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해 총 381명의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이같은 대규모 희망퇴직은 영남지역 점포 구조조정이 활발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해말부터 부울경 지역 점포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지난 달 21일 퇴사 처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희망퇴직자는 총 381명으로 희망퇴직 대상 지역 총 직원 2130명 중 18%에 달했습니다.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 중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이 대상이었는데, 홈플러스 측이 초과인력으로 분류했던 241명보다도 140명가량 많은 직원이 퇴사했습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최대 월평균급의 18~20개월치 위로금이 지급됩니다.

이번 희망퇴직자의 평균 연봉은 약 4190만원으로, 홈플러스는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약 156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부담하게 됐습니다. 대신 홈플러스 측은 자체 추산을 통해 2028년까지 매년 최대 174억원 수준의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점포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중장기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인 셈입니다.

수백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은 영남지역의 홈플러스의 점포 구조조정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1년 사이 홈플러스는 부산반여점, 서면점을 각각 510억원, 285억원에 매각했습니다. 이 밖에 부천소사점, 서울신내점도 총 938억원에 매각한 바 있습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부산에서 추가로 정관점 매각 조건을 지역 유통사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중계점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와 매각을 논의 중입니다. 이와 함께 동광주점, 대전유성점 등도 매각 가시권에 들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수익성이 낮거나 자산가치가 높은 점포를 중심으로 단계적인 정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희망퇴직 역시 항후 점포 정리를 대비한 사전 정비 성격이 짙다”라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는 당초 점포 매각주간사인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입지, 개발 여건 등을 종합해 매각가치가 높은 38개점을 골라뒀습니다. 이중 매각되거나 매각계약이 체결된 순천풍덕점, 부천소사점, 부산반여점, 부산서면점, 신내점을 제외한 33곳의 감정평가액은 2조 8000억원에 달합니다.

홈플러스 측은 과거 매각한 점포들이 감정평가액 대비 비싼 가격에 매각된 것을 감안해 최대 매각가치가 4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점포 정리는 이전부터 활발히 진행돼 왔습니다. 지난 2018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폐점된 점포는 총 16곳입니다. 대구내당, 부천상동, 안산서부, 부천소사, 순천풍덕점 등이 추가로 문을 닫을 계획입니다. 홈플러스 신내점은 최근 이랜드건설과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간 지방 소재 NC백화점 등 유휴 부지를 재개발해 온 이랜드건설은 홈플러스 신내점 용지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과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인허가 조건이 완화되면 청년, 신혼부부, 노년층 등의 임대주택 임차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이랜드건설이 계약해지권을 발동하면 중간에 좌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 거점에 위치한 자산들에 대해선 재개발 수요가 있어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악성 미분양 문제에 휩싸인 지방 소재 홈플러스 점포들의 경우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회생법원 주도 하의 회생절차를 통한 홈플러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어제(4일) 보도자료를 내고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 상황에서는 홈플러스 임직원과 상거래처의 이익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홈플러스 경영진의 회생절차 신청에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이런 조치가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MBK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대규모 매입대금을 월 1회 일괄 지급하면서 매출대금은 매일 들어오는 자금 흐름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매입·영업대금 유동화와 단기 기업어음을 발행해 운전자금으로 활용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지난달 28일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하면서 단기 자금 운용에 차질이 예상되게 됐다는 게 이들 설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본시장에서 'A3-' 이하 등급의 기업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는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MBK는 "법원의 이례적으로 신속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되며 임직원들의 급여나 임금 지급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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