연자원부 장관과 산림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카자흐스탄은 2022~23년까지 서울시 면적의 약 1.6배 규모(10만ha)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에 산림청은 협력 분야를 확대해 산불 예방과 대응, 피해지 복원에 동참한다. 또 연구기관 간 교류도 강화해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해 종자협력이나 산림위성사진과 판독기술을 높일 방침이다. 카자흐스탄과의 인연은 2013년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을 계기로 '아랄해 산림복원 사업'이나 '우호의 숲 조성 사업' 등 협력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Q3. 산림청은 현재까지 39개국과 양자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활동을 했나요?

"산림청은 1987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9개국과 협력 중이다. 협력관계를 통해 개도국에는 한국의 산림복원 기술을 공유하고, 선진국과는 산림경영·정책을 교류해 왔다. 산림협력국은 아시아권 16개국, 중남미 12개국, 아프리카·중동 6개국, 오세아니아 2개국, 유럽·북미 3개국이 있다. 최근엔 캐나다 대형 산불에 진화 전문인력을 현지 파견하거나 몽골에 산불진화교육 등 재난 협력을 넓히고 있다."

Q4. 향후 산림청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싶다. 숲을 통해 편안해지고, 문화자원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여 자연을 지키면서 '휴양·문화자원·생태계' 3가지를 보존하고 싶다. 체계적인 산림정책을 통해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다면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경기 안성시는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막기 위해 오는 10월 15일까지 산사태 대책상황실을 운영한다고 오늘(13일) 밝혔니다.

시청 산림녹지과에 마련된 산사태 대책상황실은 산사태 위기 경보 단계와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단계별 비상근무를 할 예정입니다.

또한 산사태 예측정보 모니터링과 취약지역 관리, 주민 예·경보체계 관리 등 산사태 관련 재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휘합니다.

앞서 시는 산사태 종합 예방대책으로 산사태 취약지역 105곳을 사전 점검하고, 산사태 현장 예방단과 임도 관리원 등을 현장에 배치해 우기 전 사방 시설물 설치공사를 완료했니다.

아울러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산사태 취약지역 거주민을 대상으로 대피 훈련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시민이나 노약자 등 재해 취약계층의 대피 지원을 위해 1대1 조력자를 지정했니다.

안성시 관계자는 "이번 여름은 기온과 강수량 모두 평년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피 명령과 같은 재난 안전 문자메시지 수신 시 사전에 대피하는 등 대책상황실 지침에 협조해달라"라고 당부했니다.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과 관련, 산림청이 12일 오전 9시부로 전북지역에 산사태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했습니다.

산림청은 이날 전북 땅밀림 우려지역에 산사태 관련 분야 전문가를 투입해 신속한 현장점검에 나섰습니다.

땅밀림은 토층 내 점토층이 위치하거나 암반층 피압지하수의 영향으로 느린 속도로 붕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산사태와 달리 물이 차 올라 약해진 지반이 넓은 면적에 걸쳐 무너져 내리는 현상인 만큼 매우 위험합니다.

오늘(12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도로, 택지 등 산지전용 및 개발로 인해 땅밀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땅밀림 발생지는 약 35개소에 이릅니다.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산림청은 매년 땅밀림 발생우려지 실태조사를 통해 땅밀림 발생 위험지역을 찾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땅밀림 위험이 있는 지역(A 등급지)은 약 88개소입니다.

지난 2017년 11월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관측된 경북 포항의 경우 지진 발생 직후 인근 야산에서는 지표면이 6.5㎝가량 푹 꺼지는 땅밀림 현상이 산림청이 설치한 감지 장치에 확인돼 인근 주민들이 사전에 대피했습니다.

땅밀림은 특성상 지속적이며 재발성이 있습니다. 한 예로 경남 김해시 주촌면 내삼 농공단지의 경우 땅밀림은 2002년 8월 10일 발생했는데, 이 지역에서는 5차례에 걸쳐 땅밀림이 발생했습니다.

땅밀림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완벽한 복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주변 지형 등을 고려하지 않거나 적은 예산으로 복구를 실시하여 위험요인을 확실하게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에 재발생합니다.

외국에서도 쉽게 땅밀림 피해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찬성 땅밀림은 원촨(汶川)지진에 의한 것입니다. 당시 거대한 땅밀림으로 인해 수백명의 인명피해가 나고 인근에 땅밀림 천연댐까지 형성됐습니다.

1963년 10월 9일 이탈리아 바이욘트 댐 땅밀림의 경우 토사유출로 인한 하부 협곡 매몰로 사망자가 무려 2600명 발생했습니다.

1999년 9월 21일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한 땅밀림 등 토사재해는 무려 2200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사태뿐만 아니라 땅밀림 지역의 체계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오늘(12일)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산사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사태 재난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방 실장은 이날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산사태 피해 복구현장을 점검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해당 현장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 피해를 본 지역입니다. 지난해 응급조치 이후 올해 2월부터 피해복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산지와 더불어 산지 외 급경사지·도로사면·농지 등 여러 부처에서 관할하는 사면까지 관리하는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정보시스템'을 산림청과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운영 중입니다.

산사태 예측정보는 기존 2단계(주의보, 경보)에서 3단계(예비경보 신설)로 개편해 경보발령 이전 대피시간 1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방 실장은 "지난해 산사태 피해지는 장마철 전에 복구를 완료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고, 산사태 발생에 취약한 지역은 사전점검 및 예방조치를 취하라"며 "유사시 주민대피 등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의 협력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하라"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어 "아울러 올해부터 도입한 '산사태 예비경보'가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홍보와 관계자 교육 등을 하라"라고 당부했습니다.

경주국립공원 토함산 24곳에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자칫 국보인 석굴암과 불국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환경단체 지적이 나왔습니다.

오늘(13일) 녹색연합은 '경주국립공원 토함산 산사태 위험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상륙 때 폭우가 쏟아져 경주 토함산에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해 해발고도 400~700m 지대를 중심으로 현재 약 24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 위쪽 2곳에도 산사태가 발생해 지금도 흙과 암석이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경사면으로 계속 흘러내리고 있는데, 비가 쏟아지거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반이 흔들리면 석굴암에도 큰 피해가 갈 수 있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토함산 정상 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에 불국사를 향해서도 산사태가 10곳 발생했는데, 아직까진 불국사 경내에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피해를 줄 수 있는 산사태가 진행 중이라고 녹색연합은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와 산사태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후위기로 폭우 양상이 바뀌고 집중호우의 위력도 강해짐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할 확률도 잦아졌다는 것입니다.  

녹색연합은 "2020년 여름부터 기후위기로 산사태가 돌변하고 있으며, 발생 건수도 많아졌고 수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국립공원도 기후변화로 커지는 산사태 재난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올여름 장마와 태풍이 오기 전에 문화유산 보호와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산사태 위험에 대한 실질적인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국립공원을 관리하고 안전 대책 마련에 책임과 권한이 있는 관계기관이 산사태 발생 현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2년째 복구는커녕 산사태 흔적이 그대로 방치돼 왔다는 것입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산사태 발생지가 보고서에 왜 담기지 않았는지에 대해 “산사태 지역 중 일부는 확인했지만, 공원 면적이 넓다 보니 미처 다 확인하지 못한 곳이 있었다”라고 해명하며 "신속히 복구가 진행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보인 석굴암 아래쪽은 지난해부터 영덕국유림관리소가, 북서쪽은 경주시가 문화재청으로부터 긴급보수비를 받아 연내 낙석을 방지하는 링네트를 설치하는 등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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