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패밀리 레스토랑 붐을 일으켰던 '1세대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가 문을 닫습니다. 국내에 들어온 지 33년 만입니다. 베니건스, 마르쉐, 시즐러 등에 이어 TGI프라이데이스까지 영업을 종료하면서,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는 아웃백과 빕스만 명맥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1세대 레스토랑의 연이은 퇴장이 패밀리 레스토랑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위기를 딛고 일어선 아웃백을 비롯해 빕스, 애슐리 등이 선방하고 있습니다.

① 패밀리 레스토랑 부흥기 열었지만… 연이어 철수

최근 TGI프라이데이스를 운영하는 엠에프지코리아는 국내 매장 14곳의 운영을 다음 달까지 모두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10곳은 이달 중 문을 닫고, 나머지 4곳은 내달까지 영업합니다.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흥기에 등장해 '금요일 할인'을 제공하며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TGI프라이데이스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흥기가 시작된 시기는 1990년대입니다. 1992년 TGI프라이데이스가 상륙했고, 1995년 토니로마스·베니건스·시즐러, 1997년 아웃백과 빕스가 영업을 개시했습니다. 2001년에는 애슐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메뉴,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내세운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족 및 연인과 함께 찾는 대표적인 외식 장소로 급부상했습니다.

전성기는 길지 않았습니다. 웰빙 열풍과 맛집 문화가 확산하면서 반가공으로 조리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음식의 경쟁력은 낮아졌습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비교적 비싼 가격대의 음식을 판매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줄어들었습니다. 주 타깃층이었던 가족 손님이 줄어들자 대부분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고전했습니다.

'샐러드바'라는 개념을 처음 국내에 도입한 시즐러는 2013년 수익 악화로 문을 닫았습니다. '체험형 레스토랑' 마르쉐도 같은 해 폐점했습니다. 2015년에는 토니로마스가 철수했습니다. 남은 곳들의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 수익성이 악화된 아웃백은 하위 매장을 정리했고, 오리온에서 바른손으로 주인이 바뀐 베니건스는 2016년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TGI프라이데이스는 기업의 고급화 전략을 통해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했고, 지난 2021년 TGI프라이데이스의 사업권이 엠에프지코리아에 넘어갔습니다. 결국 엠에프지코리아도 TGI프라이데이스의 손을 놓았습니다. 매드포갈릭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매장을 정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② 대형 쇼핑몰 입점에도 적극적… 고급화 전략도

TGI프라이데이스까지 문을 닫게 되면서, 여전히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명사로 남아 있는 '1세대' 빕스와 아웃백에 시선이 모입니다. 아웃백은 외식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아웃백 매출은 2022년 4110억원에서 2023년 476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장 수도 2021년 78개에 그쳤지만 지난해 90개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아웃백은 할인 행사와 졸업‧입학 시즌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주말에도 런치 메뉴 등을 제공하면서 꾸준히 이용객을 모았습니다. 투움바 파스타, 블랙 라벨 스테이크 등 대표 메뉴도 판매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아웃백이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로의 변화를 통해 가족 단위를 넘어 친구 모임, 직장 동료 모임 등으로 고객층을 확대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쇼핑몰에 신규 점포를 입점시키면서 매출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빕스는 방향성을 '프리미엄'으로 잡았습니다. 실적이 낮은 매장을 과감하게 폐점하고 남은 매장을 고급화했습니다. 2015년 112개였던 매장 수를 2023년 28개로 줄였고, 지난해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 7개의 점포를 열었습니다. 상권 분석을 통해 아동 친화적 매장을 구성하거나, 고급화를 지향한 특화 매장 '빕스 프리미어'를 통해 '고품격 다이닝'이라는 콘셉트를 마련한 것입니다. 올해도 수도권과 지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매장 출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발 주자인 애슐리의 영향력도 막강합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하락세와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도 '가성비'를 지향하는 애슐리에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는 2020년 부실 점포를 폐점하면서 매장 수를 대폭 줄였습니다. 애슐리·애슐리W·애슐리퀸즈 등으로 분리됐던 매장은 애슐리퀸즈로 일원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랜드 계열사 간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애슐리는 평일 점심 기준 1만 9900원의 가격으로 다양한 세계 테마 음식을 제공하면서 고물가 시대에 재조명됐습니다. 지난 해 매출 4000억원을 돌파, 2023년 대비 매출이 70%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각각 프리미엄과 가성비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살아남은 '1세대 레스토랑'들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곳들"이라며 "최근 상권이 몰리는 복합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에서도 모객을 위해 경쟁력을 갖춘 패밀리 레스토랑을 유치하고 있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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