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팀 "언제부터 기사가치 판단에 '회사입장' 개입했나?"
자사 괴롭힘 대응 비판한 언론노조 성명 '사실상 몰고'에 해명 요구

한겨레 미디어팀장이 자사의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을 비판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성명을 다룬 기사가 출고되지 못한 것에 항의하며 보직 사퇴했습니다. 해당 팀 구성원들은 국장단의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룸국 여론미디어팀(미디어팀) 일동은 어제(7일) 저녁 <사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기사 보류에 대한 국장단의 해명을 요구합니다> 입장문을 사원 전체 메일로 발송했습니다. 이들은 국장단의 무기한 보류 결정에 대해 “언제부터 한겨레가 개별 기사의 가치 판단에 '회사의 입장'을 개입시켜 왔는가”라며 “기사 보류에 대한 책임있는 설명을 구체적이고도 공개적으로 내놓기를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언론노조는 지난 6일 오전 <진보언론 한겨레의 조직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디어팀장과 팀원인 최성진·박강수 기자는 성명을 기사화하기로 했고, 부장과 논의를 거쳐 오후 2시 37분 기사 작성과 등록을 마쳤습니다. 미디어팀은 입장문에서 “보고-발제-출고 과정은 지극히 일반적이고도 정상적이었으며, 내용 또한 언론 노동자 단체가 낸 가장 온건한 비판 성명을 더없이 건조하게 소개한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뉴스룸 부국장은 미디어팀에 보류 결정을 통보하며 “일반론으로는 우리 안의 문제도 당연히 기사로 쓸 수 있다”라면서도 “회사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알리는 것이므로 회사의 공식 입장 표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해당 기사로는 입장을 나타내기 부족하니 일단 보류하는 게 좋겠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미디어팀은 “기사는 사고와 다르다. 한겨레 비판 기사를 놓고 이 기사를 보류해야 할 사유로 '한겨레의 입장을 나타내기 부족하다'는 주장을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한겨레는 편집권 독립을 위해 편집과 경영의 분리를 원칙으로 삼아 왔다. 언제부터 한겨레가 개별 기사의 가치 판단에 '회사의 입장'을 개입시켜 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아울러 이는 국내외 모든 언론사가 한겨레 미디어팀의 비판 대상이 돼야 하지만, 한겨레만은 예외가 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도 비판했습니다.

미디어팀은 “우리가 몸 담고 있는 매체라고 해서 미디어 담당 기자의 취재 및 감시·비판 대상에서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저널리즘 원칙 앞에 공동 출고자 두 사람은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기로 했다”라며 “이번 기사 보류에 대한 책임있는 설명을 구체적이고도 공개적으로 내놓기를 바란다”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 출고자 중 한 사람인 최성진은 7일자로 미디어팀장 직에서 사퇴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겨레 사측은 최근 뉴스룸국장과 부국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응 문제로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겨레 인사위원회가 '두 국장과 부국장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노사공동위원회 조사 결과를 뒤집고 지난달 말 '직장 내 괴롭힘 불인정' 결정한 것을 두고서입니다.

언론노조는 지난 6일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고 재발을 막으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사측이 되레 가해 간부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두둔한 것”이라며 “'진보언론' 한겨레와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이재훈 한겨레21 편집장은 지난 4일 “이런 과정이 직장갑질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직장갑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외부 취재 대상이 만든 부당한 일에 떳떳하게 비판할 자격이 있는 걸까”라고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6일부턴 한겨레 구성원들 사이 책임 있는 국장단 징계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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